김건희, ‘조용한 내조’ 하겠다더니…친오빠 비선 논란에 인사개입설까지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7 14:00
  • 호수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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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김건희 리스크’…광폭 행보 하는데 ‘시스템 제로’
與 “현실성 없는 약속이 논란 키워…전담 조직 마련돼야”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 지난해 12월 대선 과정에서 학력 위조 논란 등이 불거지자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이며 한 말이다. 대선 과정에서 후보의 배우자인 자신에 대한 논란과 우려들이 계속 나오자 한 발짝 물러나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윤 대통령도 영부인 권력을 내려놓겠다는 취지로 선거 과정에서 공약한 제2부속실 폐지를 당선 이후 실천하며 배우자와 관련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그 약속은 금방 무색해졌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을 갓 넘긴 시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논란이 지금 정치권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 대선 과정에서 생겨난 김 여사의 팬클럽 관련 논란이 반복해서 불거졌다. 최근엔 동물권 보호와 관련한 단독 언론 인터뷰를 한 데 이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배우자 권양숙 여사를 홀로 예방하며 조용한 내조보다는 연일 뉴스를 생산해 내는 행보를 보였다. 게다가 최근엔 김 여사의 친오빠 등 주변인의 비선(秘線) 활동설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김 여사의 인사 개입설까지 흘러나오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모든 게 우연이거나 혹은 과장된 정치공세일까. 끊임없는 논란에 여권 내에서조차 시급하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시사저널이 소문의 실체에 대해 한발 더 들어가봤다.

6월14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김건희 여사ⓒ연합뉴스

김 여사 팬클럽, 온라인 여론 조성 정황도

취임 후 두드러진 첫 논란은 사진 유출이었다. 지난 5월말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한 김 여사와 윤 대통령 사진이 공적 창구가 아닌 팬클럽 등을 통해 공개되며 잡음이 인 것이다. 여러 논란의 지점이 있었지만, 핵심은 대통령과 그 배우자의 동선, 1급 보안구역인 대통령 집무실 내에서의 사진이 사적인 경로를 통해 유출된 데 있다. 사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부터 이미 공개되지 않은 김 여사의 사진이 종종 팬클럽과 SNS, 언론의 ‘독자 제공’ 보도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김 여사가 자택 앞에서 경찰견을 돌보는 사진이나 충북 단양 구인사 방문 사진, 김 여사가 팬들에게서 선물받은 안경을 쓰고 실내에서 편한 차림으로 있는 사진 등이 비공식 경로를 통해 공개됐다.

이전 사진들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통령실은 용산 집무실에서의 사진에 대해 수행하던 직원이 촬영했고, 김 여사가 직접 팬클럽 등에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히 팬클럽과의 소통 문제가 아닌, 국가수반인 대통령의 배우자가 사적인 루트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노출시키는 듯한 모습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논란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내외는 6월12일 영화관을 찾아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작품인 《브로커》를 관람했다. 이때 공식적으로 공개된 사진 외에 미공개 사진이 또다시 팬클럽을 통해 유출됐다.

김 여사 팬클럽 자체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여사의 팬클럽은 단순 지지 세력을 넘어 조직을 결집해 온라인에서 여론을 조성하는 정황 등이 포착되며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사저널은 지난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김 여사 팬클럽 회원들이 이재명 당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의 낙선운동을 펼치고, 정치 뉴스의 ‘좌표’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집단적으로 댓글을 달도록 조장하는 등의 행태를 보도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 ‘건희사랑’ 운영자인 강신업 변호사가 자신의 후원금 모금 등 행위에 대해 지적하는 취지의 SNS 글을 올린 정치평론가를 향해 거친 욕설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강 변호사는 초기부터 김 여사 팬클럽들을 주도하며 김 여사의 비공식 사진들을 가장 많이 공개해온 인사다. 강 변호사는 최근 사진 입수 경로에 대한 시사저널 질의에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사진 유출 논란 이후 김 여사는 오히려 보폭을 넓히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과의 영화관 방문 외에도 6월6일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비에 젖은 윤 대통령 옷을 닦아주는 등 적극적으로 공개 행보에 나섰다. 14일 오전엔 개 식용 문제를 비판하는 등 동물권 보호를 주제로 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같은 날 오후엔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 여사를 예방했다. 여기서 또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봉하마을 방문에 지인이 동행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처음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해당 지인이 무속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인은 몇몇 대학에서 겸임교수 등의 직책으로 스포츠 관련 과목을 가르치는 김아무개씨로 확인됐다.

 

제2부속실 역할?…친오빠 김씨 “김 여사 담당 인력 없어서”

대통령실은 ‘원래 비공개 일정이었고, 오랜 지인인 김 교수의 고향이 근처여서 동행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이미 언론을 통해 김 여사의 일정이 공개된 상황이었으며 전직 대통령의 배우자를 예방하는 공적인 일정에 지인을 대동하는 게 과연 적절하냐는 비판들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사진 유출 논란부터 최근의 여러 논란을 관통하는 한 가지 큰 우려는 비선 문제다. 시사저널 취재와 다수 언론보도 등을 통해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김 교수는 김 여사와 매우 가까운 사이로 오랫동안 조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는 김 여사가 경영해온 코바나컨텐츠 전무를 지냈고, 대선 과정과 그 이후에도 줄곧 김 여사를 도와왔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인 지난 4월 김 여사가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할 때도 김 교수가 동행했다. 단순 지인이 아니란 의미다.

김 교수뿐만이 아니다. 정치권에선 최근 김 여사의 친오빠인 김아무개씨 행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씨가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몇몇 기자와 접촉하며 마치 제2부속실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김씨는 경기도 남양주에서 요양원과 작은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최근엔 김 여사가 사임한 코바나컨텐츠에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김씨는 기자들에게 김건희 여사의 옷·가방 정보 등을 비롯해 공개되지 않은 사진이나 정보 등을 전달하며 은밀하지만 꽤 적극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논란이 됐던 대통령 집무실에서의 사진도 몇몇 기자에게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김 여사의 친오빠이자 윤 대통령의 처남인 김씨가 최근 여러 기자는 물론 김 여사 지지자 등과도 매우 활발하게 접촉하며 활동한다는 이야기가 꽤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기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한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김 여사를 담당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제가 (정보 전달을) 한 것이다. 요즘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저와 관련해 몇몇 도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가십일 뿐”이라며 “제가 김 여사 팬클럽을 운영한다는 소문 등도 있는데 저랑은 아무 상관도 없다. 괜히 말 나오는 게 싫다”고 밝혔다.

봉하마을 방문 때 김 여사를 수행했던 대통령실 직원 중 2명이 코바나컨텐츠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추가적으로 밝혀져 사적 인연 채용 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이미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며 인사 검증 등 최종 채용 절차를 밟고 있는 두 사람은 코바나컨텐츠에서 수년간 근무하며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여겨지는 유아무개씨와 정식 직원은 아니었으나 코바나컨텐츠에서 상주하며 일을 도와온 것으로 알려진 정아무개씨다.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전직 대통령들도 잘 알고 편한 분들과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사적 채용을 했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관련 직무 경력도 없고, 공직과 무관한 인사를 사적 인연을 배경으로 채용하는 데는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6월13일 봉하마을을 방문한 김건희 여사를 수행한 원 안의 인물들(왼쪽부터 유아무개씨, 김아무개 교수, 정아무개씨)은 모두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에서 일했던 인사들이다.ⓒ연합뉴스

“인사·주변 문제는 결벽증에 가깝도록 깨끗해야”

여권 내부에선 선거 과정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통령실 인선 등에 김 여사의 입김이 닿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봉하마을에 김 여사와 동행했던 코바나컨텐츠 전무 출신 김 교수 역시 선거대책위원회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김 여사의 입김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비서관급 몇몇 인사 기용에 김 여사와의 친분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까지 떠도는 모양새다.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일했던 한 여권 관계자는 “대선 당시 선대위에서도 몇몇 인사는 김 여사 추천 인사라는 소문이 돌았고, 당선 이후 인수위와 대통령실에도 김 여사와 가까운 인사들이 들어갔다는 시각이 있다”며 “오직 사명감으로 선거에서 열심히 뛰고도 용산에 들어가지 못한 인사도 많은데, 이번에 코바나컨텐츠 출신 직원들을 포함해 영부인과의 친소 관계가 인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논란이 반복되자 국민의힘에서도 공개적으로 제2부속실 부활 등 배우자 전담 조직 재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용태 당 청년최고위원은 6월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가) 개인적으로 혹은 주변 지인들에게 의존하기보다는 대통령실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되도록 하는 것이 불필요한 논란을 더 이상 양산하지 않을 수 있다”며 제2부속실 설치 검토를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도 시사저널에 “현실성 없는 약속이 논란을 키운 모습이다. 영부인이 조용한 내조든 시끄러운 내조든 아예 공식 석상에 안 나올 게 아니라면 배우자를 전담하는 조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니 영부인 보좌 등에 공백이 생기고 경계가 불분명해지니 이런저런 잡음이 나오는 것”이라며 “다만 제2부속실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잔재를 청산하겠다는 선한 취지로 이뤄진 만큼 부활시키기보다는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부속실 내에 공식적으로 배우자 전담팀을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고 충고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공약 파기 부담 등으로 인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6월15일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 공식, 비공식 이런 걸 어떻게 나눠야 할지(모르겠다). 대통령 부인으로서 안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이를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할지에 대해 국민 여론을 들어가면서 차차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팬클럽과 인사 문제 등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충고가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정치권 원로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김 여사가) 적어도 윤 대통령 임기 내에는 팬클럽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둬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정치 역사에 수많은 비선 논란이 불거져 왔던 만큼 대통령이나 영부인이나 인사와 주변 문제에 대해선 결벽증에 가까울 만큼 깨끗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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