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없는 카톡방에서 비방·욕설…법원 “학교 폭력”
  • 안수교 디지털팀 기자 (hongsalami@naver.com)
  • 승인 2022.06.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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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단톡방 참여자 서로 친해 모욕 전파 가능성 있다고 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서 피해 당사자가 없는 상태에서 상대를 비방하거나 욕설을 했더라도 학교 폭력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행정1-2부(부장 김석범)는 17일 중학생 A양이 인천의 한 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서면사과 처분 취소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양은 지난해 4월 또래 친구 10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그 자리에 없는 친구 B양에 대한 심한 욕설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같은 반 C양을 비방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B씨와 C씨는 우울장애를 앓았다. 이 중 1명은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고 중등교육 과정 유예를 신청하는 등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관할 교육지원청은 지난해 6월과 7월 두 차례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를 열고 A양을 상대로 B양에 대한 서면사과와 봉사활동 8시간, 특별교육 4시간 이수를 처분했다.

그러자 A양은 교육지원청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육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양은 재판에서 “단톡방에 있는 멤버들끼리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이고 일회적으로 분노의 감정을 표출했다”며 “피해 학생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의도와 공연성이 없어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A양은 “2차례 단톡방에서 욕설한 행위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상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단톡방에 피해 당사자가 없더라도 A양의 발언은 모욕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채팅방 구성원이 서로 친한 사이라도 피해 학생들에 대한 모욕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A양은 자신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 범위 내 있다고 주장하지만, 욕설 수위 등을 보면 허용 수준의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원고(A양)는 피해 학생들을 모욕해 정신적으로 피해를 줬고, 이는 학교 폭력에 해당한다”며 “당시 피고(교육지원청)의 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전했다.

ⓒ픽시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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