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은닉자금 의혹 또 있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8 10:00
  • 호수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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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형태로 채권 은닉…뉴질랜드에 차명 부동산

대주그룹 계열사들의 채권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허재호 전 회장은 1981년 대주종합건설을 설립하며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대주그룹은 한때 재계 순위 52위에 오르기도 했다.

위기는 2007년 찾아왔다. 그룹 주력사인 대주건설이 채무불이행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2000년대 중반 사업 확장을 위해 무리하게 아파트 공급을 늘리면서 미분양이 계속 쌓여온 게 화근이었다. 결국 대주건설은 2010년 10월 부도 처리됐고, 나머지 계열사들도 차례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허 전 회장은 이 무렵 수백억원대 횡령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허 전 회장은 항소심 직후인 2010년 1월 뉴질랜드로 도피했다. 그가 귀국한 건 4년여 뒤인 2014년 3월이다. 횡령 및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해 부과된 벌금 254억원을 노역형으로 대신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허 전 회장의 노역이 하루에 벌금을 5억원씩 탕감하는 조건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황제노역’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들의 공분이 거세지자 검찰은 노역형을 중지하고 벌금 납부로 전환했다. 허 전 회장은 254억원의 벌금을 완납했다. 이후 2015년 7월 임시여권을 발급받아 뉴질랜드로 출국, 현재까지 체류 중이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그룹 해체 직전 재산을 은닉했 다는 의혹을 받아왔다.ⓒ연합뉴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그룹 해체 직전 재산을 은닉했 다는 의혹을 받아왔다.ⓒ연합뉴스

70억원 규모 채권 되찾은 뒤 법원에 지급소송  

허 전 회장이 당시 노역을 하게 된 건 개인 자산이 없어 벌금을 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대주그룹이 공중분해되기 전 허 전 회장이 재산을 은닉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8년에는 허 전 회장이 채권을 기부 형태로 숨겨놨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가 2014년 광주구천주교회유지재단으로부터 대주그룹 계열사이던 지에스건설(GS건설과는 무관)에 대한 70억원 규모의 채권을 넘겨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허 전 회장은 대주그룹이 연쇄부도 위기에 몰린 2009년 이 채권을 광주구천주교회유지재단에 기부 형태로 양도했다. 그러나 허 전 회장은 2014년 재단으로부터 채권을 돌려받았다. 그 직후 허 전 회장은 지에스건설에 70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2014년 11월 법원에서 지급명령 확정 판결을 받아냈다.

앞서 2014년에는 허 전 회장이 뉴질랜드에 부동산을 차명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의 부동산은 허 전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지분 85%를 보유한 대주글로벌매니지먼트 등의 명의로 등재돼 있다. 이들 부동산은 당시 시세로 약 700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허 전 회장은 2019년 대주그룹 계열사이던 대한화재보험(현 롯데손해보험) 차명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그러나 허 전 회장은 첫 재판이 열린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 7번째 공판까지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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