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문란’인가 ‘윗선 개입’인가…경찰 ‘인사 번복’ 의혹 눈덩이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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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인사 번복된 적 없다…국기문란" 경찰 질타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유의 '경찰 인사 번복'에 대한 행정안전부 해명이 거듭될수록 정부의 '경찰 길들이기' 논란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 결재가 나기 전에 경찰이 자체적으로 공지하면서 이 사달이 났다"고 해명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경찰을 질타하고 나섰지만, 번복된 인사에 대한 윗선 개입 의혹은 더 증폭되는 양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경찰의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에 대한 질의에 "아주 중대한 국기문란, 아니면 어이없는,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치안감 인사를 한 차례 번복해 '경찰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과는 반대로 경찰이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의 결재도 없이 인사 발표를 강행했다가 뒤늦게 바로 잡았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경찰에서 행안부로 자체적으로 추천한 인사를 그냥 보직을 해버린 것"이라며 "치안감 인사가 번복됐다고 하는데, 번복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말이 안 되는 일이고, 이것은 어떻게 보면 국기문란일 수도 있다"며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고 부연했다.

인사 번복 과정에 대한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경찰청의 해명이 진실 공방으로 이어진 가운데, 애초에 인사가 번복된 적이 없다고 대통령이 선을 그은 모양새다. 경찰청은 전날 "실무자가 최종 버전이 아닌 중간 버전을 올리고 나서 뒤늦게 오류를 발견했다"고 해명했다가 "행안부가 (최종본을) 잘못 보냈다"고 해명 내용을 또 바꿨다. 이에 대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이 희한하게 대통령 결재가 나기 전에 자체적으로 먼저 공지해 이 사달이 났다"고 다른 설명을 한 상황이었다.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며 경찰 책임론에 쐐기를 박았음에도 인사 번복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치안감 인사는 경찰과 행안부, 대통령실이 비공식적으로 사전 조율과 협의를 거쳐 내정한다. 3자 간에 여러 후보안을 주고 받다가 대통령실이 최종 확인을 해주면 행안부 장관의 제청과 대통령 재가라는 공식 절차를 거쳐 최종 인사안을 발표하게 된다. 지금까지 나온 해명을 정리해보면 통상 해오던대로 통보받은 인사안을 발표했는데, 그 과정에 파견 경찰의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 ⓒ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 ⓒ연합뉴스

하지만 거듭되는 해명에도 해소되지 않는 의문점들이 있다. 경찰청은 21일 오후 4시께 행안부로부터 치안감 인사 예고를 들었고, 치안정책관에게서 오후 6시 15분께 첫 번째 안을 받아 7시께 내부망에 공지했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딱 한차례 결재를 했다고 하는데, 행안부에서 왜 대통령의 결재가 나기 3시간여 전에 인사안을 송부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희한하다'며 지적하고 나선 대목이다. 앞서 경찰청 측은 대통령실과 행안부, 경찰청의 '크로스 체크'가 부족했다면서, 대통령 결제 전 최종안을 공지한 것은 '관행'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왜 최종안이 아닌 중간단계의 검토 자료가 전달된 이유와 정정하기까지 2시간이 소요된 배경도 설명이 안되고 있다. 그날 8시 38분께 치안정책관이 유선상으로 수정 요청을 해온 후 다시 최종안을 보냈고, 이후 확인 과정을 거쳐 9시 34분께 내부망에 재공지했다. 10시에는 대통령 결재가 이뤄졌다. 최초 공개된 인사안과 최종 인사안에서 자리 배치가 달라진 인물들을 보면 윗선 개입 정황을 알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문재인정부 국정상황실 파견 경력이 있는 치안감이 요직으로 발령났다가 한직으로 빠진 반면, 윤석열정부 인수위원회에 파견됐던 경찰관 등은 그대로 요직에 배치됐다는 것이다. 

경찰 지휘부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과 달리 일선 경찰들은 기자회견과 성명, 토론회 정부청사 앞 1인 시위 등을 통해 최근 발표된 경찰 통제 권고안과 인사 번복 등 '경찰 길들이기' 관련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 또한 김창룡 경찰청장과의 면담 후 윤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면서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혀 향후 진실 공방을 예고한 상태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이상민 장관이 당일 5시쯤 (조지아 출장에서) 귀국했고 6시께 1차 인사안이 경찰청에 내려왔고 2시간만에 번복됐는데, 윤 대통령께서 경찰청이 올린 안을 그대로 발표했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이 올린 안과 다른 안으로 1차 안이 내려왔고 이후에 또 한 번 수정됐다. 1차로 내려온 안은 행안부와 분명히 얘기된 것"이라며 "오히려 2시간 사이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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