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패싱’에도 반발없는 檢…커지는 ‘용산검찰청’ 우려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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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공석 길어지는 가운데 尹정부 출범 후 두 번째 인사
‘친윤·특수통’ 약진 속 尹-韓-檢 직할체제 굳어지는 모양새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검찰 인사가 단행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후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주요 인사가 속전속결 이뤄지고 있지만, 검찰의 반응은 여느 때와 다르다. 그동안 정권 차원의 '총장 패싱' 논란을 두고 수차례 반발이 터져 나왔지만, 총장 공석 상태로 연쇄 인사가 이뤄지는 데도 검찰은 조용하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법무장관, 대통령실을 비롯해 요직에 포진해 있는 '검찰 출신 친윤 인사'들로 직할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는 우려는 더 커진다. 누가 오더라도 '식물총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용산검찰청'을 구축하고 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법무부는 22일 대검검사급(고검장·검사장) 간부 33명의 인사를 단행, 검찰 지휘부를 대폭 교체했다. 한 장관 취임 후 이뤄진 두 번째 검찰 인사에서도 '친윤' 및 특수통 검사들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전국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에는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신봉수 서울고검 검사(52·사법연수원 29기)가 승진 배치됐다. 그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첨단범죄수사1부장을 맡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오른 후 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승진했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을 지휘했다. 

윤 대통령과 근무연이 있는 정영학 울산지검 차장검사(49·29기)와 신응석 서울고검 검사(50·28기), 이진동 서울고검 감찰부장(54·28기)도 검사장으로 진급했다. 

대검 형사부장에 발탁된 황병주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장(48·29기)은 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때 한 장관과 손발을 맞추며 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 대검 검찰연구관 등을 지냈다.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승진해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마무리 할 임관혁 광주고검 검사(56·26기)도 대표적인 '친윤 특수통' 검사다. 여성 최초 고검장이 된 노정연 창원지검장은 윤 대통령과 함께 성남지청에 근무할 때 '카풀 멤버'였다. 대전고검장으로 승진한 이두봉 인천지검장 또한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반면 전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검사들은 한직으로 분류되는 법무연수원 등으로 줄줄이 좌천됐다. 앞서 법무부가 '유배지'로 불리는 법무연수원의 검사 연구위원 정원을 기존보다 5명 늘려 총 9명으로 하는 조직 개편안을 추진할 때부터 이같은 좌천 인사 확대 기조는 예고돼 있었다. 

5월1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바람에 날리는 검찰 깃발 ⓒ 연합뉴스
5월1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바람에 날리는 검찰 깃발 ⓒ 연합뉴스

손발 맞출 참모진 인사권 못쥐는 검찰총장

문제는 검찰총장이 없는 상황에서 이미 총장을 보좌할 대검 참모 진용이 꾸려지고, 주요 보직에 대한 인선까지 어느정도 마무리 됐다는 점이다. 검찰청법에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토록 하고 있다. 검찰 인사에 대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자는 취지다. 

그러나 총장의 인사권 행사가 사실상 제한돼버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새로운 수장이 오더라도 힘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와 정치권의 중론이다. 인사권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강조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되자 '법과 원칙' 기조에서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총장 재직 시절 인사권을 두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공개 대립했다. 당시 윤 총장은 자신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추 장관의 인사안에 공개 반발하며 정부가 검찰의 중립·독립성을 해치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2020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권도 없고 주변에서 다 식물총장이라 한다"고 공개적으로 성토했다. '추·윤 사태'가 거듭되면서 일선 검사들과 간부들도 비판에 가세, 조직적인 반발이 펼쳐지기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월2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를 나서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월2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를 나서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패싱' 아니라지만…'허수아비·식물총장' 우려 커져

새 정부가 출범한 지 40일이 지났지만 법무부는 아직까지 총장후보추천위원회조차 꾸리지 않았다. 총장추천위가 구성되더라도 임명 완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공석 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통령'으로 올라 선 한 장관이 사실상 검찰총장직을 겸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새 총장이 자신과 손발을 맞출 대검 참모 등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권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쉽사리 총장직을 맡을 인물이 있겠느냐는 탄식도 나온다. 야당도 차기 검찰총장은 '허수아비 총장' '식물총장'이 될 수밖에 없다며 노골적인 '패싱'이 전개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단 윤 대통령과 한 장관, 검찰 측은 일제히 총장 패싱 논란을 일축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한 장관이 검찰총장이 없는 가운데 인사를 하면서 식물총장 패싱 우려가 나온다'는 질의에 "검찰총장이 식물이 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검찰총장은 전국 검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차피 인사권은 장관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며 "검사나 경찰(인사)에 대해 책임장관으로서 인사권한을 대폭 부여했기 때문에 아마 법무부 장관이 능력이라든지 이런 것을 감안해 (인사를) 잘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검수완박 후속 대응과 주요 수사 시점 등을 고려해 선제적 검찰 인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검찰 의견을 많이 수용하고 있다"며 패싱 논란에 선을 그었다. 

검찰총장 직무대리인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도 "법무부와 인사안에 대해서 충분히 협의해 이견이 해소됐다"며 "어떤 총장이 오셔도 참모들과 일하시는 데 부족함이 없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인사를 단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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