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은 ‘우리 장관’, 윤대진은 ‘사의’…운명 엇갈린 尹사단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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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진 검사장, 고검장 승진 불발 후 사의표명
尹대통령 최측근이었지만 ‘유배지’서 마무리
2018년 11월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검사인사제도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8년 11월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검사인사제도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사단'으로 불린 검찰 인사들의 운명이 엇갈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존재감을 키우며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소윤'으로 불렸던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은 수사 일선으로 복귀하지 못한 채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2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윤대진 검사장(사법연수원 25기)은 최근 단행된 검찰 고위직 인사 발표 이후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검사장은 지난 22일 발표된 고검장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윤 대통령 검찰 재직 시절 오랜 시간 함께 손발을 맞췄던 인물이기에 윤 검사장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렸었다. 검찰 재직 시절 윤 대통령은 '대윤(大尹)', 윤 검사장은 '소윤(小尹)'으로 불리며 '윤석열 사단'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윤 검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이후 한직으로 밀려나 있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여러 번의 인사에서 줄곧 좌천당한 윤 검사장은 최근까지 29개월 동안 한직을 전전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수사일선으로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법무연수원이 마지막 근무지가 됐다. 사법연수원 25기 검사장 가운데 이번 인사에서 승진이 누락된 것은 윤 검사장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사단'의 출발점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수사팀에 함께 몸 담았던 한 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주요 부처와 대통령실 핵심 보직을 꿰찬 것과도 상반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단행된 검찰 첫 정기인사를 지휘한 인물이 한 장관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운명은 더 극명히 엇갈린다. 

윤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의 '검찰총장 패싱 인사' 논란을 두고 "우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인사를) 잘했을 것으로 본다"며 전폭적인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거액의 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검사장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등의 존재가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세무서장은 윤 대통령과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고, 그가 과거 수사를 받을 당시 검찰에 몸담고 있던 윤 대통령이 변호사 소개 등을 해줬다는 의혹도 불거진 바 있다. 이와 관련한 의혹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 시절 청문회에서 주요 쟁점이 됐고, 이후로도 잡음이 계속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두고 두 사람 간 이견이 표출됐고, 관계가 더욱 악화됐다는 얘기도 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여진 이어지는 인사…줄사표 내는 검사들

한편,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 정기인사 이후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승진을 못한 검사들의 사직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유배지'로 불리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난 최성필 대검 과학수사부장(사법연수원 28기)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친문 검사' 분류되는 그는 과거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근무하면서 이성윤 당시 지검장과 함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채널A 사건' 무혐의 처분을 막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어진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대검 참모로서 김오수 전 검찰총장을 보좌했다.

'공안통'으로 꼽히는 임현 서울고검 형사부 부장검사(28기)도 사의를 표했다. 임 부장은 대검 공안 1·2과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을 지냈고,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기 대검 공안기획관으로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지휘했다.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만큼 이번 인사에서 요직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검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했다.

허인석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차장검사(31기) 또한 이날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그동안 도와준 동료 선후배 검사, 수사관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사직 의사를 전했다.

한 장관 취임 후 줄사표가 나오고 있는 검찰에서는 추가 사의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전 정권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인사들이 대거 사표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성식 광주고검 차장검사(27기)와 고경순 춘천지검장(28기), 이종근 대구고검 차장검사(28기) 등은 전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받았다. 이성윤 고검장(23기)과 심재철 검사장(27기), 이정현 검사장(27기)도 지난달부터 연구위원으로 근무 중이다.

한 장관이 이들을 주요 보직에 기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힌 만큼 후속 사의 표명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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