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민생’?…尹정부 50일 동안 공염불 된 협치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8 14: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금리‧고물가에 서민 삶 ‘절벽’ 앞인데…여야 ‘월북’‧‘원 구성’ 등 사사건건 갈등
협치 실종에 전문가 우려…“국회 공전 피해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

“정권 교체에 담긴 국민 뜻을 받들겠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과 국익을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난 5월10일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여야 지도부는 동시에 ‘협치’를 다짐했다. 그러나 이후 50일, 여야의 공언은 ‘공염불’이 된 모양새다. 유례없는 경제 위기로 서민의 삶은 더 어려워졌지만 여야는 인사‧경제‧외교 전 분야에 걸쳐 파열음만 내는 양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야의 불통이 계속될 시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이 보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국민 삶 더 어려워졌다…경제난 직면한 尹정부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인 가족 식비가 월평균 100만원을 넘어섰다. 올해 1분기(1~3월) 국내 4인 가구가 지출한 식비는 월평균 106만6902원이다. 전년 같은 분기보다 9.7% 증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식량가격이 상승한 영향이 컸다.

‘밥상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물가도 덩달아 치솟는 모양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4% 급등하며 13년 9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6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6% 이상 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선을 넘으면 1998년 11월(6.8%) 이후 23년만의 최대 상승이 된다.

서민들로선 암담한 현실이다. 쓸 돈이 늘어나는 데 ‘갚아야 할 돈’도 그만큼 늘어난 탓이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7%대에 들어선 상황에서 금융권 대출금리 상단이 연내 8%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8%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자영업자들의 ‘줄도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영업 대출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40% 넘게 급증한 상황에서 금리 상승기까지 맞물리면, 내년부터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올 3월 말 기준 960조7000억원이다. 2019년 말(909조2000억원)보다 40.3% 급증했다.

대출 3억원 상당을 발생시켜 지난해 경기도 남양주 한 아파트에 입주한 전민기씨(35)는 “대출이자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주식까지 빠지니 당장 가용할 수 있는 돈이 적어졌다”며 “회사도 사정이 어렵다며 인센티브를 없앤 탓에 적금 액수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27일 서울 마포구 내 한 주민센터에 저소득층 한시 긴급생활지원금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27일 서울 마포구 내 한 주민센터에 저소득층 한시 긴급생활지원금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협치 다짐하더니…‘불통’에 공전하는 국회

문제는 공전하는 국회다. 깊어지는 경제난에도 여야 관계가 틀어진 탓에 입법기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 취임 후 50일, 여야가 경제 분야에서 대타협을 이루거나 공감대를 이룬 사안은 단 1건도 없다. 여야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해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인사 적절성’ 등을 두고 틀어지기 시작한 여야 관계는 이후 ‘검찰 보복 수사 논란’, ‘서해 피습 공무원 수사’ 등으로 번졌다.

여야는 ‘민생’을 볼모 삼은 채 ‘네 탓 공방전’만 주고받는 양상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 원내대표가 통 큰 결단으로 양보했으면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여당으로서 민생고에 시달리는 국민의 마음을 살펴 밤새 약속을 지키자고 매달려도 모자랄 것”이라며 “하지만 여당은 그 어떤 양보도 없이 절벽같이 고집만 피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한다고 한다. 2020년 전반기 국회의 재연이 될까 매우 우려스럽다”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본회의를 소집한다면 이는 입법 독주 재시작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야의 ‘불협화음’이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이 입게 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미래가 아닌 과거를 두고, 국익이 아닌 당리당략을 앞세워 다퉈서는 국회에 대한 불신만 깊어지게 될 것이란 우려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원 구성이 늦어지면 시급히 처리되어야 할 민생법안과 개혁과제도 늑장처리가 되거나 충분한 숙의 없이 졸속처리가 될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초래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이 뻔하다”고 했다. 이어 “지난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의가 ‘서로 견제하되, 타협하고 협치하라’는 것에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야 모두 자당의 능력이 아닌 타당의 단점만 부각시키는 ‘흠집내기 정치’를 하는 탓에 협치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국민의힘은 사사건건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아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민주당도 5년 내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데 열을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우리나라 정치는 ‘상대가 죽어야 우리가 사는’ 구조다. 공존의 정치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