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으로 향하는 서해 피살사건…소환되는 ‘세월호 프레임’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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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7시간’과 닮아 있는 ‘서해 피살 6시간’ 공세
與 ‘월북 몰이’ 맹공 속 ‘역풍’ 우려도

“문재인 전 대통령은 6시간 동안 무엇을 했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어디에 있었나.”

전자는 2022년 현재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서해 피살 사건’과 관련한 여권의 공세다. 후자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야권에서 내세운 주요 공격 구호다. 8년 사이 같은 프레임에 여야 공수만 뒤바뀐 셈이다.

국민의힘은 ‘서해 피살 사건’ 진실 규명을 고리로 야권에 공세를 퍼붓는 동시에 문 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국민의힘과 유족 측은 사건 당시 문 전 대통령의 행적에 의문을 제기하며 법적 책임까지 지운다는 계획이다. 다만 과도한 공세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옆 모습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옆 모습 ⓒ 연합뉴스

“文, 6시간 동안 뭐 했나”…“세월호와 무엇이 다른가”

‘서해 피살 사건’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유족 측은 28일 서주석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 청와대‧해양경찰청 관계자를 검찰에 추가 고발했다. 지난 22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고발한 데 이어 두 번째 조치다. 유족 측은 “청와대가 무엇을 했고 은폐와 조작에 누가 얼마만큼 개입되었는지 진실은 엄중한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 측은 당시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하지 않으면 문 전 대통령까지 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북한군 당국에서 이대준씨를 발견한 2020년 9월22일 오후 3시30분부터 피살된 오후 9시40분까지 청와대의 행적이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사건 관련 진실 규명 TF 단장을 맡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6시간 동안 당시 대통령의 구조 지시가 없었다더라.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사라진 6시간’ 공방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국민의힘에서 꺼내든 공격 포인트다.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은 “실종 당일 문 대통령은 무엇을 했는지 분‧초 단위로 설명하라(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 “대한민국 국민이 사살당하고 불태워졌는데 문 대통령은 무엇을 했나(주호영 당시 원내대표)”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는 “문 대통령이 그토록 비판하던 ‘세월호 7시간’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세월호 사건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2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윤성현 남해해경청장과 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등 4명을 공무집행 방해와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2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윤성현 남해해경청장과 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등 4명을 공무집행 방해와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년 만에 공수 뒤바뀌어…“정치공세 안 돼” 우려도

정치권에서 세월호 사고를 소환하는 이유는, 해당 사건이 정권을 전복시킬 만큼 강렬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은 2014년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의 침몰로 단원고 학생 등 250여 명을 사망 또는 실종에 이르게 한 사고로, 부실한 선박 관리와 정부의 늑장 대응 등이 참사 원인으로 지목됐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 당시 무책임한 대응 능력을 보였다는 이유로 민심 이반에 직면했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며 최종 탄핵 당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사라진 7시간’ 프레임을 씌우며 적극 공세를 펼쳤다.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낱낱이 밝히라”는 공세였다. 현재 국민의힘이 ‘서해 피살 사건’을 두고 문 전 대통령의 6시간 동안 행적을 꼬집는 게 연상되는 대목이다. 

다만 이번 사건과 연계해 세월호 참사를 거론하는 게 여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시사저널과 만나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제2의 세월호 사건’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전임 정부의 잘못은 ‘월북이라고 단정한 것’에 있고 여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진실게임으로 번진다면 ‘정치 공세’로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세월호와 연계하면 동조하지 않는 여론들도 많을 것”이라며 “건조하게 접근해서 잘잘못을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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