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는 ‘어대명’, 남은 건 최고위원?…민주 ‘지도체제’ 새 뇌관으로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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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vs친문 갈등 이면엔 ‘공천권’…당 대표 권한 축소 ‘절충안’ 두고 신경전 과열

당 안팎의 불출마 압박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8월 전당대회 출마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당 일각에선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이 의원도 이르면 7월 초 공식 출마 선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내 ‘어대명’ 기류가 확산하면서, 당 지도체제가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했다. 이 의원의 당권 가능성이 높다면, 최고위원 자리라도 친문(친문재인)계가 차지해 당 대표를 견제하겠다는 구상에서다. 친문계가 최고위 권한 확대를 골자로 하는 지도체제 개편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다만 이마저도 “효과적인 저지 수단은 아닐 것”이란 평가를 받는 처지라, 이 의원의 ‘당권 드라이브’에 힘이 실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인천시 계양구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이재명과 위로걸음'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18일 인천시 계양구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이재명과 위로걸음'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 연합뉴스

불출마 압박에도 이재명은 ‘마이웨이’

6월29일 현재 민주당 내에선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만류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그의 출마를 당연시하는 기류가 읽힌다. 이 의원 출마 선언의 구체적 시점도 거론된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은 100%”라며 “민주당 후보 등록일이 7월17일이니까, 7월4~6일쯤 스텝을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7월 초 출마 선언을 할 것이란 얘기다.

반면 이 의원과 경쟁 구도를 형성한 친문계는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실상 이 의원의 ‘동반 불출마’를 압박하는 카드로 보이지만, 결국 통하지 않은 셈이다. 지난 22일 전해철 의원에 이어 28일 홍영표 의원이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는데도 이 의원 측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의 공식 입장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것이지만, 당 원로들이나 ‘개딸(개혁의 딸·이재명 여성 지지층)’로 불리는 지지층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당 대표 출마를 앞두고 세 확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의원이 실제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평가받는다. 당 대표 후보군 가운데 이 의원만큼의 체급을 갖춘 경쟁자가 없어서다. 유력 경쟁자였던 친문계는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이나 ‘97그룹(90년대 학번, 70년대생)’에선 우후죽순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출마할 것으로 예측되는 주자들만 10여 명 남짓이다. 후보자 간 세력이 분산될수록, 상대적으로 이 의원의 존재감이 더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오른쪽)과 홍영표 의원(왼쪽)이 24일 오전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뒤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오른쪽)과 홍영표 의원(왼쪽)이 24일 오전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뒤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 ⓒ 연합뉴스

친문, 지도체제에 눈길…최고위서 견제

친문계는 당 대표보다 최고위원으로 관심을 돌리려는 분위기다. ‘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면, 최고위원에라도 친문계가 약진해 권력의 균형을 이루겠다는 의도다. 최고위에 친문계가 다수 포진할 경우, 향후 이 의원의 당권에 적절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구상이다. 친문계가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에 지도체제 개편을 강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친문계는 당 대표 후보자 중 최다 득표자에 대표직을 주고 나머지로 최고위를 구성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득표순으로 지도부를 꾸리는 만큼, 특정 계파가 권력을 싹쓸이할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는데, 상대적으로 ‘마이너리그’로 취급받는 최고위원 경선에 친명계 의원들이 대거 출마할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친문계로선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전준위 내 기류는 이미 ‘현행 유지’에 무게가 실린 분위기다.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민주당에 어떤 지도체제가 적합한지 더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전준위 내에선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대표‧최고위원 분리선출)가 우세한 기류”라고 말했다. 친문계 일각의 주장 대신 현행 지도체제 유지에 힘을 실은 발언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23일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23일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여느 때보다 전대 갈등이 극심한 이유

대신 전준위는 ‘절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최고위의 기능을 강화해 당 대표의 권한을 제약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는 것이다. 그 중심엔 공천권이 있다. 현행 당규상 공천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공직자후보자검증위원회 인선은 최고위 심의를 거쳐 당 대표가 임명하는데, 여기서 최고위의 ‘동의’ 절차를 ‘필수’로 바꾸는 구상이 거론된다. 사실상 당 대표 독단적으로 공천권을 휘두를 수 없게 제동을 거는 장치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 같은 ‘절충안’마저도 이 의원으로의 권력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권력 패권에 따라 움직이는 법”이라며 “친문계에서도 결국 ‘이재명’에 투항하는 의원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 전 교수는 일각에서 거론되는 ‘민주당 분당설’과 관련해선 “분당을 하려면 구심점이 있어야 하는데 (친문계는) 그런 형편이 못 된다. 가능성 없다”고 선을 긋고 “결국 공천권 쥔 사람 중심으로 (권력이) 모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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