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저격수’ 된 박민영, ‘제2 이준석’ 부상하나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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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둔 野박지현과의 논쟁으로 정치권 관심 집중
토론대회 우승자 출신…‘당‧정‧대’ 모두 비판하며 李와 유사한 행보

여야의 공통 관심사는 지도부의 ‘세대교체’다. 이른바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용퇴론과 맞물린 화두다. 실제 지난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국내 최초의 30대 보수정당 당수가 되면서 세대 교체의 물꼬를 텄다. 다만 이후 정치력과 경력, 대중성을 갖춘 ‘포스트 이준석’은 나타나지 않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목받는 ‘90년대생 정치인’이 있다. 주인공은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이다. 또래이자,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었던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을 연이어 저격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바른정당 출신으로 ‘스토리’와 실력을 갖춘 박 대변인이, 이 대표 이후의 ‘영(young) 리더’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페이스북 캡쳐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페이스북 캡쳐

‘당권’ 노리는 박지현, 그런 박지현 잡는 박민영

박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전장(戰場)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그의 주된 타깃이 된 건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다. 화두는 ‘최저임금’이다. 박 전 위원장이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장문의 게시글을 올릴 때마다, 박 대변인이 실시간으로 박 전 위원장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여야 ‘90년대생 정치인’ 간 논박이 치열하게 펼쳐지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기업주들의 요구대로 최저임금은 동결하고, 1주일에 최고 92시간까지 일하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드디어 ‘반노동 본색’을 드러냈다”고 직격했다. 그러자 박 대변인은 즉시 페이스북을 통해 “경제의 ‘ㄱ’ 자만 알아도 이런 헛소리는 못 할 것”이라며 박 전 위원장의 주장을 일일이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변인은 ▲진짜 약자들은 경직된 규제의 수혜자가 될 수 없다 ▲가난한 사람들에겐 ‘일할 자유’도 중요하다 ▲주 52시간제의 차등 적용은 현실을 반영한 타협안 ▲법인세는 재벌세가 아니다 ▲현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민생 파탄을 부추길 것이라는 총 다섯 가지의 주장을 내세웠다.

박 대변인이 조목조목 박 전 위원장의 주장을 반박하자, 박 전 위원장은 28일 페이스북에 또 다른 게시글을 올리며 최저임금 인상을 거듭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경영계와 국민의힘은 최저임금이 물가상승을 부른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물가상승과 최저임금의 연관성은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가 더 많다”며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민주당이 강하게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박 대변인은 이번엔 ‘증거’를 들이밀며 박 전 위원장을 코너로 몰았다. 박 대변인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위원장이 시민기자 시절 작성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학생 울리는 밥값’이라는 제하의 기사 캡처 사진과 함께 “민주당만 들어가면 상식적으로 사고하던 사람도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갖게 되나 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해당 기사는 박 전 위원장이 4년 전 강원도 춘천 지역의 한 매체에 기고한 기사로, ‘최저임금 인상이 외식업계 가격상승을 부추겼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페이스북 글과 배치되는 지점이다.

ⓒ페이스북 캡쳐
ⓒ페이스북 캡쳐

검정고시 출신 경제학도…李와 공통분모 多

박 대변인은 박 전 위원장 외에도 ▲탈원전과 전기세 ▲게임 규제 ▲탈북민 ▲원 구성 협상 등 다양한 정치 화두에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여당 대변인으로서의 당연한 책무다. 다만 박 대변인 특유의 ‘돌직구성 발언’과 팩트(fact)를 직접 찾아 반박‧해명하는 방식이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을 쏠리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정당 내 직함이 반드시 실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런 면에서 최근 토론 등을 통해 공개채용한 ‘국대’(국민의힘 대변인단)들은 적어도 최소한의 능력을 검증받은 인물들”이라며 “박민영 대변인의 경우 확실히 돋보인다. 메시지를 요약하고 전달하는 방식이 웬만한 중진 의원보다 세련되고 능숙해 보인다”고 전했다.

여권에서는 박 대변인의 ‘스토리’가 이준석 대표와 상당 부문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른바 ▲‘엘리트 대학’ 출신이자 ▲IT/경제 지식을 갖췄으며 ▲토론 실력이 검증됐다는 점과 ▲바른미래당 출신의 개혁보수성향이라는 점이 이 대표와 박 대변인 간의 공통분모로 꼽힌다.

1993년생인 박 대변인은 검정고시를 거쳐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2017년 바른정당이 주최한 토론대회에서 우승하며 정치권에 데뷔했고, 총 11개의 전국단위 토론대회에서 우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0월,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대변인을 맡았으며 2022년 1월, 국민의힘 정강정책 방송연설자에 선발되기도 했다.

이 대표와의 관계도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대표를 포함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거침없이 날리는 모습이다. 박 대변인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정대 모두에 아쉬움이 크다”며 “너나 할 것 없이 ‘핵심 관계자’를 자처하며 대통령의 권위에 편승하려 드는 것도 문제다. 메시지 관리 부재로 지지층은 분열하고 있으며, 대통령의 지지율 또한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을 상대하는 것보다 당정대에 쓴소리를 내는 쪽이 당과 대통령을 위한 길이라는 판단이 서기 직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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