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1위는 SK, 체면 구긴 재계 1위 삼성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2.07.06 10:00
  • 호수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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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 76곳 ESG 경영 현황 전수분석
상위와 하위 기업집단 간 ESG 양극화 경향 뚜렷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국내외 투자 업계에서 ESG 등급을 기업가치 평가에 포함시킬 정도로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평가가 하락하면 재무적 요소가 아무리 우수해도 대외적인 기업 이미지나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때문에 재계에서도 그동안 ESG 등급을 높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오너까지 나서 ESG 경영을 직접 챙길 정도였다.

특히 하반기가 되면 ESG 등급 평가 결과가 공개된다. 국내 주요 ESG 평가사 중 한 곳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이미 각 기업의 ESG 평가에 나선 상태다. KCGS는 기업의 피드백을 받은 뒤 10월에 평가 등급을 공개할 예정이다. 기업들 역시 이 일정에 맞춰 현황 점검에 분주한 모습니다. 하지만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말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공시한 자료를 토대로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76개사의 ESG 등급을 전수조사했다.

10대 기업 올A, 아쉬움 남는 삼성 B+

대기업집단 76개사의 ESG 종합등급을 분석한 결과 A+ 2곳, A 25곳, B+ 19곳, B 4곳, C 5곳, 비공개 21곳이었다. 한국기업기배구조원의 ESG는 S(탁월), A+(매우 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 취약) 등 총 7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비상장기업집단은 ESG 등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해당 기업의 핵심 계열사의 ESG 등급을 반영했으며, 이마저도 공개되지 않는 기업은 비공개로 처리했다.

우선적으로 상위 기업집단과 하위 기업집단 사이에 ESG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자산총액 10조원을 초과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업들은 대체로 ESG 종합등급이 우수(A)하거나 양호(B+)한 편이다. 반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몇몇 기업은 ESG 경영이 취약(C)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기업집단의 경우 ESG 경영을 적극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하위 기업집단일수록 상대적으로 ESG 성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ESG 경영이 가장 우수한 기업집단은 SK그룹이다. SK그룹은 2020년과 2021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등급 평가에서 2년 연속 A+를 획득했다. 아울러 12개 주요 계열사가 모두 ESG 평가에서 A등급 이상을 부여받으면서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SK그룹의 활발한 ESG 사업 행보 이면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있다. 그는 2004년부터 ESG 경영 전략의 기초를 마련해 구체적인 사업을 그룹 전 계열사에 적용해 사업구조 개선에 힘을 실었다.

KT도 ESG 종합등급에서 A+를 부여받으면서 ESG 경영 우수 기업집단으로 분류됐다. 이 외에 A등급을 받은 공시대상기업집단은 현대자동차, LG, 롯데,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농협, 신세계, CJ, 한진, 카카오, 두산, LS, DL, 현대백화점, HMM, 효성, KT&G, 대우조선해양, OCI, 아모레퍼시픽, 삼양, 애경(애경산업),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해상화재보험 등이다.

그런 점에서 재계 1위 삼성그룹의 ESG 성적표는 다소 아쉽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는 ESG 종합등급에서 B+를 부여받았다. 준수한 ESG 경영을 펼치고 있으나, 10대 기업이 모두 ESG 경영에서 A등급을 받았다는 점에서 대조된다. 삼성전자의 ESG 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건 지배구조(G) 탓이다. 

KG케미컬·일진홀딩스는 종합 C등급

지난해 삼성전자는 환경(E)과 사회(S) 부문에서 각각 A와 A+ 등급을 획득해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지배구조 부문은 B등급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 경영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오랜 사법 리스크가 지배구조 등급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계 서열 30위인 영풍그룹 장형진 회장의 ESG 경영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다. ESG 종합등급에서 C를 받은 건 47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영풍이 유일하다. 영풍은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평가에서 환경 부문 D등급, 사회 부문 C등급, 지배구조 B+ 등급을 부여받았다. 특히 환경 부문에서 영풍 석포제련소는 중금속 발암물질인 카드뮴 오염수의 낙동강 불법 배출과 각종 환경법 위반으로 낙제점을 받았다. 이처럼 영풍이 환경 관리에 실패하면서 ESG 경영에 큰 위기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외에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 4곳의 핵심 계열사는 ESG 경영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먼저 재계 서열 63위 중앙그룹의 콘텐트리중앙은 환경 부문 D등급, 사회 부문 B등급, 지배구조 C등급을 부여받으면서, ESG 종합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이어 재계 서열 69위 유진그룹의 유진증권은 환경 부문 C등급, 사회 부문 C등급, 지배구조 B등급으로 ESG 종합평가에서 C등급을 기록했다. 이번에 새롭게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된 KG그룹(KG케미칼)과 일진그룹(일진홀딩스) 역시 ESG 종합등급에서 C등급을 부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9곳은 ESG 등급이 조정되기도 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정기 등급이 부여된 이후에도 기업에서 ESG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 분기마다 등급을 조정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모두 각종 사건·사고와 악재로 ESG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이들 가운데 포스코홀딩스(A+→A), 현대자동차(A+→A), 동국제강(B+→B) 등은 ‘반복적인 근로자 사망 사고’를 이유로 사회 분문 등급이 한 단계 하락했다. HDC그룹의 현대산업개발 역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사회 분야 등급이 기존 B에서 C로 강등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조정 사유에 대해 “안전사고 재발 방지 대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대규모 재해로 인해 기업가치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하림과 하이트진로는 오너 리스크로 지배구조 부문에서 ESG 등급이 떨어졌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최근 2세 승계를 위한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았다. 이후 하림지주와 팜스코는 각각 A에서 B+로, 선진은 B+에서 B로 지배구조 부문 등급이 하락했다. 특히 하림지주와 팜스코는 ESG 통합등급도 각각 A에서 B+로 떨어졌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하이트진로도 마찬가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계열회사 및 친족에 대한 사항을 고의로 누락했다고 판단해 하이트진로의 지배구조 부문 등급을 B+에서 B로 조정했다.

재계 서열 31위인 셀트리온도 내부 시스템 미흡으로 체면을 구겼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증권선물위원회가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감사인 지정 등의 조치를 당하며, 두 기업 모두 ESG 통합등급이 B+에서 B로 떨어졌다. 회계 정보 신뢰도 확보에 대한 내부 통제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이 등급 하향의 요인으로 지목됐다. 셀트리온제약은 지배구조 부문만 B에서 C 등급으로 내려갔다.

ESG 경영을 가장 잘한 것으로 평가된 KT와 가장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영풍의 올해 ESG 등급도 일부 조정됐다. KT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네트워크 장애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 사회 부문에서 등급이 하락했다. 당초 A등급이었는데, B+로 조정됐다. 영풍은 카드뮴 오염수 낙동강 불법 배출로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과징금 281억원을 부과받으면서, 환경 부문이 C에서 D등급으로 떨어졌다.

 

올해 평가 앞두고 ‘ESG 워싱’ 뒷말도 

재계는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를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화그룹은 ESG위원회 출범 1주년을 맞아 임직원 80여 명이 모여 ESG 경영 실천 의지를 다지는 행사를 개최했다. 현대중공업은 주요 계열사 12곳에 인권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외에 여러 기업이 각종 보도자료를 통해 ESG 경영 성과를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ESG 평가를 앞두고, 실제 개선 없이 ESG 워싱(washing)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 시선도 적지 않다. 

특히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국내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과 코스닥 상장 기업 등을 대상으로 2011년부터 ESG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기업 공시자료, 뉴스 보도 등 미디어 자료, 별도의 감독기구들에서 공시하는 정보들을 종합해 각 기업에 대한 기초 데이터를 마련한다. 이 기초 데이터를 활용해 기본평가와 심화평가를 거쳐 매년 10월 정기적으로 등급을 부여한다. 이 때문에 올해 ESG 평가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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