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 기업이 주목하는 Z트렌드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2.07.07 10:00
  • 호수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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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비권력 Z세대 잡기 위해 주력하는 유통가
숏폼·참여형 콘텐츠·NFT 발행 등으로 전략 다각화

디지털에 익숙하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다. 콘텐츠의 범람과 함께 성장했다. 그들의 문화를 디지털에 투영하고, 여론을 만들고, 유행을 선도하며 경제활동과 소비 패턴의 새로운 법칙을 만들어가고 있다. 소비에서는 경험을 중시하고 재미를 추구한다. 콘텐츠를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하는 것에도 익숙하다. 같은 관심사로 뭉쳤다가 흩어지는 것도 자유롭다. 가장 강력한 ‘진화 세대’로 불리는 이들, 이름하여 Z세대다. 이들은 어느새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7.5%를 차지했다. 900만 명이 넘는 미래 소비권력을 놓칠 수 없기에, 기업은 Z세대를 이해하고 그들의 특성을 활용해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기업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가 만들어낸 어떤 트렌드에 집중하고 있을까.

콘텐츠에 진심인 Z…그들이 열광하는 것들

Z세대 트렌드의 근원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틱톡,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트위치 등 Z세대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사용하는 앱들이 모두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 각종 ‘밈’과 챌린지들이 여기에서 나온다. 1020이 자유롭게 활용하는 데다, 전 세계에서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뜨거운 아이템이 무엇인지 포착하기도 쉽다. 지금 가장 ‘핫한 것’을 알기 위해 SNS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올해 초 SK브로드밴드는 유튜브를 통해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은 플로타곤 앱을 활용한 광고를 내놨다. 플로타곤은 상황극 제작 앱. 킬링포인트는 자막 없이는 알아듣기 힘든 어색한 한국어 발음이다. 유튜브 조회 수 ‘치트키’라 불릴 정도로 해외에서는 일찍이 메가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Z세대는 플로타곤을 이용해 MBTI 유형별 반응, 생활 에피소드 등을 상황극으로 만든다. ‘머선129’(‘무슨 일이야’의 방언을 표현한 말)나 ‘호적메이트’(형제자매지만 친하지 않은 관계), '오히려 좋아' 같은 신조어를 사용한 SKB의 광고는 유튜브에서도 12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약 빤 영상’으로 각인됐다.

범람하는 콘텐츠 속에서 부각되는 것은 짧고 강렬한 영상이다. Z세대는 텍스트보다는 영상을, 긴 영상보다는 짧은 영상을 선호한다. 문자 그대로 짧은 영상, ‘숏폼’이다. TV나 컴퓨터를 이용해 동영상을 시청하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Z세대의 영상 콘텐츠 소비 패턴은 처음부터 스마트폰 중심이었다. 그렇다 보니 이들은 상대적으로 분량이 짧은 콘텐츠에 익숙하고, 그것을 선호한다. 숏폼 영상에 대한 Z세대의 선호도는 틱톡의 부흥으로도 나타났는데, 틱톡이 연 숏폼 시장에 진입한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쇼츠도 선방하고 있다. 기업은 이 숏폼 시장을 활용한다. 오리온은 15년 전 출시됐던 와클이라는 과자를 재생산하면서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해 제조방식을 공개했다. 쿠팡은 제품이 탄생되는 과정, 로켓프레시로 주문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음식 레시피를 유튜브 쇼츠를 활용해 보여줬다. 마치 짧은 광고처럼,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스토리를 통해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이다.

SKB는 Z세대 사이에서 유행인 영상 플랫폼인 '플로타콘'을 활용한 광고를 공개했다. 플로타곤은 스웨덴에 본사를 둔 메타버스 영상 제작 플랫폼으로 3D 애니메이션 형태의 캐릭터와 배경을 창조해낼 수 있다. ⓒSKB 유튜브 캡쳐
SKB는 Z세대 사이에서 유행인 영상 플랫폼인 '플로타콘'을 활용한 광고를 공개했다. 플로타곤은 스웨덴에 본사를 둔 메타버스 영상 제작 플랫폼으로 3D 애니메이션 형태의 캐릭터와 배경을 창조해낼 수 있다. ⓒSKB 유튜브 캡쳐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든 국순당의 ‘파전 우산’. 제품 판매 요청이 줄을 잇자 국순당은 와디즈를 통해 파전·김치전·애호박전 우산에 대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국순당·와디즈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든 국순당의 ‘파전 우산’. 제품 판매 요청이 줄을 잇자 국순당은 와디즈를 통해 파전·김치전·애호박전 우산에 대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국순당·와디즈

SNS 활용에 누구보다 자신 있는 Z세대는 어떤 현상이나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에도 거부감이 없다. ‘스밍’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키우는 데 익숙한 이들은 자신들의 참여를 통해 브랜드를 키우는 데도 인색하지 않다. 기업이 기획이나 유통, 홍보 등의 과정에 고객을 참여시키는 배경이다. 틱톡의 ‘챌린지’처럼 영상을 통해 참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댓글과 게시글 등 SNS를 활용한 모든 방법으로 양방향 소통이 이뤄진다. Z세대의 목소리가 제품이나 굿즈 출시에 반영되는 사례도 많다. 국순당의 ‘파전 우산’이 대표적이다. 국순당은 지난해 막걸리 제품 리뉴얼을 준비하면서, ‘파전 우산’이라는 이벤트 제품에 대한 의견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객들에게 물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파전을 굽는 소리가 비슷해 좋을 것 같다’는 의견과 함께, ‘간장 종지도 올려주세요’ ‘김치전도 출시해 주세요’라는 요청도 올라왔다. 이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품을 판매해 달라는 요청이 줄을 이었고, 국순당 마케팅팀은 최근 와디즈를 통해 파전·김치전·애호박전 우산에 대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펀딩은 1881%의 달성률을 보이며 성공적으로 종료됐다.

이렇게 SNS를 통한 이벤트는 ‘참여’를 중시하는 Z세대를 움직이게 한다. 지난해 Z세대 대표 쇼핑 앱 중 하나인 지그재그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선호하는 Z세대를 공략해 6주년 기념 ‘케꾸(케이크 꾸미기)’ 이벤트를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보통 인스타그램 이벤트는 오래 게시물을 남기기 위해 ‘피드’를 이용하는데, 24시간이 지나면 휘발되는 ‘스토리’를 통해 이벤트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Z세대가 중시하는 ‘피드의 무드’를 지켜줬다는 평가도 받았다.

CGV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CGV월드를 오픈하고 매표소, 매점, 포토존, 상영관을 만들었다(좌). 현대자동차는 최근 제페토에 현대모터스튜디오를 구축하고 가상공간과 콘텐츠를 구현했다. ⓒCGV·현대자동차
CGV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CGV월드를 오픈하고 매표소, 매점, 포토존, 상영관을 만들었다(왼쪽). 현대자동차는 최근 제페토에 현대모터스튜디오를 구축하고 가상공간과 콘텐츠를 구현했다. ⓒCGV·현대자동차

가상과 현실 넘나드는 Z…게임과 메타버스 진출

Z세대의 경험은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가상에서의 경험은 메타버스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이들은 모바일 게임과 함께 성장한 스마트폰 세대다. 유튜브나 트위치 등 라이브 채널이 커지면서 게임 영상도 활발하게 공유됐고, 그러면서 게임은 서브컬처가 아닌 하나의 주류문화로 올라섰다. 게임과 게임 영상이 유통되는 플랫폼에서 ‘하드캐리’ ‘알잘딱깔센’ 등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닌 게임 속에서 기업은 마케팅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는 모바일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 쏘나타 N라인 카트를 등장시켰고, 실제로 카드라이더 대회 우승자에게 쏘나타를 부상으로 지급했다. 배달의민족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서 치킨을 획득하는 이용자에게 실제 치킨을 주문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게임과 현실을 연결하면서 브랜드를 각인시킨 사례다.

코로나19로 인해 메타버스가 떠오르면서 가상의 장은 더욱 확대됐다. 처음으로 메타버스를 접하고 필요에 의해 적응해야 했던 기성세대와 다르게, 다양한 산업 분야가 메타버스 전환에 나서기 전부터 가상 공간을 경험하는 것에 익숙하던 Z세대는 메타버스에 거부감이 없었다.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등에서 개성을 풀어내며 생활하던 Z세대에게는 학교 수업이나 오리엔테이션과 같은 행사가 메타버스에서 진행되는 것이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메타버스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더 늘어났고, 그 안에서 더 다양한 생활을 하게 됐다.

메타버스라는 플랫폼 안에 오프라인 공간을 재현한 가상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디다스, 키르시 등 패션 브랜드가 제페토에 문을 열었고, CU는 제페토 한강점을 설치했다. Z세대들이 가상 공간에서 브랜드를 자유롭게 체험하고 즐기게 한 것이다. 명품 브랜드의 메타버스 진입도 주목할 만하다. 아직 Z세대의 구매력은 약한 편이지만, 명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이미 2020년부터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에서 20대 소비자 매출 비중이 10%를 넘어섰다. 이들이 성장하면서 구매력은 더 커지기에, 잠재적 ‘큰손’이다. 구찌는 제페토에 이탈리아 피렌체 본사를 배경으로 한 가상 매장 ‘구찌 빌라’를 오픈했다. ‘플렉스’에 익숙한 데다 자신의 아바타를 또 하나의 정체성으로 삼는 Z세대의 성향과 맞물리면서 구찌의 온라인-메타버스를 넘나드는 마케팅은 성공했고, 구찌는 Z세대가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롯데제과가 NFT 전문 아티스트 작가와 협업해 제작한 ‘빼빼로 프렌즈 NFT’ ⓒ롯데제과
롯데제과가 NFT 전문 아티스트 작가와 협업해 제작한 ‘빼빼로 프렌즈 NFT’ ⓒ롯데제과

없었던 것을 소유하는 것에 환호하는 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가상자산으로 스킨십을 늘리는 곳도 많다. NFT가 가진 ‘희소성’이 그 기반이다. 이미 한정판 신제품을 추첨제로 판매하는 래플(Raffle) 마케팅과 한정판 중고 상품을 웃돈을 주고 사고파는 리셀(Resell) 시장의 확대는 희소성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Z세대의 소비 방식을 보여준다. NFT는 대체가 불가능한 유일무이한 한정판이다. 어떤 NFT를 소유하고 있다는 디지털 지갑의 기록이 곧 자신을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최근 롯데제과는 전문 아티스트 작가와 협업해 빼빼로 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NFT 작품을 내놓았다. 롯데홈쇼핑은 가상 모델인 루시의 활동 이력을 담은 140컷의 사진을 디지털 아트로 제작해 판매했고, CU는 NFT 전문작가 레이레이와 협업해 만든 미술작품을 NFT로 선보였다. 한정판에 더해 예술품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Z세대를 겨냥한 것. 최근 스타벅스도 NFT 사업에 대한 구체적 사업방안을 계획하면서 연내 NFT 시장에 진출할 것을 시사했다.

 

오프라인이 특별한 Z…체험형 매장의 등장

이렇게 온라인과 가상 공간을 연결해 살아온 Z세대에게 오프라인은 새로운 공간이다. 기업들이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공간을 구성해 Z세대의 자발적인 방문을 유도하는 이유다. 현실에서만 가능한 ‘체험’을 제공하면서, 그동안 온라인에 그쳤던 경험의 배경을 확장하는 공간으로 오프라인 스토어가 기능하고 있다. 그 경험은 다시 온라인을 통해 공유된다. SNS 인증샷을 부르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백화점 업계에서도 화두다. 대전 신세계는 ‘대신아싸’라 불리는 아트사이언스를 운영하면서 문화, 예술 콘텐츠를 가득 채웠고, 신세계 강남점은 ‘1층=명품관’이라는 공식을 깨고 아뜰리에 드 보떼라는 체험형 매장을 구성했다. 서울 여의도의 더현대 서울은 판매 공간을 줄이고 실내 조경과 휴식 공간을 대폭 늘리면서 ‘판매’보다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코카콜라가 지난 3월 서울 성동구에 오픈해 운영했던 코카-콜라 제로 스타더스트 X 피치스 팝업스토어 ⓒ코카콜라
코카콜라가 지난 3월 서울 성동구에 오픈해 운영했던 코카-콜라 제로 스타더스트 X 피치스 팝업스토어 ⓒ코카콜라
최근 오뚜기는 두 번째 팝업스토어를 서울 강남구에 열었다. ⓒ오뚜기
최근 오뚜기는 두 번째 팝업스토어를 서울 강남구에 열었다. ⓒ오뚜기

브랜드가 주는 가치와 경험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는 Z세대의 욕구도 오프라인 스토어를 통해 발현된다. 최근 체험 공간으로 뜨는 곳은 서울 성수동이다. 코카콜라는 지난 3월 복합문화공간 ‘피치스 도원’에서 팝업스토어를 오픈해 운영했다. 독특한 감성의 포토존, 오프라인 공간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이벤트 등이 SNS를 통해 알려졌고, 미션을 수행하면 방문객의 이름이 새겨진 코카콜라 제로 스타더스트 제품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 역시 ‘희소성’을 중시하는 Z세대의 인기를 끌었다. ‘나만의 것’은 Z세대에게 통한다. 문구기업 모나미는 ‘모나미 팩토리’라는 체험형 특화 공간을 마련했는데, ‘나만의 잉크’를 만드는 잉크랩을 유료 예약제로 운영하면서 커스터마이징을 선호하는 Z세대의 니즈를 공략했다.

위드 코로나 시기를 타고 오프라인 스토어를 통한 경험의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최근 오뚜기는 서울 성수동에 이은 두 번째 팝업스토어를 서울 강남구에 열었다. 오뚜기의 상징 색깔인 ‘노란색’을 모토로 노란색의 오뚜기 식료품과 굿즈, 여행 소품 등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팝업스토어에서 촬영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 출력해 주는 서비스, 나만의 여권 케이스를 만드는 이벤트 등을 진행하면서 SNS 업로드와 꾸미기 등 Z세대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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