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 빠진 주식 투자자들…“일단 멈춰서 기술적 분석 배워 보자”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7.0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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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차티스트 김정환 GB투자자문 대표, 신간 《차트의 해석》 통해 제언
6월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경ⓒ연합뉴스
6월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경ⓒ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상승 가도를 달리던 주식 가격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6월 들어 일곱 번이나 연중 최저점을 새로 썼다. 금리 인상 러시에 ‘빚투(대출받아 투자)족’은 크게 늘어난 이자 부담까지 지게 됐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비견되는 불경기와 하락장세 속 ‘멘붕’에 빠진 투자자들은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 증권가의 대표적인 차티스트(기술적 분석전문가)인 김정환 GB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출간한 《차트의 해석》을 통해 지금 같은 장세에선 “시장 참여를 최소화하는 게 어쩌면 최선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건 결코 아니다. 좌고우면하기보다 잠시 멈춰 서서 기나긴 투자 여정의 기초 설계부터 찬찬히 해보라는 조언이다. 

김 대표는 우선 메릴린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리처드 번스타인이 만든 ‘투자 시계’를 제시했다. 투자 시계는 실적 기대감의 사이클을 도식화한 것이다. 투자 시계에서 ‘12시’(인플레이션 타임)는 주식시장의 상승 국면이 폭발하면서 투자자들의 흥분과 탐욕이 극치를 이루는 시기다. 절정을 이룬 증시는 하락 국면으로 진입한다. 투자자들은 일시적인 현상이라 믿지만 사실상 추세적인 내림세다. ‘3시’(스태그플레이션 타임)를 지나며 펀더멘털이 무너져 급락 국면이 되고 ‘6시’(디플레이션 타임)가 되면 투자자 대부분은 공포에 휩싸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를 후회한다. 

현재 한국 증시는 3시와 6시 사이를 지나는 중인 셈이다. 6시를 맞은 시장은 극도로 위축된다. 매도 권유가 당연시되고 악재가 계속되리라는 믿음이 팽배해진다. 주가가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갈 수 있다는 ‘디레이팅(De-rating)’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김 대표는 “시장은 점차 공포와 후회를 극복하고 다시 상승하게 마련”이라며 “6시가 지난 후 펀더멘털이 회복되고 ‘9시’(리플레이션 타임)를 통과해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들어간다”고 앞으로를 예견했다. 

9시 이후 시장은 충분히 공급된 유동성과 펀더멘털을 확인한 투자자들에 의해 절정으로 치닫는다. 결국 흥분과 열광으로 12시, 즉 흥분과 탐욕의 구간을 다시 맞는다. 김 대표는 “신데렐라가 12시 전에 파티장을 떠나야 하듯이 주식 투자자들도 12시가 되기 전에 시장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라면 이따금 투자 시계를 바라보면서 다음 국면을 대비해야 한다. 호재와 악재를 객관화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하락 국면에선 시장을 지배하는 패닉 심리에 휩싸이지 말고 냉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냉정해지는 방법으로 김 대표는 그의 주특기인 기술적 분석을 제안했다. 기술적 분석이란 과거 데이터(가격, 거래량, 순환 주기 등)를 이용해 현 주가 수준과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방법이다.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주식의 내재적 가치를 분석하는 기본적 분석과 비교해 기술적 분석은 비중 있게 여겨지지 않아 온 게 사실이다. 정확한 의미와 계량적인 방법론을 모르고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김 대표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시장에선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의 중요도가 거의 대등하게 평가받는다”며 “글로벌 경제와 증시의 동조화 현상, 투자 상품의 다양화 등으로 한국 시장에서도 기술적 분석의 유용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투자 대상을 찾거나 진입 시점을 결정하기 점점 더 힘들어지는 가운데 기술적 분석은 개별 상품의 특성을 잘 파악하지 못해도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투자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차트의 해석》은 △기술적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무엇인가 △오늘날 기술적 분석은 어떤 흐름으로 가고 있는가 △계량적 분석은 기술적 분석에 어떻게 적용되는가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나오는 기술적 지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없는가 등의 질문을 김 대표가 스스로 던지고, 이에 대해 자답하는 형식으로 쓰였다. 

맛보기로 내용을 전하자면, 김 대표는 이동평균선과 거래량을 기술적 분석의 핵심 개념으로 꼽았다. 그는 “이동평균선과 거래량을 중심으로 한 자세한 투자 전략을 《차트의 해석》에 담았다”며 “이 책을 보면 기술적 분석이 단순히 자를 대고 선을 긋는 수준의 분석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1994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뒤 리서치센터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며 투자 전략(기술적 분석)과 스몰캡·지주회사 분석 등을 담당했다. 증권사를 나와 2019년 GB투자자문을 설립했다. 그는 프로 서예가이자 화가이기도 하다. 애널리스트 시절 사자성어를 키워드로 내세워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인문학과 예술을 접목한 시장 분석으로 화제를 모았다. 

책의 말미에서 김 대표는 변동성이 높은 주식시장에서 투자에만 몰두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투자 방법론을 다룬 책에서 투자에 몰두하지 말라는 게 무슨 말일까. 그는 “투자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며 우리 인생에는 투자 말고도 중요한 게 많다”고 전하며 로버트 쿠펠과 하워드 아벨이 지은 《거래의 내적 게임》 속 한 구절을 소개했다. 

“성공적인 트레이더에게 돈은 매매의 한 요인이지 결정적인 동기는 아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균형되게 바라보며, 일관성 있는 매매 방법을 취하며, 매매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자기 책임 의식이 있고, 적극적이면서 유연한 생각을 갖는다.” 

《차트의 해석》 | 김정환 | 이레미디어 | 504쪽 | 2만3000원 

《차트의 해석》 표지 ⓒ 이레미디어 제공
《차트의 해석》 표지 ⓒ 이레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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