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앞두고 삭발할 줄은” 경찰국 설치 반대 ‘투쟁’ 나선 경찰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7.0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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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삭발 시위 돌입…5일부터 단식 투쟁도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직협회장 등 각 4개 경찰서 직협회장들이 7월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한 뒤 삭발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관기 충북 흥덕경찰서 직협회장, 한왕귀 전북 군산서 직협회장, 유희열 경기북부 고양서 직협회장, 주동희 경남 양산서 직협회장 ⓒ 연합뉴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직협회장 등 각 4개 경찰서 직협회장들이 7월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한 뒤 삭발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관기 충북 흥덕경찰서 직협회장, 한왕귀 전북 군산서 직협회장, 유희열 경기북부 고양서 직협회장, 주동희 경남 양산서 직협회장 ⓒ 연합뉴스

일선 경찰들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가칭) 신설안에 반대하며 릴레이 삭발 시위에 돌입했다. 차기 경찰청장 지명이 임박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대한 내부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회장단은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가 치안본부 후신인 경찰국을 부활시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전횡"이라며 "행안부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련의 행위를 즉각 멈추라"고 촉구했다.

직협 회장단은 "행안부 산하 경찰국은 독립청인 경찰청을 지휘·감독하는 옥상옥"이라며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외압의 도구로 사용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택적 정의, 선택적 법 집행으로 선량한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며 "정치 권력에 휘둘리는 통제가 아니라 시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민주적인 통제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행안부 소속 국가경찰위원회를 독자적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실질화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치경찰제 이원화 ▲수사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을 요구했다.

입장문 발표 후 민관기 충북 흥덕경찰서 직협회장, 유희열 경기북부 고양서 직협회장, 주동희 경남 양산서 직협회장, 한왕귀 전북 군산서 직협회장은 단체 삭발식을 가졌다.

민 직협회장은 삭발을 마친 뒤 "정년이 1년2개월이나 남은 선배 경찰들이 이렇게 머리를 깎는 사태까지 올 줄은 몰랐다"며 "아픈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경찰국 신설 정책을 철회해주길 대통령에게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은 고위직 비율이 낮고 퇴직 후 변호사로 진출이 가능한 검사와도 처지가 다르기에 인사에 매우 취약하다"며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경찰은 자연스럽게 정권 눈치를 보게 되고, 개별 수사에도 정권 입김이 미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직협회장 등 각 4개 경찰서 직협회장들이 7월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삭발식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직협회장 등 각 4개 경찰서 직협회장들이 7월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삭발식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릴레이 삭발 시위에 돌입한 경찰은 5일부터는 세종시 행안부 앞에서 단식 투쟁도 벌인다.

경찰 조직에서 초유의 대정부 투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내부망인 '현장활력소'에도 경찰국 신설을 비판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제주 지역 파출소의 한 경찰관은 "일개 장관 개인의 통제가 아닌, 경찰부로 독립해 국민의 대표인 국회로부터 직접 통제를 받겠다. 이게 곧 권력에 대한 기본적이고 확실한 통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경남 지역 파출소의 한 경찰관은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6명을 향해 "경찰국 신설에 따른 입장을 분명히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서울 지역 한 경찰관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게 되더라도 살아 꿈틀대는 조직이란 걸 보여줘야 한다"며 강경 대응 동참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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