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주 “모델 커리어 제대로 발휘했죠”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09 12:00
  • 호수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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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종이의 집》에서 나이로비 역으로 파격 변신

장윤주가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이어가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장윤주는 톱모델이자 싱어송라이터, 방송인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베테랑》(2015)에서 화끈한 액션을 소화하며 배우 데뷔전을 펼쳤고, 이후 영화 《세자매》(2021)에서 슬럼프에 빠진 극작가로 분해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최근엔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로 전 세계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스페인의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을 원작으로 한다. 장윤주를 비롯해 유지태, 박해수, 전종서, 김지훈 등이 출연한다. 극 중 장윤주는 각종 위조 전문가이자 사기꾼인 나이로비로 분했다. ‘7년 차 배우’ 장윤주를 만나 《종이의 집》과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종이의 집》이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2위까지 올라갔다.

“감사드린다. 작품을 오픈하기 전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비가 내리고 있더라. 좋은 징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보니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공개되는 콘텐츠다. 공개 전에 기분이 어땠나.

“설레면서도 불안하고, 또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다. 모든 배우가 그럴 테지만 많은 생각이 스쳤다. 최선을 다했고, 그에 따른 결과들을 받아들이고자 했다. 특히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시기에 공개돼 더 떨리고 기대됐다.”

나이로비라는 캐릭터를 제안받았을 때 어땠나.

“당시 영화 《1승》을 촬영 중이었다. 극 중 배구선수 역할이라 노메이컵에 운동복 차림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 전에 출연했던 작품들도 대부분 노메이컵에 예쁘게 옷을 입는 역할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 역할을 제안받고 기뻤다. ‘아, 드디어 메이크업을 하고 예쁜 옷을 입을 수 있겠구나’ ‘이번에야말로 오랜 시간 모델을 해오면서 쌓았던 커리어를 녹여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모델 일은 비주얼을 만드는 작업이다. 작은 디테일, 한 끗의 차이를 ‘나이로비’ 캐릭터에 투여했다. 집중하며 즐기며 작업했다. 나이로비는 지금껏 내가 맡은 역할 중 가장 섹시한 캐릭터다.”

나이로비는 어떤 인물인가.

“기본적으로는 사기꾼이고,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다. 작품을 보시다 보면 ‘나이로비는 언제 나와?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이로비는 현재도 빛나지만 과거가 더 화려한 인물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넷플릭스 제공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 캐릭터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화려함은 비슷하다. 하지만 한국판 나이로비에게는 ‘쿨함’이 있다. 흔히 말하는 ‘센 언니’라고 할까. 그리고 원작에 비해 한국판 나이로비가 조금 더 에너자이틱하다. 덧붙이자면 제가 연기해서인지 특유의 유머러스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웃음).”

그동안 주로 영화에서 연기를 해왔다. TV 드라마 연기는 처음인데 어땠나.

“드라마가 확실히 속도는 빠르다. 영화 촬영처럼 매 신마다 모니터를 할 수가 없다. 처음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불안했다. 그래서 아쉬움도 있다. 《종이의 집》을 6개월 동안 촬영했다. 준비기간을 포함하면 지난 1년을 오롯이 ‘종이의 집’에서 살았다. 긴 시간을 준비하고 촬영을 하다 보니 처음으로 현장에서 ‘아, 되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전에는 ‘재미있다’는 느낌보다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가 더 우선이었다.”

오랜 모델 커리어의 장점을 가져온 작업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

“요즘 여자 모델들은 키가 180cm 이상 되는 분도 많다. 저는 170cm라 모델 일을 할 때 콤플렉스가 있었다. 한데 배우 일을 하면서는 다른 배우들과 조화도 중요하기에 키가 작은 게 나쁘지만은 않더라. 모델도 그렇지만 배우도 계속 메이크오버를 하는 직업이다. 물론 패션계의 아름다움은 럭셔리이고, 트렌디함은 하이엔드 지점에 있는 비주얼이긴 하지만 메이크오버의 즐거움을 알고 또 그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캐릭터와 어울리는 비주얼을 디테일하게 잡아갔다. 극 중에서 입은 옷들은 몇 개의 빈티지 아우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다. 비싼 해외 명품이 아닌 한국 브랜드를 입고 싶었다. 명품 못지않게 아름다운 옷들이라고 자부한다. 뿌듯하다.”

현장에서 연기를 하면서 인상적이었던 배우가 있었나.

“현장에서 여러 배우와 앙상블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특히 베를린 역할을 맡은 박해수라는 배우에 대해 감탄했던 현장이었다. 실제로도 극 중에서 많이 의지했다.”

배우들과 앙상블을 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배웠는지 궁금하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지만 내 것만 하는 배우보다는 상대 배우와 핑퐁하며 호흡하는 연기가 좋더라. 나도 그런 배우이고 싶다. 그래서 이번에도 제 작업실에 사람들을 불러들여 회의하고 연습했다. 그런 시간들이 참 즐거웠다.”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들었다.

“다들 제가 한마디 하면 재미있다고 웃어주셨다. 그도 그럴 것이 함께 출연한 유지태씨나 김윤진 언니나 모두 점잖은 분들이지 않나. 더구나 제 캐릭터가 특히 생동감 있고 여유가 있어 현장에서도 캐릭터화가 됐던 것 같다. 이원종 선배님도 분위기 메이커셨다. 덩치만큼이나 품이 크셔서 배우 하나하나의 감정을 귀신같이 아시고 보듬어주셨다. 저희를 비롯해 감독님까지 모든 스태프를 품어주셨다.”

모델 출신이지만 연기자로서도 괜찮은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듯하다.

“너무 감사하다. 《베테랑》에서 맡은 캐릭터는 사랑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세자매》에서는 문제 많은 캐릭터지만 아픔도 있는 캐릭터였다. 이번에도 톡톡 튀고 변덕스러운 인물이지만 나름의 서사도 있다. 개인적으로 캐릭터가 강한 인물에 더 끌리는 것 같다. 물론 저도 노희경 작가님의 작품에 등장할 만한 따스한 시선의 인물도 하고 싶다.”

연기자로서 예전과는 마음가짐도 달라졌을 것 같다.

“《베테랑》 땐 고민이 없었다. 준비 없이 바로 투입된 경우라 오히려 두려움 없이 카메라 앞에 섰다. 말 그대로 ‘그냥’ 했다. 물론 감독님, 배우들과 얘기하고 황정민 선배님이 대본 리딩을 이끌어주는 시간이 있긴 했지만, 이 장면엔 이런 동작을 하고 이 표정을 짓겠다는 생각조차 없이 본능에만 기대서 연기했다. 한데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더라. 그동안 선배님들에게 보고 느낀 좋은 점들을 나도 한번 해보자 싶어서 이번엔 디테일하게 임했다. 개인적으로 저는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다. 준비는 하지만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나오는 움직임대로 가기도 한다. 내 감을 믿고, 그래서 애드리브도 많다. 이번 촬영을 하면서는 감도 감이지만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장르물 연기는 처음이다. 어땠나.

“나름의 재미가 있더라.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모델 일이 장르물에 특화된 것 같기도 하다. 현실과는 다르지 않나. 그런 것들이 오히려 재미있었다. 저도 이창동 감독님 작품 속에 나오는 생활연기가 우러나는 캐릭터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편견들을 내려놔야 가능한 연기들이 있더라. 그러면서 점점 배우가 되어가는 것 같다. 매순간 교훈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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