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권력은 설득력에서 나온다 [쓴소리 곧은 소리]
  •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db827@naver.com)
  • 승인 2022.07.09 14:00
  • 호수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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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특별감찰관 조속히 임명해야…절차적 정당성 외면하면 곤란
가족·친인척 문제도 제도적 관리를…‘데드크로스 여론조사’ 이유 있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취임 두 달 만에 부정평가가 50%를 넘어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리얼미터 6월 5주 차 조사(6월27일~7월1일)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44.4%,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50.2%로 집계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7월1~2일)에선 더 심각하다. 긍정평가는 42.8%에 그친 반면 부정평가는 51.9%를 기록했다. 취임한 지 2개월 남짓한 대통령의 지지율이 대선 때 얻은 득표(48.6%)보다 낮다는 것은 자신의 지지층이 크게 이탈하고 있다는 것을 함축한다. 왜 이런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윤 대통령의 초반 지지율 부진 원인은 경제와 관련성이 크다. 경기가 좋을 것으로 전망되고 주가가 오르면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고 반대의 경우 지지율이 떨어진다. 한국갤럽 조사(6월14~16일) 결과,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기 전망을 물은 결과 18%가 ‘좋아질 것’, 53%는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5월 대비 낙관론은 7%포인트 줄고, 비관론은 13%포인트 늘어나 2020년 12월 이후 가장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경제위기 국면에 대통령과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고 주문하는 상황에서 정책 혼선과 엇박자, 이준석 대표의 윤리위원회 징계 등으로 촉발된 국민의힘 주도권 경쟁 등도 부정평가를 키운 요인이다. 실제로 KSOI  조사 결과, 국정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해 ‘여권 내부 갈등’ 때문이라는 응답이 24.5%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엔 ‘고물가 등에 대한 경제 대책 미흡’(21.4%), ‘노동시간제 등 주요 정책에 대한 대통령과 부처 간 혼선에 따른 정책 불안’(15.6%)이 뒤를 이었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무시못할 또 다른 요인은 편중 인사다. 

윤 정부에선 ‘검·이·남’(검찰, 이명박 정부 출신, 남성) 편중 인사가 이뤄졌다. 야권은 윤 대통령이 특유의 ‘형님 리더십’으로 능력주의를 명분으로 ‘자기 사람 챙기기’ 인사를 했다고 비판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7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월7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전 정권과의 비교는 대통령의 언어 아냐

윤 대통령은 최근 인사검증 부실, 인사 실패를 비판하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자기가 맡을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우리 정부에선 그런 점에서 빈틈없이 사람을 발탁했다고 자부한다. 전 정부에 비교할 바는 아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의 편중 인사를 지적할 때는 “과거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이 도배했다”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2명이 연속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가. 편중인사 못지않게 검찰총장 공석 상태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주도한 ‘검찰 인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총장 공석 상태의 검찰 인사는 윤 대통령이 분노하고 저항했던 과거 ‘추미애식 인사’와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있다. 이런 비판을 불식시키고 절차적 정의를 위해서라도 시급히 검찰총장 후보를 지명해야 한다. 더불어, 공정과 정의’를 강조해온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가족과 청와대 측근들의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도 서둘러야 한다. 특별감찰관 공백 문제를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한다면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지지율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국정운영 동력 확보 차원에서 아주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은 데드크로스를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 핵심은 다차원적인 위기관리 리더십을 펼치는 것이다.

첫째, 설득의 리더십이다. 리처드 뉴스타트(Richard E. Neustadt) 교수의 지적처럼,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력에서 나온다.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현재의 미증유의 복합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 출근길에 기자들의 현안 질문에 대해 임기응변식으로 응답하는 ‘도어스테핑’보다 매달 정기적으로 ‘국민과의 대화’ 형식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과정에서 더 이상 전 정권을 탓하고 비교하는 메시지를 던져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언어로는 부적절하고, 윤석열답지 않기 때문이다.

 

“남의 얘기 들으려면 자기 말 먼저 안 해야”

둘째, 선청(善聽)과 구현(求賢)의 리더십이다. 고 박세일 한선재단 이사장은 ‘지도자의 길’이라는 글에서 지도자가 남의 얘기를 잘 들으려면 “자신이 말을 해서는 안 되고 자신의 생각을 먼저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더불어 “가능한 한 얘기를 달리하는 둘 이상의 입장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율곡 이이는 “국정운영은 본래가 지도자 혼자 자기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천하의 머리로 하는 것이다”고 설파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능력주의와 편중 인사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토대로 천하의 최고 인재를 구해야 한다. ‘능력 있는 내 사람’만이 아닌 ‘쓴소리하는 남의 사람’을 챙길 줄 아는 ‘통 큰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셋째. 협치의 리더십이다. 거대 야당 대표와 수시로 회동하고 외교 및 대북 문제 등 중요한 정보를 야당 대표에게 제공함으로써 상호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대통령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해 당사자들을 초청해 함께 토론하는 자리를 만드는 ‘협치의 제도화’도 필요하다. 위대한 지도자와 평범한 지도자의 차이는 위기를 대하는 태도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희망하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라도 절박한 마음으로 ‘설득, 소통, 협치가 살아 숨 쉬는 리더십’으로 지지율 데드크로스 위기를 조기에 극복해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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