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좋은 건축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0 11:00
  • 호수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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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도시의 건축물 소개하는 《세계 현대건축 여행》

“베를린에는 브란덴부르크 문,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기념물, 옛 베를린 장벽의 검문소인 체크포인트 찰리 등 명소가 많다. 그중에서 딱 한 곳을 꼽으라면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이다. 배를린시가 세운 여러 추모 건축물 중 목적성과 예술성을 다 갖추었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독특한 외관과 창의적으로 설계된 공간들은 관람객들에게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방문자들은 조용히 공간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건설사업관리(PM) 분야 국내 최고라고 자부하는 한미글로벌의 김종훈 회장이 세계 주요 도시의 아이콘이 된 대표적인 현대건축을 소개하는 인문 건축 여행서 《김종훈 회장의 세계 현대건축 여행》을 펴냈다. 김 회장은 건축물이 가진 상징성과 꼭 감상해야 할 포인트를 짚어주고 건축물에 투영된 세계관 등 숨은 가치와 의미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김종훈 회장의 세계 현대건축 여행│김종훈 지음│클라우드나인 펴냄│400쪽│2만원
김종훈 회장의 세계 현대건축 여행│김종훈 지음│클라우드나인 펴냄│400쪽│2만원

건축엔 인간의 역사와 시간이 기록돼 있어

김 회장은 홀로코스트를 건축으로 기록한 작품인 유대인 박물관을 소개하면서, 인간은 건축의 역사를 기록하고 시간을 기록함으로써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유대인 박물관을 지은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건축은 기술이나 이론이 아니라 삶과 역사, 전통에 바탕을 둔 인문과학”이라 했다며, 그의 철학이 담긴 박물관 구석구석을 안내한다.

“유대인 박물관의 백미는 전형적인 박물관과 다른 내부의 공간 연출이다.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깊은 계단과 지하 복도는 마치 시간여행의 길로 들어서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창과 하늘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벽이 연출하는 공간 분위기는 전시물보다 더 강렬한 감정을 체험하게 한다.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박물관의 건축 개념을 ‘선과 선 사이(between the lines)’라고 설명한다. 건축에서 선이란 존재, 부재, 그리고 역사 속 시간의 흐름을 통합하는 것이다. 그의 해석대로 박물관 내부는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 처참한 과거, 참회하는 현재, 미래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하나의 선을 따라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놓고 자연스럽게 미래의 역사를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건축가의 스토리텔링이 뛰어나다.”

김 회장은 평생을 건설사업에 종사해온 건축 전문가이자 베테랑이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그는 사회에 나와 건설 산업에 뛰어들어 건축과 토목 현장을 지켜봐 왔고, 한미글로벌 창업 후에는 건설사업관리를 업으로 하면서 전 세계 랜드마크 건물의 감리를 맡아 현장을 지켜보았다. 건축 설계부터 시공까지의 전 과정을 꿰뚫고 있는 그는 더 나아가 건축물이 세워지고 도시가 살아 움직이고 자라서 변화하는 과정을 자세히 지켜보고 관찰한 증인이기도 하다. 그는 현대건축 여행을 하면서 ‘건축은 어떻게 도시의 상징이 되는가?’ ‘왜 시대는 특별한 건축을 원하는가?’ ‘건축을 통해 인간은 삶을 어떻게 개척해 가는가?’ ‘건축은 어떻게 도시를 살리는가?’ 등의 해답을 찾아냈다.

“좋은 도시는 좋은 건축이 많은 도시다. 특히 공공건축이 중요하다. 내 공간이 아니어도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 편안하고 아름다울 때 공동체의 행복도가 높아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도시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건축 중에는 유독 공공건축이 많다. 그 까닭은 단지 보기 좋아서가 아니라 공동체 다수가 건축이 제공하는 공간과 건축이 변화시킨 주변 환경을 경험하며 삶터로서의 도시를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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