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노출됐다” 국정원 향한 野와 박지원의 반격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7.0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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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뻘짓’ 맹비난 속 강경대응 예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우비상대책위원장이 6월15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22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 참석,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우비상대책위원장이 6월15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22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 참석,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직 국정원장을 고발하며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한 사정 정국을 가속화 한 국가정보원이 '안보 책임론'에 휩싸였다. 국정원이 박 전 원장에 대한 고발 내용을 언급하면서 국가기밀 유통 경로와 첩보 접근·삭제 권한 등에 대한 극비 사항을 노출시켰다는 반격이 나오면서다. 야당과 박 전 원장은 즉각 공세 수위를 올리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박 전 원장은 8일 국정원이 자신을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해 "국정원이 뻘짓을 해서 군사 기밀이 상당 부분 다 노출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오전 각종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정원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주체가 된 점을 지적하며 "안보를 중시한다는 보수 정권이 군사 기밀을 노출하는 바보짓을 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지금 쾌재를 부를 것"이라고 맹공했다.

그는 "이게 뭐냐. (나를) 잘못 고발해서 전 세계가 밈스(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를 다 알아버렸다. 안보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과연 보수 정부의 국정원이 할 일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제게 전화 한 번 하지 않고 검찰에 고소했는데 저는 지금도 무슨 내용으로 고소를 당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의 정보협력 관계가, 공작 관계가 낱낱이 공개된다면 이건 나라가 아니다"며 " 보수 정권은 안보와 정보를 생명으로 다뤄야 하는데 이걸 다 까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이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과정에서 이뤄진 대북 접촉도 감찰 대상에 포함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돈을 줬는지 보겠다는 것"이라며 "제가 국정원장을 할 때는 대북 접촉이 코로나 때문에 한 번도 없었다. 서훈 원장 때 (대북 접촉은) 제가 다 검토해 봤다. 땡전 한 푼 간 게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고발 조치가 전 정권을 겨냥한 것임을 강조하며 "이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본격적인 사정 신호탄이다. 진짜 윤석열 대통령은 너무하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때 NLL 대화록 공개하듯 하고 있다. 이게 말이 되는 짓이냐"고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도 "군사기밀을 누출시키더니 이제 국정원 중대 정보도 공개하자는 것이냐"며 "모든 것이 공개되면 나라는 절단 난다. 검찰 논리로 국정원을 재단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7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7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 "기밀문서 삭제 권한 드러나…멍청한 짓"

야당도 국정원의 행태를 '신색깔론'으로 규정하며 대정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정원의 정치개입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반드시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우 위원장은 "국정원이 박 전 원장에 의해 삭제됐다고 주장하는 기밀문서의 실제 삭제권한은 군에 속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전임원장을 고발하며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셈"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심지어 전 정부에게 친북 딱지를 붙이고 정치보복을 하려다가 국가기밀의 유통 방식까지 드러나게 하는, 이런 멍텅구리 같은 짓을 한 것"이라고 국정원을 거세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어느 정보기관이 이런 멍청한 짓을 저지르나.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우 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서도 "어제 박 전 원장 등과 통화해봤는데, 결국 본질은 국가기밀 삭제가 아니고 첩보 유통망 정비가 있었던 것"이라며 "첩보를 생산하고 너무 많은 기관과 공유를 하면 밖으로 샐 수 있으니 기밀 관리 차원에서 정비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원을 전면에 내세워 정치공작을 하려 한다"며 "신색깔론이 전 정권을 때리기는 좋지만, 과연 이런 식의 사정정국 조성이나 보복수사가 성공한 적이 있나. 큰 경제위기가 오고 있는데 전 정권 공격에만 집중해 복합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국정원은 전날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 등으로 박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정원 고발 하루 만에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민주당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태스크포스(TF)는 국정원의 박 전 원장 고발이 MIMS 체계를 잘못 이해한 것에서 출발한 참사라며 국정원이야말로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박 전 원장을 고발한 것은 MIMS와는 전혀 무관하며, 고발 과정에서 기밀 유출이나 기밀문서가 유통·관리되는 방식이 노출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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