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사망, 韓서 유래한 종교 영향” 분석 나온 이유는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1 15: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베 총격범 모친, 통일교 신자로 확인
日 교회장 “최근까지도 월 1회 행사에 참석”
7월8일(현지 시각) 일본 나라현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기로 저격한 남성이 범행 직후 경호원들에게 제압당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를 사망케 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는 전직 해상자위대원으로 3년간 장교로 복무하다 2006년 전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 로이터 연합
7월8일(현지 시각) 일본 나라현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기로 저격한 남성이 범행 직후 경호원들에게 제압당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를 사망케 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는 전직 해상자위대원으로 3년간 장교로 복무하다 2006년 전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 로이터 연합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받고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죽음은 한국에서 유래한 특정 종교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현지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다. 복수의 일본 언론은 총격범인 야마가미 데쓰야(41)의 모친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에 많은 돈을 기부하는 등 종교에 심취한 것이 비극의 출발점이 됐다고 전했다. 총격범의 모친은 최근까지도 통일교 측 행사에 참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나카 도미히로 통일교 일본교회 회장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전 총리 사망을 애도하며 "이번 만행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행위다. 일본 국민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위대한 지도자를 잃어 매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다나카 회장은 야마가미의 모친이 통일교 신자로 등록된 점을 인정하며 "총격범의 어머니는 해당 법인 회원으로 지금까지도 한 달에 한 번 빈도로 행사에 참여해왔다"고 설명했다. 야마가미의 모친은 1990년대 후반부터 해당 종교단체에 가입한 후 활동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야마가미는 과거에도 현재도 신자로 등록된 적이 없었음을 밝히면서 "용의자의 범행 동기나 헌금 문제와 관련해선 현재 경찰 수사 중이므로 이 자리에서 언급은 피하겠다. 경찰의 요청이 있으면 전면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 주요 언론은 야마가미의 범행 동기가 정치적 이유가 아닌 불행한 개인사 때문이며 모친의 종교 활동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 시사주간지 슈칸겐다이(週刊現代)는 야마가미가 수사당국에 "우리 엄마가 통일교회의 신자로, 아베 신조가 통일교회와 친하다고 알아 노렸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야마가미가 경찰 조사에서 특정 종교단체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어머니가 신자이고 많은 액수를 기부해 파산했다"며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고 원망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야마가미는 애초 이 종교단체의 지도자를 노렸지만 접근이 어려워지자 "아베가 이 종교를 일본 내에 확산시킨 것"으로 믿고 살해 대상을 아베로 바꿨다고 했다. 야마가미는 아베 살해 이유에 대해 "(아베의) 정치 신조에 대한 원한 때문이 아니다"며 "아베가 (종교단체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보고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총격범이 언급한 아베 전 총리의 영상 메시지는 지난해 9월 통일교 관련 단체인 천주가정연합(UPF)이 공동 개최한 '싱크탱크(THINK TANK) 2022 희망전진대회'에서 상영된 특별연설 영상으로 파악됐다. 이 영상은 사전 녹화돼 행사 당일 온라인으로 송출됐다.

당시 행사에는 아베 전 총리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훈센 캄보디아 총리, 호세 마누 바호주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사전 녹화나 온라인 방식으로 참여했다.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1981년 태어난 야마가미는 3남매 중 차남으로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건설회사를 운영하던 부친이 어릴 적 갑자기 사망했고 이후 회사를 물려받은 모친이 종교 단체에 상당한 돈을 기부하면서 가세도 함께 기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야마가미는 친구 등 주변인들에게도 "어머니가 통일교에 너무 많은 돈을 낸다"는 취지의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과 주변인들은 그가 어머니와 금전 문제로 잦은 갈등을 빚었다고 증언했다. 

급기야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회사는 2002년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고, 2009년 결국 문을 닫았다. 나라현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후 교토의 명문대에 입학했던 야마가미가 대학 중퇴 후 자위대에 들어간 것도 녹록지 않은 형편 때문이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가정 불화를 겪던 야마가미의 친형이 극단 선택을 했던 것도 그의 인생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8일 일본 나라현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를 하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격을 당해 쓰러져있다. 아베 전 총리는 목과 흉부에 손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 로이터연합
7월8일 일본 나라현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를 하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격을 당해 쓰러져있다. 아베 전 총리는 목과 흉부에 손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 로이터연합

한편 통일교 측은 전날 야마가미의 모친이 과거 신자였던 점을 확인하면서 유감의 뜻을 밝혔다. 

통일교 관계자는 "아베 전 총리가 당시 한국본부 행사에 참여한 것은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에 대한 동참 의지가 있었기 때문으로 안다"며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생을 달리해 무척 안타깝다"고 추모했다.

이 관계자는 "야마가미의 어머니가 통일교회 신자였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와 일본 본부 쪽에 확인을 해보니 예전에 통일교회 신자였는데, 지금은 교회를 나오지 않는 것 같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마가미 어머니가 헌금을 얼마나 냈는지, 언제까지 교회에 다녔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일본 언론에서 기사들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일본 경찰에서 관련 문의가 온 것은 없다"며 "일본 경찰에서 공식적인 발표를 하든가 조사를 요청해오면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