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도 포기해야겠지?”…고물가·재유행에 휴가 접는 직장인들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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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1주 단위 더블링 현상 뚜렷
여행 업계 “각국 방역 강화로 여행 수요 꺾일라” 우려
한국은행의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월(3.3%)보다 0.6%포인트 오른 3.9%로 집계됐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기록이다. 사진은 29일 서울 명동거리 Ⓒ연합뉴스
한국은행의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월(3.3%)보다 0.6%포인트 오른 3.9%로 집계됐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기록이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명동거리 Ⓒ연합뉴스

#1. "올해도 휴가 포기했어요. 시국이 이런데 휴가는 무슨…"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이아무개씨(45)는 아내와 함께 올 여름 사이판으로 가족여행을 가려고 계획을 짜다가 예상을 뛰어넘는 비용에 포기했다. 그는 "비행기값도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2배 비싸고,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엄두가 안나더라"며 "제주도나 강원도로 여행지를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2. "미친 물가에 제주도도 포기했어요."

경기도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아무개씨(35)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기대하고 있어 휴가를 포기할 수는 없고 가까운 경기도 펜션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코로나 감염도 피하고 숙박비용도 아낄 겸 지인들과 함께 펜션 하나를 빌려 쓰기로 했다. 식사도 대부분 음식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해 먹을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휴가·여행 수요가 올 여름 폭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휴가 계획을 변경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고물가 영향으로 항공·숙박 비용이 치솟은 데다, 코로나 재유행이 예상보다 일찍 시작된 데 따른 현상이다. 이씨와 박씨처럼 해외여행 계획을 접거나 국내에서도 여행장소를 보다 저렴한 곳으로 바꾸는 사례가 많다. 

우선 치솟는 물가가 시민들의 여행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전년 동월 대비 국내항공료는 19.5%, 국제항공료는 21.4%, 국내단체여행비는 31.4% 올랐다. 해외항공권은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과 비교해 2~3배 오른 상황이다. 이달 말 출발하는 인천~뉴욕 왕복 항공권은 320만~590만원, 인천~런던 왕복 항공권은 250~370만원, 인천~괌 왕복 항공권은 60만~120만원에 이른다. 기름값도 크게 올랐다. 1년 전보다 경유는 50.7%, 휘발유는 31.4%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는 29.1% 상승했다. 고유가로 다음달부터 국내선 유류할증료도 오르면서 항공권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당초 늦여름이나 가을철로 예상됐던 코로나19 재유행이 예상보다 빨리 시작된 데 대한 우려도 크다. 13일 신규 확진자 수는 두 달여 만에 다시 4만 명대를 기록했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4만266명으로 1주일 전인 지난 6일(1만9362명)의 2.1배, 2주일 전인 지난달 29일(1만454명)의 3.9배로 급증해 1주 단위 더블링(2배로 증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재유행 규모를 줄이기 위해 4차접종 대상에 50대와 18세 이상 기저질환자를 새롭게 포함하고, 확진자 7일 의무격리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11일 인천공항 코로나19 검사센터 모습 Ⓒ연합뉴스
11일 인천공항 코로나19 검사센터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 증가로 정부의 방역정책이 강화되면서 여행 심리는 더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당장 사적모임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시행하지는 않지만, 유행 상황에 따라 선별적·단계적으로 도입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또 각 나라의 입국조건이 다시 까다로워질 경우 해외여행 수요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재유행 얘기가 이제 나오고 있어 아직까지 예약 취소 문의가 많지는 않다"면서도 "해외여행 정상화를 기대해온 업계로서는 각국 방역이 강화되면 여행 수요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 또한 앞으로도 계속돼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전년 동월 대비)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6%대를 기록했다. 경제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치솟는 물가 때문에 소비재는 물론 여행·항공 등 서비스 분야에서도 소비 위축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1년 뒤의 물가 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일반인)도 지난달 3.3%에서 3.9%로 올랐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고, 0.6%포인트 상승 폭은 2008년 통계 시작 이래 최대 기록이다. 물가에 대한 심리적 눈높이가 높아질수록, 경제주체들이 그에 맞춰 상품·서비스 가격과 임금 인상에 나서면서 한 단계 높아진 물가 수준이 떨어지지 않고 굳어질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물가 상승 추세에 대해 "물가가 유례없이 높은 수준으로, 단기간 내 안정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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