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징계 후폭풍…‘범보수동맹 해체’의 신호탄인가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5 16:00
  • 호수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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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 이준석이 ‘정치적 불확실성’ 가중시킨다고 판단”
 권성동 원톱 체제에 힘 실은 尹心… ‘다양성 후퇴’ 지적도

바야흐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시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징계와 축출은 새로운 질서를 상징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은 마침내 권력의 전부를 차지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물론 이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까지 완전히 장악했다. 2022년 3월9일 대통령선거 승리의 마침표가 드디어 찍힌 순간이자 진정한 윤석열 시대의 개막을 알린 신호탄이다. 

두 가지 모두가 중요하다. 이 대표는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윤리위의 징계에 대해 불복 의사를 밝혔지만, 7월14일 현재까지는 판을 뒤집을 결정적 카드를 꺼내 놓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적극적으로 당원 가입을 독려하고 나섰지만, 여론은 ‘이준석 지키기’보다는 ‘윤 대통령에 대한 실망’으로 표출되고 있다. 그렇게 ‘탄핵의 강’을 건너고 ‘이대남’(20대 남성)을 중심으로 2030세대의 지지를 새롭게 모아내 보수의 새로운 판을 짜던 ‘이준석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월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월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이 대표의 자리를 차지한 인물은 ‘윤핵관 중 윤핵관’ 권성동 직무대행이다. 정권 출범 두 달 만에 원내대표와 당 대표 직무대행을 겸하는 ‘원톱’으로 올라선 일은 전무후무하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징계 결정 이틀 만인 7월10일 권 대행과의 만찬으로 윤심(尹心)이 어디에 있는지를 대내외에 알렸다. 탄핵소추위원으로 탄핵의 주역이자 비박(非박근혜)계로서 한동안 비주류에 머물러야 했던 권 대행이다. 그의 등장은 보수의 주류 교체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이준석 후폭풍’은 권 대행 체제로 예상을 깨고 빠르게 질서를 찾아가는 모습이지만, 차기 당권을 두고는 윤핵관들의 물밑 경쟁이 오히려 달아오르고 있다. 차기 당 대표가 다음 총선(2024년 4월) 공천권을 쥘 가능성이 높고,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전당대회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차기 당권 주자들은 일제히 의원 모임을 띄우며 세몰이에 주력하고 있다. 

대선 이후 정당이 재편되는 과정은 자연스럽다. 헤게모니는 아직 누구도 확실히 쥐지 못했다. 차기 당권을 누가 차지할지가 관건이다. 확실한 사실은 ‘윤핵관 시대’가 열렸다는 점이다. 지금 국민의힘에는 윤핵관에 맞설 세력이 없다. 윤핵관은 대선 기간에 윤 대통령과 경쟁했던 유승민 전 의원을 중앙정치에서 사실상 몰아냈다. 홍준표 전 의원은 대구시장으로 스스로 피신했다. 차기 대선주자로 떠오를 수 있고, 임기 내내 자신들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들을 중앙정치 무대 뒤편으로 밀어낸 셈이다. 대선 과정에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도 사실상 결별했다. 윤핵관 입장에선 이별의 종착점이 바로 이 대표였던 셈이다.

이 대표는 이렇게 정치 무대에서 사라지게 될까. 아직은 알 수 없다. 분명한 점은 ‘이준석 시대’는 보수에게 새로운 길을 걷게 했다는 것이다. 도저히 건너지 못할 것처럼 보이던 탄핵의 강을 건넜고, 새로운 세대를 보수진영에 합류시켰다. 그리고 새로운 의제를 보수 세력이 다루게 했다. 

과연 이준석이 없는 국민의힘은 어떨까. 이 대표가 정치 무대에서 퇴장하는 것은 그저 한 사람의 퇴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이 2021년 4·7 재보선, 2022년 3·9 대선, 6·1 지방선거의 연이은 승리를 가져왔던 승리 방정식인 ‘새로운 보수동맹’이 해체되는 순간일 수도 있다. ‘이준석 후폭풍’의 진짜 의미는 단순히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에 있지 않다. 다음 전국 단위 선거의 승패를 지금 이 순간이 결정할 수도 있다. 그 의미를 제대로 짚어야 한다. 

 

‘윤핵관 천하’…이준석도 유승민도 김종인도 없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당정은 이 대표의 정치적 자산과 영향력을 결코 간과하고 있진 않은 듯하다. 대선을 치르면서 이 대표가 주창한 세대포위론이 상당한 반발과 반작용을 가져온 것을 확인했음에도 차기 총선에서 ‘이준석 역할론’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지적을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 무엇보다 이대남에게 소구력 있는 이 대표의 역할을 다른 누군가가 대신하기 어렵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한다.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이대남을 중심으로 하는 2030세대의 반발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 중요한 질문이 도출된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은 왜 이런 정치적 자산을 가진 이 대표를 엄호하지 않고 광야의 길로 내모는 걸까.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도저히 감싸주기 어려운 것이어서일까. 물론 의혹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같이하기 어렵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질문은 ‘징계 그 자체’가 아닌 ‘타이밍’이 된다. 윤핵관들에게는 왜 지금 국민의힘 당권 접수가 꼭 필요했던 걸까. 윤핵관들이 그리는 ‘이준석 없는 큰 그림’은 대체 무엇인 걸까. 왜 그들이 그리는 그림에서는 이 대표가 함께할 수 없었던 걸까. 

취재에 따르면, 윤핵관들이 보는 향후 주요 정치적 고비는 ①올해 국정운영 성과(지지율) ②내년 4월 재보선 승리(총선 교두보) ③내후년 4월 총선 승리(안정적 국정동력 확보)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그런데 윤핵관 입장에서는 이 세 번의 고비를 넘는 데 이 대표는 매우 다루기 어려운 변수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의 분석이다. “윤핵관 핵심그룹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대표의 성향과 전략이 주요 고비를 넘는 데 ‘정치적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씩 따져보자. 당정 입장에서 여소야대는 앞으로 2년간의 상수다. 169석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을 넘어 국정 성과를 내야 하는 당정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허송세월만 할 수는 없다. 그러면 최소한의 조건은 적전 분열하지 않고, 전선을 여러 개 만들지 않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에게 이 대표는 당의 조화와 안정을 가져오는 인물이라기보다는 갈등과 분열을 정치적 레버리지로 잘 활용하는 캐릭터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안철수 의원 측과의 합당을 완성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앞서 이 대표와 안 의원 측은 합당 과정에서 약속한 국민의당 추천 최고위원 2명의 임명을 두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최근 권성동 대행은 안 의원 측이 추천한 인사들을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이 7월11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이 7월11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여당 내 야당’ 박근혜 모델 재현 트라우마 

윤핵관 입장에서 내년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임기가 보장된 이 대표는 위험하다. 재보선 후보로 누구를 내세울지에 당 대표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 대표가 이 과정을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도약대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엄정한 중립을 지킨다 해도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인물을 내세워야 하는 윤핵관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다. 

결국 핵심은 차기 총선의 공천권이다. 이 대표의 임기가 차기 총선 전에 끝나지만, 공천 룰(규칙)은 이 대표 체제에서 일정하게 가닥이 잡힐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를 중심으로 비윤(非윤석열)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가 대표직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모든 게 윤핵관들에게는 분열 요인이자 불확실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윤핵관들의 트라우마가 이 대표를 사실상 밀어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당내 일각에선 제기된다. 지금의 윤핵관 상당수는 이명박 정부 당시의 핵심 인사들인데, 이들에게는 ‘여당 내 야당’ 역할로 정권을 차지했던 ‘박근혜 모델’이 제일 두렵다. 그런데 이들이 봤을 때 현재 당내에서 박근혜 모델을 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바로 이 대표라는 설명이다. 

국민의힘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핵심 관계자는 “당내 입지가 충분하지 않은 정치 신인인 윤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국정 성과를 내는 것을 넘어 총선은 물론 정권 재창출까지 이뤄내야 하는 윤핵관 핵심그룹 입장에서는 당장의 지지율보다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 지형을 구축하는 게 급선무였다”면서 “중요한 선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재정비할 여력이 있는 지금이 당의 새로운 질서를 마련할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준석 체제 이후’라는 정치적 공간이 생겨야 차기 당권 주자들이 뛰고, 그 과정에서 이른바 ‘윤심’으로 표현되는 권력이 계속 호출되고 환기된다. 윤핵관 입장에서는 이 대표와의 충돌은 어차피 대선 이후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탄핵 이후 완성됐던 새로운 보수가 다시 분열되는 양상  

‘이준석 없는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까.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빠르게 거둬들이고 있는 20대는 과연 ‘이준석 없는 여당’에도 표를 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이준석 없는 보수정당’은 다시금 낡고 늙은 정당으로 회귀한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캐스팅보트》 저자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이 대표가 물러난다면 남은 정치인들의 면면이나 지지 세력의 구성으로 봤을 때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의제는 과거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주의 깊게 짚어야 할 점은 ‘범보수의 해체’ 가능성이다. 지난해 재보선과 올해 대선·지방선거 승리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탄핵 이후 이탈했던 중도층이 보수정당에 다시금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이 대표가 있었다. 이 대표는 기존의 보수가 상상하지 못했던 정치적 영토를 개척해 나갔다. 대구에 가서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호소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한 지난날 보수의 과오에 대해 대신 사과했다. 이준석 이전에는 누구도 감히 실제 행동에 옮기지 못했던 것들이다. 이 대표는 2030세대가 반응할 만한 의제를 끄집어내 진정한 세대교체의 바람도 불러왔다. 그렇게 ‘이대남’이라 불리는 20대 남성을 주축으로 2030세대가 정치의 전면에 서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지금 국민의힘에서 떠나가는 민심은 그저 지지율의 추세가 아닐 수도 있다. 윤핵관 입장에서는 돈키호테 같은 이 대표를 밀어내고 안정적 국정운영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 수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탄핵 이후 완성됐던 범보수동맹이 해체되는 첫 막일 수도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가 날카롭게 통찰했듯 사실 탄핵은 보수 분열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당 대표·유승민 원내대표의 충돌과 2016년 총선 공천 파동 때 이미 보수는 분열됐다. 지금, 바야흐로 ‘윤핵관의 시대’가 완성됐다. 그리고 지금이 새로운 보수의 시대가 다시 해체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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