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급락’ 尹대통령 회심의 카드는 수사 가이드라인?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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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빈인륜적 범죄’ 규정, 당·정·검 일사분란 움직임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7월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북풍(北風)'이 들이닥쳤다. 여야 모두 내홍이 한창인 와중에 여당은 전 정부를 겨냥한 공세를, 야당은 방어막을 치느라 여념이 없는 모양새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급락이 확인된 윤석열 정부는 여당과 궤를 같이 하며 '문재인 정부 규탄' 발언을 쏟아낸다. 

국정원의 이례적인 전직 원장 고발 조치와 발 빠른 검찰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진 가운데 대통령실이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주요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최근 '데드 크로스'(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것)를 보인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는 하락세를 거듭하며 30% 초반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임 첫 달에 40%대를 보인 지지율은 하향세를 보이더니 최근엔 그 폭이 더 커지며 급기야 30%선 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정부·여당은 치솟는 물가와 코로나 확산 등 각종 위기 상황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한 켠으로는 문재인 정권 때리기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특히 대통령실은 최근 잇달아 정치 쟁점화 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전날 탈북어민 북송 당시 사진이 공개된 후 "윤석열 정부는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이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강인선 대변인은 탈북어민 사건에 대해 "만약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송했다면 이는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행위다. 이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9년 11월7일 오후 3시 판문점에 도착한 탈북 어민 2명이 북송을 거부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사진에 담겼다"며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은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던 문재인 정부의 설명과는 너무나 다르다"라고도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추후 '밟아갈 절차'에 대한 브리핑도 계속하겠다고 했다. 국정원 고발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대대적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에 따라 대통령실도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지난 7일 국정원이 박지원·서훈 전 원장을 고발한 것을 두고도 '중대 국가범죄'를 언급하며 강경 발언을 내놨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가 (고발 관련) 두 사건을 주목하는 이유는 반인권적·반인륜적 국가범죄가 있었다면, 다시 말해 공무원 피격을 두고 국가가 '자진월북' 프레임을 씌우려 했다면, 그리고 북한 입장을 먼저 고려해 귀순 어민의 인권을 침해했다면 중대한 국가범죄란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입장이 나옴과 동시에 국민의힘과 통일부 등 관련 부처는 과거 해당 사건 처리에 문제가 있었음을 자인하며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보였다. 검찰은 수사팀 인력을 증원하고 소환조사를 본격화 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사진은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 ⓒ연합뉴스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사진은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 ⓒ연합뉴스

野 "용산 대통령실이 총 감독" 반격

야당은 두 사건을 대하는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국정원 및 검찰 등의 움직임이 최종적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고 본다. 동시에 윤 대통령이 사실상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던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국방부와 해경, 통일부 등 관련 부처가 두 사건에 대한 번복 입장을 밝힘과 동시에 여당이 이를 쟁점화 하고 ,각종 사진·문서가 공개되는 일련의 움직임이 검찰의 수사 전개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현재로서는 용산 대통령실이 총 감독으로 나서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흠집내기 작전으로 보인다"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도 마찬가지고 가만히 있는 문재인 정부를 흔들고 흠집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이럴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탈북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6월21일 이 사건을 꼭 집어서 이야기하고, 곧바로 국정원이 나서서 전임 국정원장을 고발한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통일부가 입장을 번복해서 발표한다. 그런 다음에 어제 대통령이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검찰은 국정원을 압수수색한다"며 "마치 하나의 짜여진 각본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두 사건을 대하는 대통령실 등의 움직임에 "정략적이다. 순수하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우 위원장은 해당 사건 쟁점화가 현 정부 지지율과 연관돼 있을 것이라면서 "서해 피살 사건도 세게 다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떨어졌지 않느냐. 민생과 경제에 관심을 둬서 지지율을 올리려고 해야지, 전 정권을 파헤쳐서 올리려고 하면 안 오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쁜 사안을 좀 덮으려고 터뜨린 측면도 있다고 본다"며 "국가정보원이 전직 원장들을 고발한 날에는 민간인의 1호기 탑승 사건이 있었고, 어민 북송 사건을 터뜨릴 때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 유튜버의 누나가 대통령실에 근무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일이 있을 때마다 터트리니 의심하게 된다"며 정권 차원의 움직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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