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여대생, 추락 후 살아있었다…1시간 넘게 방치”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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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오는 22일 검찰 송치 예정
인하대 캠퍼스 건물 계단에 설치된 폴리스라인 Ⓒ연합뉴스
인하대 캠퍼스 건물 계단에 설치된 폴리스라인 Ⓒ연합뉴스

인하대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건물에서 추락한 여학생이 구조될 때까지 살아있는 상태로 1시간 넘게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가 도망가지 않고 바로 신고하는 등 구조활동에 나섰다면 해당 여학생은 살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된 인하대 1학년생 A씨(20)는 지난 15일 새벽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에 있는 5층짜리 단과대학 건물에서 지인인 20대 여성 B씨를 성폭행한 뒤 도주했다. A씨는 B씨가 3층 복도 창문에서 1층으로 추락하자 B씨의 옷을 다른 장소에 버리고 자취방으로 달아났고, 당일 오후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B씨가 추락한 뒤 1시간 넘게 혼자 건물 앞에 쓰러진 채 방치된 것을 확인했다. 어두운 새벽시간인 데다 B씨가 쓰러진 장소도 행인이 많이 다니지 않는 캠퍼스 안이어서 늦게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 B씨는 당일 오전 1시 30분에서 오전 3시 49분 사이에 건물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B씨는 오전 1시 30분에 A씨의 부축을 받아 해당 건물에 들어갔으며, 오전 3시 49분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길가에서 행인에게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추락 시각은 아직 밝힐 수 없다"면서 "B씨가 행인에게 발견되기까지 상당한 시간 동안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행인의 신고로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B씨는 머리뿐 아니라 귀와 입에서도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심정지 상태는 아니었으며 다소 약하긴 했지만, 호흡하고 맥박도 뛰고 있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피해자를 구급차로 이송 중에 모니터링을 계속했다"며 "호흡과 맥박이 약한 '심정지 전 상태'였고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에 추락 직후 A씨가 집으로 도주하지 않고 소방당국에 신고했다면 B씨가 목숨을 건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경찰은 A씨가 건물 3층에서 B씨를 고의로 떠밀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현장 실험을 했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B씨를 밀지 않았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경찰은 일단 A씨 진술을 토대로 살인 고의성이 없을 때 적용하는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추가 수사를 통해 A씨가 B씨를 건물에서 떠민 정황이 확인되면 준강간살인으로 죄명을 바꾼다는 방침을 세웠다. 경찰은 또 사건 발생 현장인 해당 건물에서 확보한 A씨의 휴대전화를 분석하고 있으며 불법 촬영을 했는지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속 수사하고 있다"며 "이르면 이번 주 금요일(22일)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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