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이란 방문…서방 제재 맞서 ‘반미 연대’ 강화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07.2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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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러 결단 없었다면 서방이 전쟁 일으켰을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스푸트니크 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스푸트니크 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각) 이란을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의 해외 방문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번이 두 번째로, 이번 방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중동 순방이 마무리된 직후 이뤄졌다.

이란 정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란 테헤란 메흐라바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회담한 데 이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예방했다.

하메네이는 “이란과 러시아는 서방의 속임수를 늘 경계해야 한다”며 “양국은 장기간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는 “전쟁은 가혹하고 어려운 사안이며 이란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고통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당신이 결단력을 보이지 않았으면 상대방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을 것”이라며 전쟁 발발 책임을 서방에 돌렸다.

회담 직후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과 러시아는 테러에 대항한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며 중동 지역에 안보를 위해 협력했다”며 “우리는 독립 국가인 양국의 관계가 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국영 에너지기업 국영석유회사(NIOC)와 러시아 가스프롬은 이날 400억 달러(약 52조3000억원)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투자 관련 협약에 서명했다. 국영 IRNA 통신은 이란과 러시아 최대 에너지 기업의 이번 전략적 협력은 가스전 개발,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 설치, 원유 제품 생산 등을 포괄한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앞서 이란에 도착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과 함께 3자 회담을 진행했다. 크렘린궁은 이번 3자 회담은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아스타나 협상 프로세스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시리아는 2011년 이후 10년 넘게 내전을 겪고 있으며, 러시아와 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을, 튀르키예는 시리아 서북부를 기반으로 하는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3국은 이날 회담 이후 성명문을 내고 시리아에서 ‘테러리스트를 소탕하는’ 작전에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을 두고 서방의 제재를 받는 이란·러시아가 이른바 ‘반미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은 하메네이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지 않았더라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한 것 등을 두고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이란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이 중국·인도·라틴아메리카·아랍·아프리카 등을 아우르는 보다 넓은 그룹에 속한다며, 러시아가 이란과의 결속을 강화할 경우 서방의 제재 하에서도 잘 지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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