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도 본 적 없는 하이브리드, 《외계+인》
  •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4 13:00
  • 호수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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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최동훈’의 신묘한 전법은 통할까

‘충무로 흥행 타짜’라는 수식어가 말해 주듯, 최동훈 감독은 데뷔 후 줄곧 높은 흥행 타율을 기록해온 연출가다. 그에게 향하는 대중의 신뢰는 그러나 단순히 흥행력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기대 이상의 재미만큼이나, 작품 안에서 순도 높은 완성도를 꾸준히 보여온 점이 주효했다. 안전한 길만 선택해온 것도 아니다. 한국 케이퍼 무비 유행에 지대한 영향를 미친 《범죄의 재구성》(2004) 이후 《타짜》(2006), 《도둑들》(2012)로 범죄물의 대가로 거듭나긴 했지만, 《전우치》(2009) 같은 판타지 활극으로 모험을 감행하기도 하고, 《암살》(2015)을 통해 시대극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기도 한 그다.

《외계+인》은 그런 최동훈 감독의 도전정신과 야심이 몇 걸음 더 나아간 프로젝트다. 총제작비 700억원, 프로덕션 기간 13개월, 촬영 회차 무려 250회. 게다가 《신과 함께》에 이어 한국 영화로는 두 번째로 1~2부 동시 촬영이라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끌어안았다. 영화에 들인 물리적인 시간만큼이나 심리적인 부담도 엄청난 프로젝트다. 어쩔 수 없이 《외계+인》을 향한 궁금증은 최동훈 감독이 어떤 신묘한 전법을 보여줄 것일까에 쏠린다.

영화 《외계+인》 포스터ⓒ CJ ENM 제공
영화 《외계+인》 포스터ⓒ CJ ENM 제공

장르의 확장성 주목…단독 영화로서의 재미는?

이것은 어디서 튀어나온 하이브리드(혼종)인가. 《외계+인》 1부에는 도사와 로봇, 외계인, 고려시대와 현대, SF와 무협이 엎치락뒤치락 동분서주하게 섞여 있다. 영화는 도사와 신선들이 활약하는 고려와 인간의 몸속에 수감돼 있다가 탈옥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사이보그 가드(김우빈) 및 인공지능로봇 썬더(김대명)가 활약하는 2022년 두 시대를 무대로 한다. 신검을 차지하려는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과 천둥 쏘는 이안(김태리)의 만남이 한바탕 소동처럼 과거에서 그려지는 가운데, 다른 시간대에서는 아이언맨과 자비스(아이언맨의 AI 비서)를 연상시키는 로봇들이 외계인과 우격다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는 현대의 인물들이 과거로 가면서 휘몰아치는데, 여러모로 마블이 한창 빠져 있는 시간여행 설정이 사극 무협을 만난 기이한 모양새다.

공개된 영화에는 예상보다 놀라운 부분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지점이 모두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놀라운 지점과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그것은 창의력이다. 《외계+인》은 기본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불려 나가는 상상력이 새롭고 흥미로운 작품이다. 한 그릇에 담길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인 것들이 출동한 신선함이 상당하다. 심지어 이 이상한 이야기들이 다 말이 된다. 생경한 흐름의 독특한 오락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장르의 확장 면에서 박수받을 만하다.

그러나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도 동시에 느껴진다. 설정을 채우고 있는 요소들이 그리 신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한 외계인과 우주선의 디자인 독창성이 그러하고, 촉수를 내뿜는 외계인도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 가장 강하게 감지되는 그림자는 《전우치》다. 도사가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설정은 물론이거니와, 무륵의 부채에 기거하는 고양이 콤비 우왕(신정근)과 좌왕(이시훈)은 《전우치》에서 유해진이 연기한 초랭이의 연장이다. 여기에 SF를 더해 규모를 키운 게 《외계+인》이랄까.

《전우치》가 그랬듯, 최동훈 감독은 영화의 고려시대 장면을 익살과 능청과 흥으로 재기발랄하게 버무렸다. 그러나 《전우치》 때 노출한 단점을 되풀이하기도 하는데, 《외계+인》 1부를 두고 나오는 “산만하다”는 평은 흥미롭게도 《전우치》 때도 지적받았던 부분이다. 과거와 현재를 ‘말이 되게’ 섞는 것은 훌륭하게 성공하지만, 신과 신 사이의 흐름이 다소 거칠어 영화적 쾌감은 덜한 까닭이다.

영화 《외계+인》의 한 장면ⓒCJ ENM 제공
영화 《외계+인》의 한 장면ⓒCJ ENM 제공
영화 《외계+인》의 한 장면ⓒCJ ENM 제공
영화 《외계+인》의 한 장면ⓒCJ ENM 제공

아직 몸을 덜 푼 캐릭터들

가장 걸리는 것은 1부가 단독 영화로서의 재미를 충분히 품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1부와 2부가 연결되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1부 안에 나름의 ‘기-승-전-결’을 심어두는 건 중요하다. 2부에 대한 기대와 떡밥을 강태공처럼 던지는 것도 필요한 부분. 이야기를 2부로 늘리면서 확보한 시간을 최동훈 감독이 어떻게 활용했을지 무척 궁금했던 입장에서, 그 시간 대부분을 세계관 설명에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아쉽다. 그러니까, 기-승-전-결의 재미를 느끼기엔 서론이 너무 긴 인상이라 이야기 속도가 느리게 다가온다.

세계관을 너무 친절하게 말로 풀어내서 김이 새는 것도 뼈아프다.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연결됐고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인물 관계가 빌드업되는가를 관객이 연신 궁금해하게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였을 텐데, 그것을 구구절절 말로 대체하고 있으니 비밀이 하나씩 풀릴 때의 재미가 충분히 살지 못한다.

아직 2부가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기에 두고 볼 지점이긴 하나, 감독의 전작들에는 있는데 《외계+인》 1부에는 없는 하나는 ‘마음을 파고드는 캐릭터’다. 드라마가 다소 덜컹거려도 매혹적인 캐릭터가 있으면 또 따라가는 게 관객이다. 평단의 평가가 다소 엇갈렸던 《전우치》가 관객들에겐 사랑받은 이유도 전우치 캐릭터에 연신 활력을 불어넣는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매력이었다.

그러나 《외계+인》의 캐릭터들은 최동훈이 매만진 인물치고는 찰기가 부족하다. 류준열이 연기한 무륵은 아직 몸풀기 직전 상태로 보이며, 권총을 든 김태리는 그 자체로는 멋들어지지만 《승리호》에서 이미 크게 써먹은 부분이라 감흥이 덜하다. 가드를 연기한 김우빈의 경우 이 영화에서 실질적인 안내자 역할을 하는 터라 배우로서는 살짝 손해 보고 들어가는 게 있다. 그나마 호불호 없이 환호할 캐릭터는 염정아-조우진이 연기한 신선 콤비 흑설과 청운이다. 특히 감초 연기를 담당한 염정아의 개인기에 물이 올랐다. 염정아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재미있는 사람인가를 대중에게 알려주고 싶어 안달 내는 느낌을 주곤 하는데, 그런 그의 모습을 최동훈 감독이 극대화해 재미있게 보여준다.

여러모로 《외계+인》은 최동훈 감독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들이 조금 희미한 결과물이다. 물량을 앞세운 볼거리가 캐릭터 조형술을 앞지르고 있으며, 세계관에 대한 고민이 이야기 본연의 맛을 조금 누른다. 특히 현대 파트에서의 액션은 참신함보다 정교함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듯 보이며, 대사 역시 리듬보다는 전달에 더 힘을 쏟는 모양새라 득보다 실이 크다. 이 모든 것이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으려는 최동훈 감독의 도전정신에서 왔다는 점에서 응원하는 마음이긴 하나, 1부 결과가 2부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위험천만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다소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외계+인》은 최동훈 감독 필모에 어떻게 기록될까. 이미 화살은 날아갔고, 과녁까지 갈 길이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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