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명 집단감염, 막을 수 있었다”…‘자율 방역’ 피해는 국민 몫?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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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군대 등 대규모 집단감염 이어질 것…선제적 대응 했어야”
지난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주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과 교사 159명이 코로나19에 무더기로 감염됐다. 코로나 확진자가 수만 명을 넘어서는 시점에서도 3박4일 간의 제주도 수학여행을 강행한 결과다. 이를 두고 정부의 자율 방역 정책에 따른 피해를 오롯이 시민들이 감내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과학에 근거한 거리두기 조치가 선행됐다면 이 같은 집단감염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21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주A고등학교 1~2학년 학생 400여 명은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3박 4일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이후 일부 학생에게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 유전자증폭(PCR)검사를 진행한 결과 양성이 나왔다. 전수조사 결과 최소 144명의 학생과 교사 1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7일 파주의 한 요양병원에서 간호사 등 직원 3명의 감염을 기점으로 일주일 만에 입소자 128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지 일주일여 만이다.

현 상황에서 이 같은 집단감염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역학조사를 중단해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데다, 격리 지원금이 줄어들면서 PCR 검사를 받지 않는 사례들도 많아졌다. 드러난 확진자 수치에 비해 숨은 감염자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이 같은 집단감염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의 생활 지원과 치료 지원을 대폭 축소하면서 '깜깜이 감염'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돼왔다. 공교롭게도 정부는 재유행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지원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지난 11일부터 코로나19 격리자에게 주던 생활지원금을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만 지급한다. 코로나19로 격리·입원한 근로자에 유급휴가를 제공한 모든 중소기업에 대해 지원하던 유급휴가비도 종사자 수 30인 미만 중소기업으로 축소했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대기를 위한 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대기를 위한 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급하게 내놓은 대책도 틀린 예측에 기반에 내놓는 '뒷북' 대응이라서 사실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앞선 5번의 팬데믹 경험을 분석해 예측을 잘해야 하는데, 정부가 매번 예측에 실패하고 있다"며 "틀린 예측에 따라 대비를 안하니 재유행을 앞당기는 결과가 나온다"고 짚었다. 전날 정부가 내놓은 4000개 병상 추가 확보 행정명령 등도 예측 못한 상황이 닥치자 그제서야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사후약방문'식 처방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학방역' 대책에 실체가 없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특히 고위험군 관리에 미흡하다는 진단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구치소, 군대, 수학여행 등 대규모 집단에서 앞으로도 계속 확진 사례가 나올 것"이라며 "선제적으로 막았어야 하는데 대응이 늦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양시설에 입주해 있는 환자들에 대한 진단이 빨리 이뤄져야 하는데 최근 의료진이 많이 부족한 것도 우려된다"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거리두기로는 확산을 막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아프면 쉬는 문화'를 권장하고 나선 것도 시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아프면 쉬는게 과학방역이냐', '지원금을 줘야 쉬지라도 하지' 등 직장인들의 볼멘 소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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