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칼의 서사’를 넘어서야 [쓴소리 곧은 소리]
  • 김태일 장안대학교 총장 (tkim@ynu.ac.kr)
  • 승인 2022.07.23 14:00
  • 호수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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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힘은 말에서 나온다…검사 시절 최고의 칼잡이 기억은 잊고 ‘말의 힘’ 길러야
정치인의 자질은 검사의 덕목과 달라…국민의 마음과 처지를 이해하는 공감력 개발을

윤석열 대통령은 강호의 무림 가운데 최고의 칼잡이였다. 이 말이 언짢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그럴 일은 아니다. 그가 이름난 검사였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그가 평생 일했던 검찰은 국가의 강제력을 관리하는 기구다. 법을 어긴 사람들의 재산권을 박탈하든지 신체의 자유를 제약해 체제의 질서를 유지하는 게 검찰이 맡은 임무다. 그래서 검사 스스로 자신들을 무사라고 말한다. 검사란 칼을 다루는 직업이라는 표현도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 직역의 최고 지위에 올랐던 무림 고수였다. 그는 특수수사 영역에서 주목할 만한 공을 세웠으며 극적으로 검찰총장 자리까지 올랐다. 그 일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큰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그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통령 자리까지 내달렸다. 국회의원 한 번 한 적 없는 사람이 정치에 입문한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아 단숨에 대통령이 되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를 지지한 사람도 지지하지 않은 사람도 다들 놀랐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으로 바뀌는 과정은 중국의 변검 공연을 보는 이상으로 경이로운 일이었다.

그런데 더 놀랄 일이 일어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극적 등장 과정에 대한 경탄이 한탄으로 변하는 시간이 전례 없이 짧다는 현실이다. 그가 대통령 일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몇 달이 지났는데 지지율이 곤두박질하고 있다. 가능성은 전혀 없는 얘기이나 대통령 탄핵이라는 말의 금기도 깨진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2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목련마을 주공1단지 아파트 중탑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월2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목련마을 주공1단지 아파트 중탑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지율 하락보다 ‘대통령으로서의 태도’가 중요

대통령 지지율이야 오를 때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지만 걱정스러운 것은 윤석열 대통령 자신의 태도다. 그는 여론조사 지지율에 신경을 쓰지 않겠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내가 지켜본 바로는, 어떤 국가 지도자가 국민 여론에 개의치 않겠다고 하는 순간부터 그 나라의 정치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가장 나쁜 상황은, 지도자가 ‘역사와 대화하겠다’고 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사태는 정말 심각해진다. 이것은 멋들어진 표현 같지만 뒤집어보면 ‘현실’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 그런 단계까지 간 것은 아니지만 국민 여론의 현실을 외면하는 듯한 태도는 결코 작은 걱정거리가 아니다. 국민의 지지가 신통치 않으면 더 열심히 국민과 소통해야 하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과 더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고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니겠는가. ‘여론에 신경 쓰지 않겠다’ 혹은 ‘역사와 대화하겠다’고 한 지도자들은 다 민주주의와 국민으로부터 멀어져 갔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 문제는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닌 게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가 왜 이런가? 그 이유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아직 정치인의 덕목이 뭔지에 대한 생각이 부족해 그러지 않나 싶다. 칼을 다루고, 칼이 힘의 수단이었던 검사와 달리 정치인은 말을 다루고, 말이 힘의 원천이라는 것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사의 칼은 어떤 사람의 행동이 법을 위반한 것인가 아닌가를 판단하고 법을 위반한 행동에 대해서는 정확히 징벌함으로써 그 체제의 규범을 유지해 나간다. 이와 달리 정치인은 말로 일을 한다.

정치인은 유죄냐, 무죄냐의 판별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와 이해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출발이다. 그리고 그것을 타협, 조정해 체제의 통합과 공동선을 실현한다. 정치인은 말로써 이 일을 수행한다. 따라서 정치인에게는 공감 능력이 중요하다. 국민의 마음과 처지를 이해하는 능력이 기본이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말을 해야 한다. 공동체가 실현해야 할 목표, 그것에 도달하기 위한 경로와 방법, 그 과정에서 가져야 할 자세 등에 대해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설명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치를 공감의 예술이라고도 한다.

 

권력자가 ‘법대로만 하자’면 위압으로 들릴 수 있어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로서 칼을 쓰는 능력은 자타가 인정할 정도였으나 정치인으로서 가져야 할 덕목인 ‘말’의 가치에 대해 충분한 역량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의 설명 능력은 바닥이다. 어떤 말은 공감을 형성하기는커녕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현 정부의 잘못에 대한 지적에 앞 정부도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 앞 정부보다 낫지 않냐는 식으로 답변했다. 그것은 좋은 설명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종종 어떤 문제 상황에 대한 판단 기준이 법률 지상적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툭하면 법대로 하자고 한다. 법치주의를 하자는 말은 참 편한 말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언어로서 썩 좋은 말은 아니다. 법이 만능은 아닐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권력자가 법대로 하자면 그것은 엄청난 위압으로 들릴 수 있다. 법이 힘 있는 자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해 있는 현실도 대통령의 법치주의 발언을 검사의 문법으로 비치게 하는 이유다.

대통령이 된 이상 ‘강호 무림 가운데 최고의 칼잡이’라는 말이 이제는 그에게 칭찬이 아니다. 그것을 넘어서는 면모를 보여야 그는 대통령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검사의 문법은 민주주의와 상충 모순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 검사의 문법으로 쓴 이야기를 지워야 한다. 검사 조직은 상명하복 위계가 엄격해 군대 이상으로 수직적 규율이 강력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검사동일체라는 용어는 한물갔다고 하지만 그 의식은 아직 잔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갈등에 대한 외과적 처리 경향도 형사사법을 책임지고 있는 검찰 조직의 당연한 특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는 그런 것들을 넘어서는 종합예술이다.

음악을 잘 못하는 사람을 음치(音癡)라고 한다. 그 말에 빗대자면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政癡)다. 그것에서 벗어나려면 그는 실제로도 이미지로도 ‘칼’을 던져 버려야 한다. 자신을 여기까지 오게 했던 ‘칼의 서사’를 넘어서야 한다. 대통령의 힘은 ‘말’에서 나온다. 공감에 기초하고 훨씬 더 정교하고 정확한 ‘말’의 힘을 길러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태일 장안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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