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버스터미널, 금호타이어 부지로 옮기나…이전설 ‘모락모락’
  •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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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쇼핑몰 건립·금호타이어 이전과 맞물려 이전설 부상
지역사회 촉각…여론 향배·광주시 결단이 관건

광주광역시의 육상 관문인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이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부지로 이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이전설은 신세계의 광주복합쇼핑몰 입지와 지지부진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빛그린산단 내 함평권역으로 이전과 맞물려서 대안적 해결책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이전설의 밑그림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으로 이전한 버스터미널 빈 터에 신세계가 복합쇼핑몰을 세우고, 금호타이어 공장 부지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인 미래에셋증권컨소시엄이 버스터미널 이전을 활용해 용도변경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광천동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이전은 광주 발전축 이동과 상권 지각변동 등 지역경제에 큰 파장을 몰고 올 민감한 사안이란 점에서 풀어야 할 과제 또한 첩첩히 쌓여 있다. 

광주의 육상 관문인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이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으로 이전설이 부상하고 있다. 버스터미널 이전설은 신세계의 광주복합쇼핑몰 입지와 지지부진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빛그린산단 내 함평산단으로 이전과 맞물려서 대안적 해결책으로 나오면서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의 소유주는 금호고속(주)이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광주의 육상 관문인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이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버스터미널 이전설은 신세계의 광주복합쇼핑몰 입지와 지지부진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빛그린산단 내 함평산단으로 이전과 맞물려서 대안적 해결책으로 나오면서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의 소유주는 금호고속(주)이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금호고속-신세계-미래에셋콘소시엄, 3자 이해 맞아 떨어진 ’매력적 카드‘…금호고속 “검토한 적 없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이전은 신세계, 금호고속, 미래에셋증권 콘소시엄 등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매력적인 빅딜 카드로 보인다. 이들 3자 앞에 놓인 숙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수라는 점에서다. 신세계는 복합쇼핑몰 알짜 부지를 손에 넣을 수 있고, 금호고속 입장에선 자금난에 숨통을 트는 것은 물론 그룹 재건의 기회를 동시에 잡을 수도 있다. 금호타이어 또한 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이 본계약을 미루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장 이전에 속도를 낼 수 있다. 광주 광산구 평동 출신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이끄는 컨소시엄은 광주시 반대로 꽉 막힌 용도 변경의 물꼬를 트고, 개발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현재 서구 광천동에 위치한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을 이전시킨 뒤 이 자리에 복합쇼핑몰을 개발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시설과 시너지를 내는 방식으로 복합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신세계이든 미래에셋콘소시엄이든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부지에 복합쇼핑몰을 직접 입점시키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문제는 용도변경 권한을 쥔 광주시가 이를 허가할 듯한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다. 또 광주공장 부지 개발은 광주시가 용도변경을 확정하더라도 이후 철거, 이전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광주공장 부지와 인접한 송정역 앞에는 외식업 상권과 전통시장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광주시가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곳으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부지를 선정할 경우 소상공인의 강력한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하면 버스터미널 터는 신세계가 추진하는 복합쇼핑몰 입지로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다. 

광천동 버스터미널 일대는 광주신세계백화점에 이마트 광주점까지 입점하면서 ’광주의 신세계타운‘으로 불리고 있다. 신세계는 2013년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소유주 금호고속과 부지 및 건물 일부에 대한 임차계약을 맺고 광주신세계 백화점을 입점시켜 운영해오고 있다. 신세계와 금호고속은 보증금 5270억원 외에 별도 임차료가 없는 구조로 임차계약을 체결했다. 임차 기간은 2033년 5월까지다. 앞서 신세계는 10여년 전 이마트 주차장 부지 2만3100㎡를 29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2015년 광주신세계 옆 이마트와 주차장을 없애고 그 자리에 특급호텔과 면세점, 이마트, 주차장을 새로 짓는 복합쇼핑몰 사업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신세계는 광주에서 투자가 어려워지자 대전에 7000억 원을 투자해 대전사이언스콤플렉스를 지난해 8월 준공했다. 

광주의 육상 관문인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이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으로 이전설이 부상하고 있다. 버스터미널 이전설은 신세계의 광주복합쇼핑몰 입지와 지지부진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빛그린산단 내 함평산단으로 이전과 맞물려서 대안적 해결책으로 나오면서다. 광주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전경 ⓒ연합뉴스
광주의 육상 관문인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이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으로 이전설이 부상하고 있다. 버스터미널 이전설은 신세계의 광주복합쇼핑몰 입지와 지지부진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빛그린산단 내 함평산단으로 이전과 맞물려서 대안적 해결책으로 나오면서다. 광주 KTX송정역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전경 ⓒ연합뉴스

미래에셋증권 콘소시엄, 버스터미널 받아 ’용도변경 난제‘ 푸나

금호고속 입장에서도 자금난에 숨통을 틀 수 있어 나쁠 게 없다는 평가다. 광주신세계 백화점과 비슷한 형태로 거액의 보증금이 들어오는 장기 임대계약을 맺을 수 있어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해체 이후 금호고속이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신세계가 남은 터미널 부지에 대한 임차계약을 확보할 가능성도 매우 높게 점쳐진다. 업계 일각에선 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과의 협상 여하에 따라서는 그룹 재건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금호고속 측은 회사 차원에서 버스터미널 이전을 ‘검토해 본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시사저널과 25일 오전 광천동 본사에서 만난 금호고속 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로 검토해 본 적도 없다”며 “도시계획시설인 버스터미널 이전은 광주시의 정책결정 사항으로, 우리 임의대로 이전할 권한이 없다. 제안이 들어오면 그때 가서 검토할 사안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금호고속이 운신의 폭 제한과 지역 여론 등을 감안해 미리 앞장 설 일은 아니더라도 버스터미널의 이전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이 이전할 곳으로는 광산구 소촌동 KTX송정역 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부지가 거론되고 있다. 금호타이어 공장 부지를 매입하기로 한 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버스터미널 이전은 난제인 광주시와 용도변경 협의의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그동안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상업지로 용도변경을 허가할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도움을 주고 싶어도 법적으로 빛그린산단으로 공장이전을 완료해 공장을 비우거나 운영을 중단하지 않으면 사전에 용도변경 자체를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공장 이전이 먼저라는 것이다. 

실제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지구단위계획 지정 대상 지역의 조건을 ‘유휴토지(사용하지 않아 수익이 발생되지 않는 휴경지)나 대규모 시설의 이전부지’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는 당장 광주공장 가동을 멈추기 힘든 실정이다. 현재 4조 3교대로 24시간 풀가동 중인 공장 운영을 멈추고, 이전하는 것은 제조업 특성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버스터미널은 대규모 시설로서 공공성도 갖추고 있다. 버스터미널 이전을 전제로 용도변경을 한다면 광주시 입장에서도 특혜와 위법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덧붙여 송정역을 중심으로 한 도시발전의 획기적 기회를 광주시가 기업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일각의 따가운 시선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용도변경이 이뤄지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사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타이어는 전남 함평 빛그린국가산업단지 내 약 50만㎡ 부지에 친환경 타이어 생산공장을 짓기로 하고, 올해 초 산업단지 조성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공장 이전 부지 계약보증금을 납부했다. 하지만 이전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공장 이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광주공장 부지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과의 본계약이 수차례 무산되면서다. 애초 광주공장 부지 매각 및 개발사업에는 미래에셋증권-현대건설-중흥토건, 삼성증권-DL이앤씨-제일건설, 부국증권-호반건설 등 3개 컨소시엄이 참여했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월 26일 함평군에 빛그린 국가산업단지 내 함평권역에 이전하고자 입주 의향서를 제출했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입주의향서. ⓒ시사저널​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월 26일 함평군에 빛그린 국가산업단지 내 함평권역에 이전하고자 입주 의향서를 제출했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입주의향서. ⓒ시사저널​

금호타이어와 미래에셋증권컨소시엄은 1조4000억원이라는 매매 가격에 합의한 뒤 본계약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이 보유한 우선협상대상자 권한은 시한이 3월 31일까지다. 하지만 양측 간 광주공장 매각 본계약은 지난 4월 말, 5월 말, 6월 15일 총 3차례 무산됐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말 본계약에 앞서 사전계약 성격으로 600억원 규모의 공장부지 일부 매각 계약도 체결했다. 현재 본계약 협상의 주된 내용은 남은 대금인 1조3400억원의 지급 시기와 방법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은 기존 광주공장 부지를 상업용으로 용도변경한 뒤, 본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입장이다. 반면 금호타이어는 빛그린산단 내 전남 함평 신공장 이전에 속도를 내기 위해 용도변경 확정 이후까지 지급 시기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버스터미널 이전이 본계약 체결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버스터미널 이전을 전제로 기존 광주공장 부지를 상업용으로 용도변경한 뒤, 가치가 높아진 공장 부지를 담보로 대출을 일으켜 1조원 초중반대로 알려진 인수대금을 마련한다는 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의 계산이 섰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이미 함평 이전이 확정된 광주공장 이전 사업이 용도변경 문제로 사실상 중단되면서 자금난 등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광주시와 공장부지 용도변경 문제를 해결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공장을 짓고, 지역사회 공헌에도 나섰으면 한다”고 밝혔다.

관할 지자체인 광산구의 입장은 어떨까. 해당 도시계획이 광주시의 권한 사항이라서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광산구도 지역개발 차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공장 이전은 시설 확장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회사 측의 필요성도 크지만, 광주시와 광산구의 도시개발 현안이기도 하다. 금호타이어로 인한 광산구의 세수가 연 23억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송정역세권 개발을 통한 이득이 훨씬 크다는 계산이 나온다. 광주시도 그동안 금호타이어 역외 이전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시·도 상생과 송정역 일대의 KTX 지역경제 거점형 투자 선도지구 지정과 맞물려 대승적인 양보를 했다.

하지만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이전 등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변수가 많다. 버스터미널 이전설에 따른 금호타이어 공장부지 용도변경이 공론화될 경우 특혜시비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른 지역사회와 시민단체 등의 거센 압력을 어떻게 잠재우느냐가 관건이다. 또 하나 걸림돌은 광주시가 아파트 위주의 개발에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에서 중국 자본인 금호타이어 측이 막대한 매각자금만 챙기고, 신규투자나 공공기여 약속 등에는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점도 광주시로선 부담이다.

다만, 최근의 지역사회 기류는 괜찮다. 대선과정에서 광주복합쇼핑몰 유치가 이슈화되면서 민간자본 유치에 대한 지역사회의 부정적 시각이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여서다. 하지만 도시계획의 칼자루를 쥔 광주시 설득이란 산을 넘어야 한다는 시각이 적잖다. 이런 맥락에서 “구슬이 서 말이도 꿰어야 보배”라는 얘기가 나온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타래를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할 미래에셋컨소시엄 측이 광주시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사업의 향배를 가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아무리 지역사회 분위기가 돌아섰다고 하더라도 버스터미널 이전과 용도변경에 대한 타당성 논리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지역 상생방안 제시 여부에 따라 광주시의 수락이 뒤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버스터미널을 공장 부지에 유치하면 광주시에 용도변경의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세계쇼핑몰, 금호타이어 이전 등을 앞당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 부지 용도변경이 장기화되며 딜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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