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명대 재진입 현실됐는데…힘 못쓰는 ‘과학방역’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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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가파른 증가 속 변이 지역사회 전파 우려 커져
사령탑 부재 속 ‘자율 방역·백신’만 반복 언급하는 尹정부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9만9327명으로 다시 10만 명에 근접한 7월26일 오전 서울 마포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9만9327명으로 다시 10만 명에 근접한 7월26일 오전 서울 마포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신규 확진자 규모가 석 달 만에 10만 명대에 바짝 다가갔다. 재유행과 신규 변이 지역사회 전파 등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가 내세웠던 '과학 방역'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다. 이미 전임 정부에서 시행된 정책을 반복하며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방역 당국이 예견된 유행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국민과 의료 현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6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9만9327명 늘어 누적 1934만6764명이 됐다고 밝혔다.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전날(3만5883명)보다 6만3444명 급증했다. 지난 4월20일(11만1291명) 이후 97일 만의 최다치로, 9만명대 기록은 4월21일(9만846명) 이후 처음이다.

화요일 기준으로는 4월19일(11만8474명) 이후 14주만에 가장 많다. 1주일 전인 지난 19일(7만3558명)의 1.35배, 2주일 전인 12일(3만7344명)의 2.66배다. 전주 대비 2배 안팎으로 증가하는 '더블링'은 주춤한 모습이지만, 4주 전 6월28일(9894명)과 비교하면 10.04배에 달해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일주일간 신규 확진자 수는 7만6381명→7만1150명→6만8632명→6만8551명→6만5433명→3만5833명→9만9327명으로, 일평균 6만9337명이다.

이날 신규 확진자 중 해외유입 사례는 353명, 국내 지역 감염 사례는 9만8974명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 5만5750명(56.13%), 비수도권에서 4만3577명(43.87%) 나왔다.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하며 위중증 환자 수도 늘고 있다. 이날 위중증 환자 수는 168명으로, 지난 6월2일(176명) 이후 54일만의 최다치를 기록했다. 1주일 전인 19일(91명)과 비교해도 1.84배로 크게 늘었다. 사망자는 직전일과 같은 17명이다. 누적 사망자는 2만4907명, 코로나19 누적 치명률은 0.13%다.

중환자 전담치료병상인 위중증 병상의 전국 가동률은 21.8%(1476개 병상 중 322개 사용)로 전날보다 1.2%포인트 내렸다. 준중증 병상가동률은 40.4%로 0.1%포인트, 중등증 병상 가동률은 32.6%로 2.5%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전날 국내에서 BA.2.75(일명 켄타우로스) 변이 4번째 확진자가 확인되면서 지역 사회 전파 우려가 한층 커졌다. 4번째 확진자는 지난 5일 인도에서 입국한 2번째 확진자의 지인으로, 5일과 7일 2번째 확진자와 접촉한 뒤 13일에 확진됐다. 이미 이달 초순에 지역사회 감염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당국은 현재 재유행을 주도하는 BA.5에 이어 BA.2.75까지 가세할 경우 확진자 증가 속도가 더욱 빨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해 4000여 병상을 확보하는 등 추가 대책을 발표한 7월20일 서울시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광진구 혜민병원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해 4000여 병상을 확보하는 등 추가 대책을 발표한 7월20일 서울시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광진구 혜민병원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변죽만 울린 '과학 방역'? 실체 어디에

코로나19 상황이 연일 악화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방역을 비판하며 이번 정부가 내걸었던 '과학 방역'은 여전히 실체가 모호하다. 방역 당국이 재유행을 앞두고 새롭게 내놓은 것은 50대·18세 이상 기저질환자 등으로 백신 4차 접종 대상을 확대한 것 뿐이다. 

오히려 국민과 의료 현장의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사와 추적, 치료 체계인 '3T'가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앞서 정부는 재유행이 예견된 상황에서도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전담 병상 규모를 줄여왔다. 그러다 확진자 수가 더블링 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자 부랴부랴 재확보에 나섰다.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 설치 및 운영도 '늑장 대처'하면서 혼선을 키웠다. 현재 운영 중인 임시선별검사소는 전국에 10개에 불과하다. 2월 중순만 해도 218곳이었지만 확진자가 줄면서 문을 닫았다. 방역당국은 지난 20일 확진자가 늘어남에 따라 전국 70곳으로 검사소를 늘리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제 운영되지 않은 곳이 많아 주말 동안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또 관련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검사비를 자비로 부담하도록 해 숨은 감염자가 늘고, 이에 따라 유행 규모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반영하겠다며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도 현재까지 역할로는 전 정부의 '일상회복 지원위원회'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 컨트롤타워'가 없는 점도 문제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권덕철 장관이 물러난 후 두 달 넘게 수장이 없는 상태다. 복지부 장관과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방역 사령탑으로 위기 상황에 손발을 맞춰야 하지만 공석 상황이 길어지면서 정책 의사결정과 실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모양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에도 '자율 방역' 준수와 백신 접종 계획만을 거듭 강조했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 "확진자 수가 10만 명에 육박했다"며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됨에 따라 감염확산 속도가 더 빨라지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2년6개월 간 여러 차례 유행기를 겪었으며 이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경제와 일상의 멈춤이 아니라 자율과 실천"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오는 27일 발표될 '자율적인 거리두기 실천방안'과 관련 "국민 여러분은 각자 일상에서 '방역 실천'을 위해 노력해달라"며 "정부는 그간 준비해 온 방역 대응체계를 바탕으로 이번 재유행의 고비를 무사히 넘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아울러 개량 백신을 하반기에 최대한 신속하게 도입해 활용할 계획이며 도입계획, 접종대상 등은 8월 말에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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