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헌법 9조에 자위대 명기할 수 있을까
  • 박대원 일본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30 12:00
  • 호수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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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피격 역풍으로 선거 압승했지만 ‘개헌 세력’ 내 이견 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사망 이후 실시된 참의원 선거(7월10일)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자·공 연합)이 압승했다. 자·공 연합은 이번 선거를 통해 신규 의석 76석을 확보함으로써 기존 의석 70석과 함께 참의원 전체 248석의 절반이 넘는 146석을 차지하게 되었다. 개헌에 찬성하는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이른바 ‘개헌 세력’의 의석수를 합치면 총 177석으로,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참의원 의석 3분의 2도 확보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7월11일 기자회견에서 “되도록 빨리 (개헌안을) 발의하고 싶다”며 개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도 “주요 정당 간에 어떤 항목을 우선시할지, 스케줄은 어떻게 할지 공통인식을 형성해 가능한 한 빨리 발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월11일 기자회견에서 “되도록 빨리 (개헌안을) 발의하고 싶다”며 개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AP 연합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월11일 기자회견에서 “되도록 빨리 (개헌안을) 발의하고 싶다”며 개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AP 연합

일본의 현행 헌법은 9조 1항에서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의 무력 행사를 금지하고, 2항에서 육해공군 등의 전력 보유 및 국가의 교전권을 부인하고 있어 ‘평화헌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헌법 내용으로 인해 일본의 안전보장정책 결정 및 실행 과정에서는 ‘자위대 창설은 헌법 위반인가’ ‘자위대의 해외 파견은 가능한가’ ‘자위권의 허용 범위(개별적·집단적 자위권)는 어디까지인가’ 등 헌법과의 정합성을 묻는 논의가 동반돼 왔다. 또 1946년 공포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개정되지 않은 평화헌법의 상징성으로 인해 개헌을 통해 자위대와 관련된 위헌 논란을 해소하고자 하는 자민당의 노력은 여론과 야당의 거센 반대에 부닥쳐 왔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헌법을 바꾸지 않고도 ‘헌법에 대한 해석’을 도입함으로써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왔다. 1954년 ‘자위를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의 실력’을 보유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는 해석을 통해 자위대의 위헌성을 반박하는 정부 입장을 정당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4년 7월에는 아베 내각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제한적으로 용인하는 각의 결정(국무회의 의결에 해당)을 통해 헌법 개정 없이 헌법 해석을 변경하는, 이른바 ‘해석 개헌’을 실시하기도 했다. 

정부의 헌법에 대한 새로운 해석 제시에도 전력 보유와 전쟁 금지를 선언한 헌법 9조의 명문 규정은 수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공산당을 비롯한 일부 좌파 세력은 자위대의 존재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도 일본공산당은 헌법의 모든 조항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자위대의 단계적 해체를 통해 헌법 9조의 전력 보유 금지 규정과의 모순을 해소할 것을 강조했다. 

이에 집권여당 자민당은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자위대를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는 것을 포함한 개헌안을 제시하고 있다. 2018년 4월11일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베 전 총리가 “일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明記)하고, 그 정당성을 명확하게 하는 것은 일본 안전의 근간과 관련된 것이다”고 발언한 바와 같이 자민당 개헌안에서 자위대 명기는 핵심 쟁점이다.

 

북한 핵 무장도 개헌 추진 명분

헌법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고 자위대 위헌론을 종결시키는 것 자체는 실질적인 정책 전환으로서의 의미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자위대의 존재 및 해외 파병은 기정사실이며 ‘해석 개헌’의 방식으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개헌을 통해 자국민의 자위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함으로써 국내외에서의 자위대 활동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적극적인 안보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013년 말 일본 최초의 국가안전보장전략(NSS) 발표 이후 일본 정부는 자국 주변의 안보환경 변화를 이유로 방위예산을 증액하고 평화안전법제의 제정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제로 한 자위대의 활동에 법적 근거를 부여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안보정책을 위한 기반을 정비해 왔다.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방위적 목적의 적 기지 공격능력(반격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개헌은 이러한 일본의 방위력 강화 움직임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가 개헌과 이를 통한 방위력 강화를 계속 추진할 경우 동북아 지역의 군비 경쟁 가속화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일본 정부가 전수방위 원칙을 주장하며 ‘방어적 목적’의 군사력 보유를 주장한다 하더라도 침략전쟁의 기억을 갖고 있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이 일본의 의도에 의구심을 느끼고 이를 안보상 위협요인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중국해에서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일본의 급속한 방위력 강화 및 국제적 역할 확대를 중국에 대한 견제로 인식해 일본의 개헌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도 일본 정부가 방위백서 등 전략문서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지적하며 방위력의 발본적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개헌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기시다 내각하에서의 개헌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첫째,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과 ‘개헌 세력’으로 불리는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내에 개헌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자위대 명기’에 찬성하고 있는 반면, 공명당과 국민민주당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개헌 세력이 중·참의원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할지라도 협의를 통해 개헌안을 작성하는 작업이 지연돼 개헌 시도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일본 국민 58% “개헌 서두를 필요 없다”

개헌에 대한 신중한 여론도 관건이다. 7월16~17일 실시된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하에서 헌법 9조를 개정하고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안에 찬성하는 의견이 51%로 나타나 국민 과반수가 자위대 명기를 긍정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7월11~12일 실시된 교도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4%는 개헌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답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민당이 개헌 세력 내 협의를 통해 개헌안 발의에 성공한다 할지라도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공명당의 기타가와 가즈오 중앙간사회장은 7월14일 기자회견에서 “국민투표로 과반수를 얻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분위기만으로는 개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민당의 개헌 드라이브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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