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윤 대통령, ‘윤핵관’ 의존도 확 낮춰야
  • 전영기 편집인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9 09:30
  • 호수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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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윤석열-권성동 문자 파문’은 대통령의 언행이 더 신중해져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보낸 텔레그램 문자 가운데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이준석 대표가 선거 과정에서 당력을 결집하지 못하고 집권 후에도 자기 정치에 몰두하느라 국정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등 ‘내부 총질’로 윤 대통령을 괴롭힌 건 사실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통령도 사람이다. 당 대표가 내부 불화만 야기하는 것을 보고 어찌 속내를 감출 수 있었겠나”라고 두둔한 것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다’는 대목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을 맡은 뒤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한테 역전당한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이다. 물론 대통령과 집권당이 과거 정권이 손 놓고 있었던 노조·연금·교육 개혁, 에너지·반도체·스타트업·과학기술 집중처럼 옳은 일을 하다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다른 경우가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의 문자 내용은 사실은 맞지만 판단은 틀렸다고 봐야 한다.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부 총질’ 문자 사건, 각성과 결단을 요구

파문의 본질은 다른 데 있다. 사실과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 내면의 각성과 결단의 문제다. 평범한 사람끼리 사적인 대화에선 비속어가 튀어나올 수 있고 상대방을 격려하다 가끔 본심과 다른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통령직에 오르는 순간 그는 국가인이 된다. 모든 언행은 일거수일투족이 대통령기록관에 남게 된다. 실수가 잦으면 국민이 따르지 않는 법. 너무나 많은 사람이 대통령의 실수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그래서 대통령의 오류를 막기 위해 주변에 그토록 많은 참모와 예산과 시스템이 움직이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다. 개인의 관념이나 가족의 성격, 특정 직업이나 지역·세대의 이해를 초월해야 하는 자리다. 그는 오직 국익과 국민 전체의 삶의 질에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연인 아닌 국가인, 국민 일부가 아닌 전체의 대표자로서 대통령의 엄정한 자세는 부인인 김건희 여사에게도 똑같이 기대된다. 그러므로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공무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정한 자기관리와 변신을 해내야 한다. 아무리 가까운 측근한테도 대통령의 속을 다 보여줘선 안 된다. 권성동 사례에서 보듯 측근의 실패는 대통령의 위기로 직결된다. 앞으로 윤핵관에 대한 의존도를 현저히 낮출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을 때 벌어질 책임은 몽땅 대통령한테 돌아온다.

 

측근의 실패는 대통령의 위기로 직결

한국 대통령들의 종말은 대체로 비극적이었다. 그런 가운데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대통령과 실패한 대통령 사이에 뚜렷한 차이도 발견된다. 관념적이고 당파적이고 분열적인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그러하다. 노태우·김대중 대통령은 여소야대 소수 정권의 열악한 환경에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개인적인 인기는 팬덤 대통령들보다 미약했다. 그러나 북방정책, 경제국난 극복이라는 국가적·국민적 과제를 선택해 실적을 보임으로써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닦았다. 노태우·김대중 대통령은 생활적이고 국익적이고 통합적이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자기 권력을 줄여 3당 통합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보수진영 인사들을 대폭 기용해 국민 감동을 선사했다. 윤 대통령이 선배 대통령들의 성패 사례를 면밀히 통찰해 국정운영의 동력을 회복하기 바란다. 

전영기 편집인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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