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화된 경찰, 정부 통제권 밖에 둘 수 없어 [쓴소리 곧은 소리]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amta@korea.ac.kr)
  • 승인 2022.07.29 14:00
  • 호수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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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입법, 대공 수사권 이전, 민정수석실 폐지로 막강해진 경찰권
상위 부서가 인사권·징계권으로 관리해야…국가경찰위 통제는 유명무실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총경들 모임은 사상 초유의 경란(警亂)으로 불리면서 큰 파장을 남겼다. 이른바 ‘14만 명 경찰회의’가 취소되면서 조금씩 갈등이 봉합되는 모습도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그에 대한 반발이 나타나는 등 문제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닌 듯하다.

경찰국 신설에 대해 이렇게 날카로운 갈등이 드러난 것은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자문위에서 경찰국 신설을 제안했던 것은 비대해진 경찰권에 대한 관리·통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입법,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등으로 경찰권은 커진 반면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 등으로 인해 제어 시스템은 약화된 상황에서 보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22년 3월17일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2022년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임용자들이 임용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3월17일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2022년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임용자들이 임용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4만 명 경찰회의’ 취소됐지만 경란 여진 남아

그런데 이에 반발하는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국 신설이 30년 전 내무부 안에 치안본부를 두었던 시절로 돌아가려는 역사적 퇴행이라고까지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매우 감정적일 뿐만 아니라, 세 가지 점에서 사실과 다르다.

첫째, 당시 경찰은 지금처럼 권한이 크지 않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 등에 의한 통제를 엄격히 받고 있었다. 30년 전과 현재는 전혀 다른 상황인 것이다. 둘째, 내무부 안에 치안본부가 있던 것과 행정안전부 산하에 외청(外廳)으로 경찰청이 있는 것은 구조적으로 큰 차이다. 경찰청을 행정안전부 경찰국 산하에 흡수하자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셋째, 치안본부에 대한 내무부 장관의 직접적인 지휘·감독과 경찰청에 대한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국을 통한 간접적인 관리·감독은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권한은 커지고 통제는 약화된 경찰에 대해 새로운 견제 장치를 두는 것은 당연한다.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다. 차라리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검찰의 규모를 줄이고 수사지휘권을 부활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영국과 뉴질랜드 등에 구성되어 있는 중대비리수사청(SFO)과 유사하게 공수처를 전면 개혁해 경찰에 대한 견제 기구로 재탄생시키는 방안을 내놨다면 나름의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대신, 경찰국 구성 방식이나 권한 범위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법무부 검찰국의 예에 따라 경찰국장은 경찰 중에서 임명하도록 한다거나, 경찰국 활동에 대해 경찰청과의 긴밀한 협의를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충분히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경찰위원회에 의한 경찰의 견제를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현행 국가경찰위원회는 정부의 입김하에 구성될 뿐만 아니라 7명의 위원 중 상임위원은 1명에 불과하다. 경찰위원회의 이런 구조로 공룡화된 경찰의 제반 업무를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 더욱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부의된 안건을 경찰위원회가 거부한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역할도 미미했다. 그로 인해 오래전부터 국가경찰위원회 개혁 논의가 있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국가경찰위원회의 구조 개혁이 행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경찰위원회의 경찰 통제를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견제장치의 보완을 거부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경찰국 신설이 불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모든 정부조직에서 ‘국’ 단위 신설이나 변경, 폐지까지 법률로 해야 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기존 조직을 바꾸지 않은 채, 사실상 업무를 확장·변경하는 편법이 성행하게 될 것이다. 이를 고려해 현행 정부조직법도 정부 부처와 ‘청’ 단위 조직만 법률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조직법 제34조 제1항에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무에서 ‘치안’이 빠져 있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1990년 12월의 정부조직법 개정에서 ‘치안’을 빼고 ‘경찰청’을 설치한 취지를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이런 주장은 나올 수 없다. 한편으로는 경찰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치안본부에서 경찰청으로 바꿨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찰의 관리·감독을 위해 경찰청을 내무부 산하에 둔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치안활동은 여전히 경찰청이 전담하되,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청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갖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경찰국이 직접 치안활동을 한다면 모를까 경찰청에 대한 관리·감독을 위한 것이라면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무에 치안이 들어가야 할 이유는 없다. 이와 유사한 관계는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사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무에 통계는 명시되지 않고 있지만, 통계청은 기획재정부 산하에서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 경찰은 늘어난 권한에 비례해 업무가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경찰권 비대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인력 확충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검찰과의 유기적 협조가 어려워진 상황으로 인해 수사 과정에서의 법률 문제 해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로 인해 법률 문제가 복잡한 경제범죄 등의 사건 처리가 늦어지면서 국민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경찰청의 힘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수사에 대한 외압 가능성은 다른 방식으로 차단해야

경찰 입장에서는 경찰국 신설을 경찰에 대한 억압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경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경찰이 염원하던 수사권 독립이 실현되었으니, 이대로 아무런 간섭 없이 가고 싶다는 태도는 용납하기 어렵다. 수사에 대한 정치적 외압 가능성의 문제는 다른 문제제기와 방식을 통해 차단해야지 경찰에 대한 모든 통제를 거부하는 형태로 나타나서는 곤란하다. 도대체 어떤 정부 조직이 상급기관의 인사권과 징계권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인가.

경찰권은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국가 공권력의 상징이며 무력을 보유한 집단이기도 하다. 그러한 경찰권이 통제 없이 오·남용될 수 있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경찰권이 오·남용되는 것과 경찰권 자체가 부패·타락해 오·남용되는데 이를 통제할 수 없는 것, 어느 쪽이 더 두려운 일일까.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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