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스타벅스…“발암 캐리백” 사과에도 꺼지지 않는 분노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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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알데하이드 검출’ 뒤늦은 대응에 성토 이어져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된 스타벅스 여름철 행사 제품 ‘서머 캐리백’ ⓒ스타벅스코리아 홈페이지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된 스타벅스 여름철 행사 제품 ‘서머 캐리백’ ⓒ스타벅스코리아 홈페이지

스타벅스 코리아가 음료 구매 고객들에게 증정한 '서머 캐리백' 발암물질 검출과 관련, 뒤늦은 사과와 대책을 내놨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타벅스가 사전에 발암물질 검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업 신뢰와 이미지도 동반 추락하는 모양새다. 

29일 온라인에서는 스타벅스 고객 증정품인 서머 캐리백에서 발암물질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된 것을 두고 성토가 이어진다. 스타벅스는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고객을 대상으로 기존에 약속한 무료음료 3잔 증정과 함께 '새 굿즈 제공' 또는 '3만원 상당의 이용권'을 제공하겠다고 한 상태다. 

한 네티즌은 "서머 캐리백 받아오고 냄새가 하도 심해 2주 간을 말리고서야 겨우 쓸까말까 싶었는데 발암물질이라니. 가방 받으려고 17잔 모은 게 허사가 된 것 같다"며 "더 화가 나는 것은 스타벅스가 발암 물질이 있다는 걸 알고도 나눠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아이가 서머 캐리백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기도 하고, 여행 때 아이 옷과 속옷까지 넣어 사용했는데 날벼락 맞은 기분"이라며 "계속 문제없다는 입장이더니 이렇게 소비자를 기만하나"고 꼬집었다. 

스타벅스는 전날 고객 사과문을 통해 서머 캐리백에서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스타벅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2일 국가공인기관에 직접 검사를 의뢰한 결과 폼알데하이드 수치는 개봉 전 제품 외피에서 284mg/kg∼585mg/kg(평균 459mg/kg), 내피에서 29.8mg/kg∼724mg/kg(평균 244mg/kg)로 측정됐다. 개봉 후 2개월이 지나 휘발성 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어느 정도 사라진 제품의 경우에도 외피에서 106mg/kg∼559mg/kg(평균 271mg/kg), 내피에서 최대 23.3mg/kg(평균 22mg/kg)까지 검출됐다.

국가기술표준원 고시를 보면 가정용 섬유제품 안전기준은 폼알데하이드의 경우 팬티·잠옷·양말 등 내의류와 바지·치마·장갑 등 중의류는 kg당 75mg 이하이고, 코트·모자·넥타이 등 외의류 및 침구류는 300mg 이하다. 가방, 쿠션류, 방석류, 모기장, 커튼, 수의 등은 유해물질 안전요건 적용 대상 제품에서 빠져 있다.

스타벅스 간판ⓒ연합뉴스
스타벅스 간판ⓒ연합뉴스

분노를 더 키운 것은 스타벅스의 대응이다. 스타벅스는 지난 11일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시험 성적서를 이미 확인했음에도 증정 행사를 즉시 중단하지 않았다. 행사는 기존 계획대로 지난 18일까지 진행됐다.

이달 초 이 제품에서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스타벅스는 공급사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공급사가 시험기관 3곳에 검사를 의뢰했음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는 고객 사과문을 통해 "폼알데하이드가 가방류에는 안전 요건 적용 사항이 아님을 인지해 시험 결과 수치의 의미를 파악하고 교차 검증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폼알데하이드 검출 의혹이 집중 제기된 지난 22일에야 뒤늦게 공인기관에 교차 검증을 의뢰한 부분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마저도 '오징어 냄새가 난다'는 등 상품 품질에 의문을 가진 소비자들이 나선 뒤에서야 이뤄진 조치였다. 

냄새 논란이 가시지 않자 '무료음료 3잔' 증정으로 무마하려 했던 스타벅스는 지난 2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자신을 FITI 시험연구원 직원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가 "(서머 캐리백에 대한) 시험을 했고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글이 올라온 후 태세를 전환했다. 

FITI시험연구원(옛 한국원사직물시험연구원)은 섬유 패션·소비재·산업·환경·바이오 분야 종합시험인증기관이다. 이후 다른 소비자들도 서머 캐리백에 대한 발암물질 검출 시험 결과를 온라인 상에서 공유했고,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추가 대응에 나선 셈이다.

일각에서는 스타벅스가 서머 캐리백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체 실험 및 결과 공유가 확산하지 않았다면, 발암물질 검출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거나 사과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시민단체들은 이벤트를 빌미로 음료 구매를 유도한 뒤 안일한 대응으로 무마하려 한 스타벅스의 대응을 질타하며 소비자 피해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소비자 밀접 접촉 공산품에 대한 안전기준을 담은 국가기술표준원 고시 제정 역시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도 서머 캐리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국표원은 "조사 과정에서 불법 등 제품 결함이 확인되는 경우 즉시 제품 리콜을 하고,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소비자 안전 사용 안내 등의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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