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앞두고 지구대 찾은 尹대통령…경찰 달래기?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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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 공무원 제도·처우 개선” 도어스테핑 패스 뒤 현장 방문
윤석열 대통령이 7월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를 방문, 폭염 속 민생치안 활동에 여념이 없는 경찰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월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를 방문해 경찰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계 휴가를 앞둔 윤석열 대통령이 일선 지구대를 방문했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조직적 반발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를 방문해 경찰의 치안 대응 태세를 점검하면서 "현장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경찰관들의 모습을 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든든하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며 "제복 공무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와 처우를 개선해나가는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겠다"고 약속했다.

불과 사흘 전인 지난 26일 경찰의 집단 반발이 가시화하자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라고 비판한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대통령 발언 이후 경찰의 반발 목소리가 더 커지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윤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경찰관을 격려하는 방식으로 진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지구대에 들어서며 "신촌지구대라고 해서 어딘지 모르고 와보니까, 제가 연희동에서 50년 가까이 살았잖나. 옛날 신촌파출소가 낯익다. 굉장히 반갑네"라고 말했다. 

지구대 현황 보고를 받은 뒤에는 지구대 1층을 돌며 경찰관들과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요새도 이 주변에 술집이 많죠?"라고 물었고, 한 경찰관은 "먹자골목이 있어서 야간이 (바쁘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여기가 사건이 많은 파출소인데, 나도 학생 때 술 먹고 지나가다 보면 여기가 바글바글해"라며 "여기가 정리 안 된 사람을 서대문소 형사과로 보냈잖아요. 일이 엄청 많은 데인 것을 제가 알아요. 고생 많아요"라고 격려했다.

비공개 환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경찰관들에게 휴가 계획을 묻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 주부터 여름 휴가에 들어간다.

한 경찰관이 "지난주 강릉·속초로 휴가를 다녀왔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강릉·속초도 시설이 잘 돼 있어서 외국 같습디다. 커피도 먹었어요?"라고 물었다. 이어 "나도 강릉이 외가이지만, (검찰 시절 강릉에서) 근무를 해봤는데, 막국수 잘하는 집이 참 많아"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를 방문, 폭염 속 민생치안 활동에 여념이 없는 경찰관들과 환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월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를 방문, 폭염 속 민생치안 활동에 여념이 없는 경찰관들과 환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신촌지구대 방문 일정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주재와 함께 전날 출입기자단에 추가 공지됐다. 통상 대통령 일정 브리핑을 전날에 하지 않다가 갑작스레 이뤄진 것을 두고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피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윤 대통령은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내부 총질' 문자를 보낸 사실이 알려진 후 현장 일정 등을 이유로 닷새 연속 도어스테핑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그동안 대통령 일정 브리핑을 전날 하지 않았는데 (추가 일정 브리핑을) 한 것이 혹시 내일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부담과 관련 있느냐'는 물음에 "모두 대통령이 휴가 떠나기 전 긴급하게 챙겨야 할 것, 코로나와 치안 등에 대해 각별히 주문할 내용이 있어 마련된 행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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