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년간 피선거권 박탈…집필활동 매진 가능성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4일 만기출소했다.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지 3년6개월 만이다. 안 전 지사는 공직선거법과 형의 실효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소 후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안 전 지사의 향후 행보에 주목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버금가는 ‘팬덤’을 등에 업었던 안 전 지사가, 집필 활동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정치 행보를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법조계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이날 오전 경기 여주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치고 만기 출소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오전 7시55분께 경기 여주교도소에서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교도소 앞에는 안 전 지사의 학창 시절 친구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의 강준현 의원과 김종민 의원 등 지인 60여명이 그를 찾았다.
흰색 셔츠에 상·하의 검은색 양복을 입은 안 전 지사는 정문을 나서면서 지인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포옹을 나눴다. 안 전 지사는 취재진을 향해 한차례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출소 심경과 향후 계획 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후 그는 정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타고 자리를 떠났다.
야권의 관심은 안 전 지사의 ‘정치 재개 가능성’에 쏠린다. 안 전 지사는 공직선거법과 형의 실효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소 후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이에 2024년 국회의원 선거와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통령 선거 등 각종 선거에 출마가 불가능하다. 다만 한때 유력한 대권 주자였던 안 전 지사가 SNS나 집필 활동 등을 통해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안 전 지사는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일화 등을 담은 책 《담금질》을 시작으로 2017년 정치적 신념을 담은 《안희정의 길》까지 총 7권의 책을 집필했다. ‘성폭행 논란’이 터지기 전까지 안 전 지사는 2~3년마다 책을 계속 써온 셈이다. 이에 이번에도 옥중일기 혹은 반성문 형식의 새로운 책을 집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안 전 지사 선거 캠프에서 일했다는 민주당 한 관계자는 “안 전 지사는 지독한 ‘페이퍼필’(활자 중독)”이라며 “이제 출소했는데 정치에 관여한다는 건 무리다. 다만 책을 읽고, 쓰며 그의 생각과 고민을 전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사면‧복권이 이뤄진다면 안 전 지사가 조기에 정치 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다. 다만 성 관련 범죄인 만큼 안 전 지사에 대한 정부의 복권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만약 안 전 지사가 선거에 도전하고자 한다면 10년 뒤를 기약해야 한다. 1965년생(57세)인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후보 안희정’을 보는 건 쉽지 않은 시나리오다.
한편, 안 전 지사는 2018년 4월 피감독자 간음 및 강제추행, 성폭력범죄처벌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수행비서를 4차례 성폭행하고 5차례 기습 추행하고,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1차례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1심은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10개 혐의 가운데 9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후 2019년 9월 대법원은 이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안 전 지사는 수감 중이던 2020년 7월에 모친상을, 올해 3월에는 부친상을 당해 형집행정지를 받아 일시 석방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엔 전 부인과 옥중 협의 이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