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대위, 사태 수습 아닌 ‘점입가경’으로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5 15:00
  • 호수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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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지지층, ‘조기 전당대회’ 가장 선호
‘이준석 리스크’는 계속 이어질 전망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수순으로 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누구나 알 듯이 7월7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6개월 당원권 정지’다. 물론 더 거슬러 올라가면 대선 때부터 이미 예상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로부터 징계를 받은 이후 권성동 원내대표의 첫 일성은 ‘당 대표 직무를 대행한다’였다. 최고위로부터 추인을 받고 시작된 권 직무대행 체제는 채 한 달을 가지 못했다.

권 원내대표는 ‘6개월 뒤에 이준석 대표가 복귀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 대목부터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 대선 때부터의 갈등과 앙금 그리고 2024년 총선 공천권과 더 멀리 내다보면 2027년 대선까지 감안한 힘겨루기였을 텐데, 이 대표가 돌아올 것이라는 권 원내대표의 발언부터가 이치에 맞지 않았다. 그렇지 않다면 이 대표가 징계를 받는 기간 동안 경찰 수사 결과가 혐의 및 기소로 발표되고 사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가정했을까.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8월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어쨌거나 권 원내대표는 스스로 ‘공무원 시험 합격’ 논란을 야기한 대통령실 직원 채용과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내부 총질’ 문자 파동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 대표를 징계하던 시점부터 윤핵관이 주도하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계획한 경로는 안 봐도 비디오다. 비대위를 거쳐 공천권을 가지는 새로운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계획이다. 권 원내대표는 당 대표 직무대행 역할은 내려놓았지만 원내대표직은 계속 이어가고 있다. 최고위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속셈으로 이해된다.

국민의힘 최고위는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소집을 의결했다. 상임전국위에서 비상 시기라고 판단하면 비대위 구성을 위한 전국위 소집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 최고위에서 결정된 일정을 보면 8월10일까지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비대위원을 선정하고 비대위가 출범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비대위 출범으로 당 내부의 혼선은 수습될 수 있을까, 아니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될까.

먼저 국민의힘 상태를 지지율로 분석해볼 때 ‘비상 위기 상태’로 확인된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했고 집권여당으로 치른 6월 지방선거에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누르고 압승했다. 올해 두 번의 전국적인 선거와 지난해 재보선 승리를 포함하면 3전 전승의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현재 지지율은 처참한 상태다.

국민의힘 지지층, ‘조기 전대’ 찬성 37% vs ‘비대위’ 찬성 32%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이전 자체 조사 결과 포함, 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조사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가’ 물어보았다. 지방선거 직전인 5월16~20일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50.1%, 민주당 38.6%로 10%포인트 이상 국민의힘이 앞서는 결과였다. 그러나 가장 최근인 7월25~29일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8.4%, 민주당은 46%로 역전된 결과로 나타났다(그림①).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승리한 집권여당의 지지율로는 비정상적인 모양새다. 정당 지지율로 놓고 보면 분명한 ‘비상시국’ 상태다. 이준석 리더십이 물러난 자리에 들어선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셈이다. 결국 비대위는 이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의 징계를 받을 때부터 예고된 수순이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의 내홍 수습 방향은 무엇이 될까.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는 무너졌고, 다음 차례는 비대위가 된다. 그렇지만 임시적인 관리형 비대위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 당권 도전 의사가 있는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벌써부터 ‘비대위가 전당대회를 잘 준비하는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 향후 국민의힘 지도부 교체 방향은 ‘전당대회를 통한 차기 리더십’이다. 국민의힘 전국위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겠지만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의 직무대행까지 겸하게 되면 이준석 대표가 돌아올 자리는 없어진다. 빠른 시간 내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2024년 공천권까지 가지게 되는 당 대표를 선출하는 단계로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

비대위 체제가 6개월 이상 가게 되면 이 대표 복귀 문제가 재점화되고 당은 걷잡을 수 없이 내부 분열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국민의힘과 경쟁하는 민주당은 당 대표가 확정되고 당내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시점에 집권여당이 지리멸렬한 모습으로 전락한다면 지지율 하락은 당연지사가 된다.

리서치뷰가 자체적으로 7월30~31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국민의힘 진로에 대해 어떤 의견에 공감하는가’ 물어본 결과, ‘조기 전당대회 체제’가 29%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비대위 체제’가 27%였다. 비대위 출범이 기정사실이니만큼 최종적인 단계는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일이다.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에서도 앞으로 당 진로에 대해 ‘조기 전당대회’가 각각 37%로 가장 높았다(그림②). 조기 전당대회로 갈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비대위를 거쳐 전당대회를 통해 차기 리더십이 결정되면 이준석 리스크는 없어지게 될까.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든, 누가 새로운 당 대표가 되든 ‘이준석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석 징계’에 윤 대통령 의중 반영” 68.8%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의 의뢰를 받아 7월29~30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윤리위 징계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는지’ 여부에 대해 물어보았다. 징계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의견이 68.8%로 압도적이었다. 이 대표의 핵심 지지층인 20대(만 18세 이상)와 30대에서는 각각 63.2%, 71.6%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었다는 의견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그림③). 심지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겼다. 이준석 대표의 거취에 법적으로는 변화가 있을지 몰라도 정치적으로 윤 대통령과 윤핵관은 ‘헤어질 결심’을 진작부터 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대통령 임기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비상대책위로 전환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이 대표에 대한 개인적 의혹이나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아니라 당권 다툼과 대선 당시 정치적 갈등으로 몰아낼 정도라면 적어도 다음 단계에 대한 대비나 계획이 있어야 상식이다. 그러나 이 대표와 관련된 꼬인 문제가 거의 해결되지 않은 점을 본다면 국민의힘 비대위는 ‘사태 수습’이 아니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불가능한 ‘점입가경’ 사태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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