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부자 기업가들, 성추문도 최고
  •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5 14:00
  • 호수 17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머스크의 화려한 여성 편력과 불륜 폭로에 회사 주가 폭락
베이조스와 게이츠도 이혼과 성추문 줄 이어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51),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58),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66)는 전 세계 사업가의 우상이다. 창의와 혁신, 의지와 신념으로 세계적인 기업을 손수 이룬 인물이기 때문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서 발표하는 실시간 억만장자 순위를 보면, 머스크는 2784억 달러로 1위, 베이조스는 1651억 달러로 2위, 게이츠는 거액을 기부했음에도 1070억 달러로 6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세 사람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최근 불륜과 성추문 등을 일으키며 회사 주가를 하락시키는 등 기업 리스크의 주범이 되고 있다.

ⓒEPA·AP 연합
(왼쪽부터)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51),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58),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66)ⓒEPA·AP 연합

머스크의 ‘키맨 리스크’, 기업 위기 빠트려

세계 최대의 부자인 머스크는 끊임없는 스캔들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최근의 사건이 7월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머스크가 친한 친구인 구글 공동창업주 세르게이 브린의 부인인 변호사 니콜 셰너헌과 지난해 12월 관계를 맺었다’는 내용이다. WSJ는 브린 부부가 이 때문에 별거하고 이혼 수속을 밟고 있으며, 머스크는 브린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과해 브린이 이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두 사람은 절교했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다음 날 트위터에 자신과 브린이 여러 사람과 편안한 복장으로 한잔하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불륜설을 부인했다.

이 정도는 약과다. 머스크의 추문은 기업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인사이더’는 지난 5월 ‘머스크가 2018년 11월 스페이스X의 자가 비행기에서 승무원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요구했다’고 승무원의 친구를 인용해 보도했다. 회사를 그만둔 이 승무원은 2만5000달러를 받는 대신 소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를 부인했지만, 시장에서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미국 경제주간지 ‘바론즈’에 따르면 인사이더의 보도가 나간 뒤 테슬라 주가는 6%나 떨어졌다. 머스크 지분 가치는 100억 달러나 하락했다. 일부 투자자는 ‘키맨 보험’(기업 핵심 인사의 사망·질병·사고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는 보험상품)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불평했다고 바론즈는 전했다. 머스크의 ‘키맨 리스크’가 기업을 흔든 셈이다.

사실 머스크의 사생활은 진즉부터 복잡했다. 2000년, 한 살 아래인 캐나다 작가 저스틴 윌슨과 결혼해 2008년까지 살면서 여섯 자녀를 뒀다. 저스틴은 부부 사이에서 머스크가 항상 갑으로 행동했으며, 자신을 무시하고 거부하거나 짓밟았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머스크는 2010년 결혼한 14세 연하의 영국 배우 털룰라 라일리와 2012년 이혼했다가 2013년 재결합했지만, 2016년 결국 헤어졌다. 2018년부터는 ‘그라임스’라는 예명의 캐나다 가수 클레어 엘리스 부셰와 사귀다가 2년 뒤 결별했다. 그라임스는 머스크보다 17세 연하였다.

지난 7월 인사이더의 보도로 다시 곤욕을 치렀다. 시본 질리스라는 30대 인공지능(AI) 벤처사업가와의 사이에서 지난해 11월 쌍둥이를 얻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기였다. 출산 몇 주 뒤인 그해 12월에 그라임스와의 사이에서 대리모 출산으로 둘째를 얻었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엄연히 동거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일과 관련된 다른 여성과 양다리를 걸치고 아이를 낳은 셈이 된다. 남녀 사이의 신의·성실과 도덕 문제는 물론 업무 관련자와의 비즈니스 성 윤리 문제까지 겹치면서 일이 꼬일 대로 꼬였다.

비교적 조용히 살던 제프 베이조스는 2019년 2월 타블로이드 신문인 ‘내셔널 인콰이러’를 발행하는 아메리칸 미디어가 자신과 뉴스 진행자 로렌 산체스의 관계를 폭로하겠다며 협박과 강요를 했다고 밝혔다. 아메리칸 미디어의 데이비드 패커 회장은 부도덕한 ‘캐치 앤 킬’로 악명 높다. 정보 보유자에게 기삿거리를 산 뒤 해당 보도로 피해를 볼 인물에게 이를 미리 알리면서 비보도를 조건으로 금전을 요구하고, 듣지 않으면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는 파렴치한 수법이다.

당시 베이조스에겐 오랫동안 별거하던 부인이 있었다. 1992년 회사 동료로 만나 이듬해 결혼한 소설가 매킨지 터틀이다. 두 사람은 휴가 중 뉴욕에서 시애틀에 이르는 미국 횡단 자동차 여행을 함께 했으며, 베이조스는 이 과정에서 온라인 기업 아마존의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으니 둘은 사실상 창업 동지인 셈이다. 두 사람은 아들 셋을 낳았고, 중국에서 딸을 입양했다.

 

존경받는 CEO였던 게이츠도 이미지 추락

하지만 베이조스는 산체스와의 관계를 스스로 공개해 협박을 무력화한 뒤, 그해 4월 신속하게 이혼 수속에 들어갔으며 10월 절차를 마치고 갈라섰다. WSJ 등의 보도에 따르면 공동 소유의 아마존 주식을 남편과 부인이 75대 25로 나누되, 의결권은 베이조스가 갖는 걸로 합의했다. 당시 산체스는 이미 이혼했으며 1남 1녀를 두고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베이조스와 산체스는 관계를 공식화했다.

빌 게이츠 회장은 부인 멀린다와 2021년 5월3일 결별 합의를 발표하고 석 달 만인 8월2일 이혼 절차를 마쳤다. 두 사람은 재산 분할에 합의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27년 동안 함께 살았던 이들은 성년인 세 자녀를 뒀다.

문제는 두 사람이 결별을 발표하자 게이츠의 성추문이 줄을 이었다는 사실이다. 2000년부터 회사 여직원과 수년 동안 관계를 맺었으며 2019년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듬해 MS와 버크셔해서웨이의 이사직에서 물러나고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전까지 게이츠의 이혼은 2019년 미성년자 성 착취로 사회적 지탄 대상이 된 사업가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이 알려지면서 멀린다가 이혼 전문 변호사를 고용한 것만 알려졌다. 추가 폭로에 따라 MS 여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도 멀린다의 이혼 결심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게이츠 회장이 MS는 물론 자신과 부인이 함께 세운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여러 여성 직원에게 만날 것을 요구하면서 접근했다고 지난해 5월 보도했다. 게이츠의 행동은 직장 환경을 불편하게는 했지만, 소송이나 고발의 대상은 아닌 수준이라고 NYT는 전했다.

그동안 창의적이고 성공한 사업가이자 존경받는 자선사업가로서 전 세계에 선한 이미지를 쌓았던 게이츠가 직장에서 직원들에게 추근대는 남성이라는 악명을 얻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반면교사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