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소득 불평등 이면의 진실
  •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5 17:00
  • 호수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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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소득 상위 1% 또는 10% 그룹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소득 상위 1%가 올리는 소득이 2000년에는 전체 국민소득의 9%였지만 2015년에는 14%를 웃돌았다. 이런 통계는 대개 세상이 매우 불공평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때 주로 인용된다.

불평등을 입증하는 또 다른 지표는 지니계수다. 지니계수는 0부터 1 사이의 수치로 표현되는데, 숫자가 클수록 불평등한 사회구조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계속 하락 중이다. 2011년 0.388에서 2020년 0.331로 낮아졌다.

그런데 이 두 가지 통계는 모두 불평등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려운 결함들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 상위 10%에는 수출 중심의 대기업에 다니는 근로자가 대거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의 소득은 대기업의 수출 실적과 긴밀하게 연동된다. 수출이 잘돼 대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면 성과급이라는 명목의 일회성 보너스가 지급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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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수출액과 비교적 뚜렷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수출이 잘되면 대기업 근로자들의 성과급이 늘어나고 그 결과 불평등이 커진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년간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꽤 하락했는데, 그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유럽 등 우리 수출국들의 경기가 나빠지면서 우리나라의 수출도 감소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나 지니계수를 불평등의 척도로 사용하면서 불평등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면 ‘수출을 줄이자’는 엉뚱한 처방이 도출될 것이다.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해법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은 세율을 좀 더 높여 고소득층으로부터 거두는 세수를 늘리고, 그걸 저소득층에 분배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그런 정책은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인도주의적 수단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분배된 돈은 다시 고소득층으로 흘러간다. 예를 들면 돈이 없어 운동화를 사지 못하던 저소득층에 지원금을 제공하면 그는 운동화를 구매할 것이고, 그 돈은 결국 운동화를 만드는 회사의 금고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저소득층이 정부의 지원금으로 월세를 부담할 여력이 생기면 좀 더 좋은 집으로 옮기거나 외식 횟수를 늘리기도 하는데, 그 결과로 주택이나 식당의 월세가 오르고 오른 월세는 그 주택과 상가의 가치를 더 높인다.

앞서 언급한 대로 수출 경기가 좋아지면 결국 고소득층의 소득이 더 늘어난다는 명제와 유사하게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결국 돌고 돌아 고소득층의 소득이나 자산 가치가 늘어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차이를 측정하는 지표는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한 백날 측정해도 그 차이가 계속 벌어질 것이다. 우리가 측정해야 하는 것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차이가 아니라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으로 옮겨가는 이동성이다. 가난한 사람이 열심히 돈을 벌어 고소득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열려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상위 1%에 속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얼마나 높은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이 10년 전, 20년 전 또는 50년 전에는 어느 정도 소득을 올리던 사람들이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불평등을 측정하는 지표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인 애플이 50년 전에는 영세한 컴퓨터 조립 판매상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애플이 지금 얼마나 돈이 많으며, 그 창업자의 자산이 얼마나 어마어마한가를 거론하면서 비난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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