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광장’ 재현될라…‘사면초가’ 尹대통령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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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20%선 횡보…추세 이어지면 ‘10%대 추락’ 우려도
여당은 비대위 두고 내홍…민주 “국민 다시 촛불 들어야하나”

24%. 5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다. 부정평가는 66%다. 국민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윤 대통령의 국정 능력에 ‘물음표’를 띄운 셈이다. 정치권에선 예고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인사‧경제‧외교 전 분야에서 ‘악재’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상황을 수습할 여당은 분란에 휩싸인 끝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예고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추이대로라면 ‘지지율 10%’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탄핵 카드’를 빼 들 가능성도 언급된다. ‘정권 교체’에 성공한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도 안 돼 ‘정권 유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월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MB’ 보다 심각하다? ‘뚝’ 떨어진 지지율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잘한다”는 응답은 24%, “잘못한다”는 66%였다. 전주 대비 긍정평가는 4%포인트 떨어지고 부정평가는 4%포인트 오른 수치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6월2주차 조사 때 53%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줄곧 내림세를 기록, 이날 취임 후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취임 첫 주차인 5월1주차(52%)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같은 기간 부정평가도 최저치 33%에서 2배 증가했다.

전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는 심상치 않다.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개입 의혹으로 탄핵당하기 직전인 2016년 10월3주차(25%)와 비슷한 수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 중 지지율 최저치는 2021년 4월5주차 29%였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윤 대통령이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산 수입 소고기 광우병 논란에 휘말렸던 이 전 대통령은 취임 70일 만에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고, 100일 되던 시점엔 10%대까지 추락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선 아래로 무너질 시 MB정부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수 정당의 ‘실세’였던 MB와 달리 ‘정치 초보’인 윤 대통령은 당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세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간의 당권 투쟁 끝에 비상대책위 체제를 예고했다. 대통령 취임 후 채 100일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모두 비대위를 가동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대통령 지지율이 45% 이상이면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살아있는 지점이다. 30%대로 긍정 지지율이 내려가면 위태롭게 되고 25% 미만으로 내려가면 국정 동력은 상실되고 마비된다”며 “낮은 지지율로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순탄하게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지율을 더 끌어올려야 국정운영의 동력을 살리고 대통령선거 후보 당시의 공약을 이행할 정치적 기회가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한국갤럽
ⓒ한국갤럽

경제‧외교도 시험대…野는 ‘탄핵’ 가능성까지

대통령실은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처한 상황이 좋지 못하다. 윤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자신하던 경제‧외교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경제 분야는 ‘글로벌 경기 불황’이라는 대외변수 탓에 윤 대통령이 꺼낼 묘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미‧중 갈등 사이, ‘윤 대통령식(式) 외교’마저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접견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여당에서조차 ‘홀대론’이 불거졌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까지 더해졌다. 이른바 김 여사의 ‘유지(Yuji) 논문’이 이상이 없다는 국민대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주요 교수단체들이 국민대의 논문 검증 결과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정보 공개와 대통령 내외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이 코너에 몰리자, 더불어민주당은 ‘탄핵 경고’까지 내놨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위기를 조기에 봉합하지 못하면, 박근혜 정부에서의 ‘촛불 광장’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국정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이 대한민국 위기의 진원지가 되며, 윤석열 대통령 취임 3개월 만에 대한민국의 국가 시스템마저 흔들리고 있다”며 “‘이게 나라냐?’는 5년 전 외침이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국민께서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하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아마추어 외교는 의전 참사를 일으키며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고,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실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며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책임은 도외시한 채 사적 인연과 극우 인사로 대통령실을 사유화하고, 검찰공화국 완성과 경찰장악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그런데도 집권여당은 당내 권력 싸움에만 골몰하며 민생과 경제는 어찌되던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다음 주초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다. 윤 대통령이 과감한 인적 쇄신과 전면적 국정 전환을 통해 잘못된 길을 멈추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길목에 들어설 것임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무선(90%)·유선(10%)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1.7%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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