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태 “‘이재명 리스크’ 말하는 분들, 노무현 수사 때 생각해보길”
  • 구민주·김종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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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 “팬덤 없는 정치는 관심 못 끄는 정치”
“이준석·박지현은 ‘청년 정치’ 아닌 ‘지도부 정치’”
“국정파괴·인사 참사 초래한 한동훈 장관 책임져야”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8월3일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8월3일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모든 후보가 당의 ‘혁신’을 약속하고 있는 지금, 장경태 최고위원 후보는 스스로 혁신을 위한 가장 ‘구체적인’ 방법론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20대부터 17년간 당내 곳곳을 누비며 보고 느껴온 민주당의 혁신 과제를 그는 이번 최고위원 출마선언문에 압축해 담았다. 특정 세대가 5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세대 균형 공천제’부터 당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며 뛰어놀 수 있는 ‘메타정당’ ‘OTT정당’ 조성까지, 장 후보는 당 지도부에 입성해 빠짐없이 관철해나가겠다고 자신했다.

8월3일 시사저널과 인터뷰한 장 후보는 야당으로서 민주당이 가장 갖춰야 할 능력으로 여당과 차별화되는 ‘선명성’과 ‘수권능력’을 꼽았다. 이를 이루기 위해선 당의 구심력이 필요하며,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바로 이재명 당대표 후보라고 강조했다. 장 후보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내 경쟁자들이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언급하는 것과 관련해 “지레 짐작으로 정치 공세를 펼치는 일이 적어도 우리 당 안에서 이뤄져선 안 된다”며 “‘이재명 리스크’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 수사 때를 떠올려보셨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출마한 최고위원 후보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장경태가 꼭 지도부에 합류해야 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당 혁신위원장을 하며 네 차례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걸 경험했다. 결국 혁신안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도부의 혁신 의지가 정말 중요하구나 느꼈다. 그 깨달음이 출마 결정에 큰 계기가 돼주었다. 출마 후보 중 가장 어리지만 단순히 청년이라서 출마한 것은 아니다. 이루고 싶은 구체적인 혁신안이 있다. 아마 당 활동 기간을 따지면 후보들 중 중간 이상은 갈 것이다.”

출마선언 당시 “이제 586도 경쟁해야 한다”며 이른바 ‘세대 균형 공천제’를 약속했다. 이를 제안한 이유가 있나.

“일단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586 용퇴론’에 대해서 전 반대한다. 누구든 배제되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했으면 좋겠다. 다만 지금 우리 당 국회의원 169명 중 50대 이상이 150명 이상 된다. 40대 이상은 단 12명, 2030세대는 더더욱 찾기 힘들다. 당이 좀 더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40대 국회의원이 40명 이상은 되어야 한다. 지금 당의 구조는 정말 올드하다. 그래서 총선에서 특정 세대가 50%를 넘지 않도록 공천하는 제도를 제안한 것이다.”

그동안 당이 다양한 세대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왔나.

“비단 우리 당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은 보통 정치·경제·사회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만 들어온다. 그래서 국민의 일상을 잘 체감하지 못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일례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셧다운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그러면 PC방이 비행청소년들의 우범지대가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PC방이 새로운 문화공간이 된 걸 모르시는 거다. 저와 같이 보통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평범한 청년들이 국회에 더 많아져야 한다.”

출마 후 ‘소통 공간을 넓히겠다’고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어떤 문제의식이 담겨 있나.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놀란 게 있다. 당론을 채택할 때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다. 당무위원회나 당원들의 투표를 거치지 않고 의원들이 의제 선정부터 찬반 투표까지 모든 걸 진행한다. 이 의사결정구조를 더 넓게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청년·대학생·장애인 위원회 등의 이야기를 고루 듣고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단순히 당원들을 개딸이냐 아니냐로 나누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당원들을 당내 주요한 논의 구조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래야 우리 당이 훨씬 더 포용력 있는 정당이 될 수 있다.”

‘개딸’로 불리는 강성 팬덤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팬덤 현상에 우호적이다. 팬덤이 없는 정치인은 무관심한 정치, 시선을 못 끄는 정치를 하는 것이다. 다만 그동안 소통 구조가 협소해서 이들의 목소리가 유달리 부각됐던 면은 있다. 문자 폭탄밖에 사실상 소통 창구가 없지 않았나. 이 소통 구조를 넓히면 훨씬 더 다양한 목소리들이 쏟아질 것이고, 공론 과정에서 논의들이 정화될 것이다.”

당내 비(非)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차기 총선에서의 ‘공천 학살’ 등 이재명 후보의 ‘사당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하는데.

“우리 당은 문재인·이해찬 당 대표를 거치며 공천 시스템을 확립했다. 그분들의 논리대로라면 우리 당이 그동안 공천이 아닌 ‘사천(私薦)’을 해왔다는 건가. 이런 우려를 하시는 분들 중 과거 당 지도부에 계셨던 분도 있다. 다시 한 번 당헌당규를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당내에서도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어떤 생각인가.

“우려를 하시는 분들께 민주당원이 맞는지 여쭙고 싶다. 또 민주당의 역사를 다시 훑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과거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검찰 수사 받았을 때 우리가 ‘한명숙 리스크’라고 불렀었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받을 때 우리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었나. 물론 진실은 밝혀야겠지만, 그 전에 지레 짐작해 정치 공세를 펼치는 것은 적어도 당 안에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만큼 이재명 후보가 당내 비주류라는 걸 방증하는 것 같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8월3일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8월3일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당내 오랜 기간 ‘청년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민주당에게 ‘청년 정치’란 무엇이었나.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보나.

“청년은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존재로 보았다. 우리가 50~60대에게 정치에 ‘참여’하라고 잘 말하지 않는다. 이 말은 곧 정치에 있어 청년들을 ‘주변인화’하는 것이다. 저는 민주당 내 제대로 된 육성 시스템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이른바 ‘정무연수생 제도’를 체계적으로 확립해 밖에서 이미 성공한 사람만 들어오는 게 아니라 당 안에서 정치 전문가들을 키워내 보고자 한다. 이재명 지도부에서 힘을 합쳐 만들어보고 싶다.”

최근엔 청년 정치인으로 이준석·박지현 두 인물이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정치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그들을 청년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지도부 정치를 하는 사람이다. 시작부터 비상대책위원 또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시작하지 않았나. 반면 저는 의자 나르고 현수막 다는 자원봉사로 시작해, 당 대변인이 어떻게 논평 쓰는지 옆에서 익히고 어떻게 선거 유세를 하는지 배우며 차근차근 성장했다. 단순히 앉아서 모두발언을 하고, 그걸 기자들이 받아 적어 보도해주는 정치는 청년 정치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지도부에 들어가면 어떤 문제부터 가장 먼저 지적할 것인가.

“윤석열 정부는 인사 참사·국정 파괴·경제 폭망 이 세 가지를 해냈다. 사적 채용 등 인사 참사는 더 설명할 것도 없고, 정부조직법에 있지도 않은 경찰국을 행정안전부 내에 신설하고 법무부에 인사검증 권한을 넘겼다. 기름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가스·전기 요금도 올렸다. 법인세는 오히려 감면했다. 국정 지지율을 추락시키는 이 세 가지 중 인사 참사와 국정 파괴에 모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개입돼 있다. 지지율 비상상황에 대해 한 장관이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 이를 분명하게 문제삼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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