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갑석 “‘친명 일색’으론 이기는 민주당이 될 수 없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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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
“특정 계파로 구성된 지도부, 객관적 판단 내리기 어려워”
“비수도권 유일 후보로서 당의 정치‧지역적 균형 이룰 것”
“개혁과 정쟁에 매몰되지 않고 어려운 민생부터 챙겨야”

대통령이 ‘민심’을 잃자 국민의힘은 코너에 몰린 모습이다. 일각에선 여당의 위기가 곧 야당의 반등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재명 당 대표 후보는 ‘강한 야당’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싸워야 할 호기(好期)’를 잡은 것일까. 민주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송갑석 후보는 이 같은 목소리에 덤덤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정쟁에만 몰두한다면 민심은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게도 등 돌릴 것이다.”

8월8일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송 후보는 “당이 ‘검찰개혁 시즌 1‧2’에 매달리는 사이 국민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생’과 ‘변화’, ‘균형’ 세 가지 키워드를 강조했다. 송 후보는 “이제는 당이 국민의 곁에서 눈물을 닦아줘야 할 때”라며 정부‧여당 견제론을 주장한 ‘친이재명계’ 주자들과 각을 세웠다. 이어 “민주당 지도부가 ‘하나의 색’으로 칠해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며 무계파이자, 유일한 비수도권 지역 후보인 자신이 민주당 새 지도부의 적임자라고 힘줘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자 송갑석 의원이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자 송갑석 의원이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출마 당시 ‘민주당의 유일한 비수도권 최고위원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도부에 ‘지역적 균형’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지켜온 가치 중 하나가 ‘지방자치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이다. 지금처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벌어지고, 비수도권끼리 각자도생 경쟁을 하게 되는 건 당의 경쟁력을 훼손시키는 것이다. 지도부에서 이 균형을 맞추는 것을 (호남 출신인) ‘송갑석이 해내겠다’는 것이다. 또 ‘정치적 균형’ 역시 중요하다. 현재 일주차 경선 결과를 보면 이재명 후보와 정치색이 비슷한 후보들로 지도부가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친이재명계 지도부’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한가지 색의 지도부는 위험하다. 지금껏 민주당 역사상 이번처럼 편중된 지도부는 없었다. 지역 균형을 이루진 못해도, 적어도 정치적 균형은 이룬 지도부였다. 그러나 이번은 소위 말하는 ‘친명 일색’이다. 이런 지도부에서 다른 시각, 다른 의견이 제시될 수 있을까. 최소한 지도부 간 의견의 다양성을 이뤄야 한다. 그래야 객관적이고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출마선언문에서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 민주당이 지금까지 추진한 개혁 과정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개혁안들은 최근까지 민주당이 강조한 핵심 업적이자 과제다. 이 개혁안들의 문제점을 짚어본다면.

“민주당은 검찰개혁 ‘시즌 1, 2’를 진행했다. 21대 총선 전이 첫 번째, 두 번째는 대선이 끝난 후 진행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다. 검찰개혁은 애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후퇴하거나 미흡할 수 있다. 더 보완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 우리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을 때, 보다 유능하고 빠르게 입법을 완료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입법화하진 못한 언론개혁도 마찬가지다. 결국 개혁 과정이 길어지면서 국민의 피로감만 커졌다. 상대적으로 민생에 소홀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개혁의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는 말인가.

“대여 투쟁은 반보 뒤로, 대신 민생을 위해 한발 더 나아갈 때다. 민생이야말로 가장 절박한 개혁 대상이다. 국민의 손을 잡고 눈물 흘리는 민주당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2년 뒤 총선 승리를 위한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 ‘검찰개혁 완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계파 갈등 양상에 더해 분당 가능성까지 언급된다. 민주당에 닥친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우선 분당 가능성은 1%도 없다. 계파 갈등이 아니다. 당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는 것뿐이다. 경합과 토론은 건강한 문화다. 중요한 것은 지도부다. 지도부가 당의 긴장 상태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지도부가 단일한 색으로 구성되면 갈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기 어려워진다. 오히려 계파갈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통로가 막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구도 아래 치러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출마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재명 후보 출마 전 당내 여러 의견이 있었다. 당시 지선과 대선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이었다. (선거 패배에) 이 후보 책임이 있는지, 있다면 또 얼마나 있는지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것을 갈등으로 보고, 서로에 대한 공격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 또 어떤 면에서 ‘어대명’ 현상은 불가피했다고 본다. 이 후보와 이 후보 주변에 대한 사법적인 압박, 이런 것들이 당원이나 이 후보 지지자들에게는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 후보에 대한 지지가 몰리는 ‘관성’이 발생했다. 이제 이 의원이 출마했고, 선거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이변이 없는 한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이번 전당대회가 (‘어대명’ 기류가 아닌) 조금 더 활발했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어대명’에 맞서 ‘97그룹’인 박용진‧강훈식 후보가 단일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97그룹’의 공통점이 분명 있다. ‘어대명’에 대한 인식도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다만 후보 간 메시지를 보면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두 후보 모두 단일화에 대한 부담과 압박은 있을 것이다. (단일화가 성사될지) 모르겠다. 다만 이제 단일화를 시도할 마지막 시점이 아닐까 싶다. 경선 2주차 전후, 이 시기를 놓치면 (단일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경이 언론에 (이 후보 관련 수사 정보를) 흘리고 있다. 일례로 8월 중순에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사실상 이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반면 김건희 여사 논문표절 사건, 김 여사 어머님과 관련된 사건, 대통령 관련 사건 등을 보면 검‧경의 태도가 너무 다르다. ‘내로남불’의 극치다. 검찰이 ‘보복 수사’ 논란을 스스로 초래한 셈이다. 우리로선 이 부분을 지적하는 게 우선이다. 현재 선거가 진행되고 있고, (이 후보는) 유력한 당 대표 후보다. 객관적 사실과 별개로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자 송갑석 의원이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자 송갑석 의원이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이재명 마케팅’을 펴는 후보들과 경쟁하고 있다. 무계파 의원으로서 이들과의 경쟁이 버겁게 다가오진 않는지.

“최고위원 후보 중 상당수 후보들이 이재명 후보와 함께 다닌다. 그것이 그분들의 선거운동 수단인 것 같다. 확실히 효과도 있다.(웃음) 다만 내가 서 있는 자리는 항상 같았다. 친명, 친문, 친노 모두 아니었다. 소위 줄을 선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공천 때마다 고생했다. 경선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럼에도 현역을 이기고 당선됐다. 다만 돌이켜보건대, 나는 늘 (대선) 후보들과 거리를 둔 적은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지금 경쟁하는 정청래 의원 등과 ‘정정당당’이란 외곽 조직에서 열심히 활동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선거에 나섰을 때는 호남의 반문 정서를 걷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직전 대선에서는 광주시당위원장으로서 호남의 높은 사전투표율을 이끈 장본인이다. 국민의 상식과 민심, 호남의 선택에 충실했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도 궁금하다. 대통령 지지율이 침체된 모습인데, 원인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정부 출범 100일도 안 됐는데 대통령 지지율이 24%(한국갤럽 5일 발표 결과,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고)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MB 정부처럼) ‘광우병 사태’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박근혜 정부처럼)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거나 엄청난 측근비리가 터져나온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 본인의 문제다. 본인이 각성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상황을 반전시킬 방법이 없다. 윤 대통령은 가장 적은 표차로 당선된 대통령이다. 그렇다면 협치를 강조하고, 야당과 협력해야 한다. 그런데 이 스텝부터 어그러졌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전무한 것 같다.”

‘협치’는 정부‧여당뿐 아니라 야당 지도부의 역할이기도 하다.

“국정 파트너이기에 잘못한 건 지적해야 한다. 다만 외교‧경제적 여건이 어렵다. 때론 야당이 협치를 위해, 나라를 잘 이끌어나가기 위한 여러 제안을 (여당에) 먼저 할 수도 있어야 한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과 함께 민생도 같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여 투쟁도 중요하지만 민생을 일으키는 일에 ‘올인’해야 한다.”

차기 지도부에 입성한다면, ‘이것 하나만큼은 꼭 바꾸겠다’라고 생각하는 핵심 과제가 있는지.

“우리나라는 소상공인 비율이 높다. 그런데 코로나 탓에 소상공인이 어려워졌고, 빈부격차와 사회 각계의 불평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사회‧경제적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기다. 단기적 처방도 들어가야 한다. 국민이 고물가, 취업난 등의 어려움 속에서 버텨나갈 수 있어야 한다.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 대안을 찾겠다.”

이제 약 3주 간의 시간이 남았다. 8월28일까지 어떤 전략으로 유세에 임할 계획인지. 또 국민과 당원에게 전달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가 있다면.

“경선 4분의 1일이 지났다. 현재까지 성적표는 ‘먹구름’이다. 그렇지만 난 비수도권 유일한 후보다. 최소한의 지역적 균형과 정치적 균형을 이뤄달라는 호소가 분명 설득력이 있게 전해질 것이다. 또 3주차에 호남에서 경선이 있다. 호남 출신 의원이 지도부에 입성하는 게 2번 연속 실패했다. 호남 단일후보로서 이번에는 해내겠다. 정무적 판단을 하는 대의원 투표에서는 선전할 것이라 본다.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당을 선보여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다. 민심과 당심을 제대로 전해 듣고, 판단할 수 있는 지도부의 일원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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