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폭우에…尹대통령 ‘자택지시’ 재현할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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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10일도 폭우 예고…尹대통령 퇴근 및 대응 장소 고심
野 “멀쩡한 청와대 나오더니…대통령 고집이 부른 참사”
윤석열 대통령이 9일 발달장애인 가족이 폭우로 인한 침수로 고립돼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한 다세대주택을 방문한 뒤 다른 피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발달장애인 가족이 폭우로 인한 침수로 고립돼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한 다세대주택을 방문한 뒤 다른 피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지성 폭우가 이틀 연속 서울과 경기 지역을 강타하자 대통령실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침수 탓에 발이 묶이며 자택에서 재난 상황을 보고받았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안이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퇴근 여부 및 업무 장소 선정 등을 두고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수요일인 내일(10일)도 어제와 오늘처럼 폭우가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 등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 충청 북부, 경북 북서 내륙에 100~300㎜의 비가 내릴 예정이다. 충청권 일부 지역에는 350㎜ 이상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8일과 9일 침수 피해가 도심 곳곳에서 발생했다. 복구가 지연되는 가운데 10일에도 폭우가 내릴 시 피해 지역은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의 경우 출‧퇴근길 대란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의 ‘퇴근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날 윤 대통령은 자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실시간 전화 통화를 하며 침수 피해 상황을 보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현장을 직접 찾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윤 대통령 자택이 침수되자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야권에선 ‘청와대를 나온 윤 대통령 탓’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이 무리하게 대통령 집무실과 자택을 분리한 탓에, 재난 상황에서 발빠른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9일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자택에서 전화로 호우 대책을 지시한 것을 두고 “청와대를 용산 집무실로 옮길 때 국가안보에 전혀 문제 없다고 자신했던 것이 불과 3개월 전”이라며 “향후 비상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벙커에 접근해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도 같은 날 “이런 긴급한 상황을 우려해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 집무실이 가깝게 있어야 한다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폭우로 고립된 자택에서 전화 통화로 총리에게 지시했다고 ‘할 일을 했다’ 생각하시는 건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는 “콘트롤 타워가 아니라 ‘폰트롤 타워’”라며 “폭우에도 자택 밖을 못 나가면, 그보다 더한 비상 상황에 전쟁이 나서 도로가 무너지면 출근을 못하니 집에 있을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집무 장소와 재난 대응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현장 및 상황실을 방문하지 않은 것에 대해 “기록적 폭우로 모든 인력이 현장 대처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현장 및 상황실로 이동할 경우, 대처 인력들이 보고나 의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 대처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집에서 전화를 통해서 실시간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택에서 보고받고 지시하는 것과 집무실에서 대면 소통하는 게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되느냐’는 질문에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이 경호나 의전을 받으면서 상황에 나가는 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은 어제 상황이라면 똑같은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청와대 시절과 달리) 대통령이 출퇴근 과정에서 직접 보고 겪으며 민생을 더 잘 알 수 있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또 ‘9일 대통령이 어디에서 상황을 살필 예정인가’라는 질문에는 “아직 미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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