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비대위 출범에 코너 몰린 ‘최재형 혁신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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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해임’ 밀어붙인 비대위, 혁신위 개혁안 비토 가능성
주호영 “활동 중지 없을 것”…최재형 “충돌無, 의견 조율할 것”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자 여권 일각에서는 최재형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원회가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를 사실상 해임시킨 비대위가 당 혁신을 주도하게 되면, 이 전 대표가 추진한 혁신위의 역할과 입지는 그만큼 축소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특히 이 전 대표를 비토하는 ‘친윤석열계’ 비대위원들이 비대위에 합류할 시, 혁신위와 비대위 간의 신경전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9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식 출범한 국민의힘 비대위는 ‘혁신‧관리형 비대위’를 표방한다. 주 비대위원장은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를 실무적으로 짧게 운영하고 당을 빠르게 안정시켜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 “그러면 비대위를 할 거 뭐 있나. (전당대회 준비)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면 되지”라고 답했다.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것을 넘어 혁신과 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하겠다는 게 주 비대위원장의 구상이다.

비대위가 ‘혁신’을 화두로 올리면서, 여권에선 ‘주호영 비대위’와 ‘최재형 혁신위’의 공존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혁신위는 이준석 전 대표가 추진한 당내 기구로 지난 6월23일 공식 발족했다. 최재형 위원장을 필두로 조해진 의원(부위원장) 등 총 14명의 위원들로 구성됐다. 혁신위는 공천·당원 시스템 개혁 등을 기구의 과제로 내걸었다.

여권 일각에선 혁신위의 구상과 역할이 상당 부문 비대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를 사실상 해임시킨 비대위가, 이 전 대표가 구상한 혁신위의 활동폭을 좁힐 것이란 관측에서다. 실제 혁신위는 발족 전부터 ‘반(反)이준석’계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배현진 의원 등 이른바 ‘친윤계’ 측이 이 전 대표가 혁신위를 선봉에 세워 당권을 장악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다.

지난 6월13일 배현진 당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는 이 대표의 사조직에 가깝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이대로는 혁신위원을 추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대표는 “대체 어떤 사조직을 꾸리는 데 최재형 의원같이 성격 깐깐하신 분을 사조직의 수장으로 앉히나”고 반문한 뒤 “‘친윤’이 개혁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배 전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내 친윤계 의원들은 여전히 혁신위의 존재를 달갑게 보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의원은 혁신위에 대해 “당에서 ‘혁신’에 반대할 사람이 누가있겠나”라고 반문한 뒤 “다만 혁신을 누가, 어떻게, 언제까지 주도할 것인가의 문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이제 혁신의 동력을 (혁신위가 아닌) 한 곳(비대위)으로 몰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친윤계’가 비대위원으로 합류할 시 혁신위 활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례로 혁신위가 당권과 직결되는 공천권을 개혁하자고 주장할 시, ‘친윤계’ 비대위원들이 조건 없이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다.

혁신위의 위기설이 확산하는 가운데 주 비대위원장과 최 위원장은 ‘공존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안건이 상정된 것은 없지만, 혁신위와 비대위 모두 ‘당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협력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주 비대위원장은 9일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가 전임 지도부에서 발족돼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혁신위 활동을 중지시킬 이유가 없다”며 “혁신위가 당의 발전 방안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혁신위 활동을 적극 지원할 생각이다. 혁신위의 활동 결과를 보고받고 비대위 기간 중 이행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적극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10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혁신위가 비대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이 있다’는 질문에 “부딪힐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 위원장은 “비대위는 이제 새로운 지도부가 됐다”며 “비대위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기간 동안은 비대위와 의견을 조율하면서 혁신안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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