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36, 54…숫자로 본 尹대통령 ‘위기의 100일’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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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스테핑 36회…尹대통령 소통 강조했지만 지지율 24%까지 수직하강
100일 기자회견 54분 진행…분위기 반전은 ‘물음표’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재건하겠습니다.”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와 경제의 회복’을 외치며 야심차게 새 정부 닻을 올렸다. 그러나 취임 후 100일, 윤석열 정부는 위기에 직면한 모습이다. ‘사적 채용 논란’, ‘인사 논란’, ‘대통령 답변 태도’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고꾸라졌다. 취임 후 지난 100일, 윤 대통령의 ‘결정적 순간’을 숫자를 통해 짚어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만 35번…취임식부터 드러난 尹대통령의 소신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공식 석상에서는 가장 많이 강조한 단어는 ‘자유’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만 ‘자유’라는 단어를 35번 사용했다. 이후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는 13번, 현충일 추념사에서는 6번 ‘자유’를 말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자유’라는 단어를 모두 33번 사용했다.

‘자유의 보장’은 윤 대통령 평소 소신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인사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담당하는 참모가 여럿 있지만, 연설문의 초안은 대통령이 직접 작성하고 있다”며 “특정 단어(자유)까지 참모가 일일이 바꾸지 않기에 연설문은 곧 대통령의 소신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월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어스테핑 36회…언론과 가장 많이 접촉한 대통령

자유를 강조한 윤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겼다. 일반 직장인처럼 출‧퇴근하며 국민, 언론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함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을 도입했다. 아침마다 기자들을 만나 각종 현안에 대해 짧게는 30초, 길게는 5분 가량 질문을 받았다. 16일까지 윤 대통령이 진행한 도어스테핑 횟수는 총 36회다. 이명박(18회)·박근혜(16회)·문재인(19회) 전 대통령이 임기 전반에 걸쳐 기자들과 만난 횟수를 이미 뛰어넘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월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월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4번의 낙마…계속된 ‘장관 후보자 부실검증’ 논란

윤 대통령은 언론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구상과 달리 ‘불통 논란’이 불거졌다. 야당과 언론의 지적에도, 각종 논란에 휘말린 장관 후보자를 연이어 지명‧임명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11명, 인사청문회 없이 2명을 각각 임명했다.

장관 인사 성적표는 ‘낙제점’이었다. 장관 및 장관 후보자만 4명이 낙마했다. 김인철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정호영·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신상 의혹에 휩싸여 줄줄이 물러났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던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은 ‘논문 표절’, ‘만 5세 취학연령 하향’ 논란 끝에 지난 8일 자진 사퇴했다. 공정거래위원장도 송옥렬 후보자가 지난달 10일 사퇴 뒤 후임을 구하지 못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24% 지지율…‘탄핵 사태’만큼 차게 식은 민심

24%. 지난 5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윤 대통령 지지율이다. 부정평가는 66%였다. 국민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윤 대통령의 국정 능력에 ‘물음표’를 띄운 셈이다. 악화된 경제 상황, 이어진 인사 논란, 여당의 내홍이란 ‘삼중고’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는 심상치 않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개입 의혹으로 탄핵당하기 직전인 2016년 10월3주차(25%)와 비슷한 수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 중 지지율 최저치는 2021년 4월5주차 29%였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윤 대통령이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산 수입 소고기 광우병 논란에 휘말렸던 이 전 대통령은 취임 70일 만에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고, 100일 되던 시점엔 10%대까지 추락했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지난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윤 대통령의 성적을 “25점”이라고 혹평했다. 이 전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자신을 향해 ‘이 XX’라고 욕설했다며, “개인적으로 수모”라고 덧붙였다.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취재진이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취재진이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54분 기자회견…12개 질문으로 해소하지 못한 ‘물음표’

우려 속에 취임 100일을 맞은 윤 대통령은 17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지난 휴가 기간 정치를 시작한 후 1년여의 시간을 돌아봤고, 취임 100일을 맞은 지금도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고 하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면서 “국민 안전은 국가의 무한 책임이다. 국민께서 안심할 때까지 끝까지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국민’으로 모두 20번 등장했다. 그 다음으로 많이 사용된 단어는 ‘경제’(18번)였다.

지난 100일간 이어진 논란도, 산적한 현안도 많았다. 이에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면서 예정됐던 회견 시간(40분)을 약 14분 가량 넘겼다. 기자들은 ▲지지율 침체 원인 ▲인사 논란에 대한 해결 방안 ▲여당 내홍에 대한 입장 ▲대북‧대일 외교 정책 방향 ▲폭우피해 방지 계획 등 12개의 질문을 던졌다. 이 때마다 윤 대통령은 원고를 보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전했다.

그러나 이날 관심을 모았던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사적채용’, ‘취임식 초청자 추천’ 논란, 야당을 겨냥한 ‘사정 정국’ 등에 대한 질의는 없었다. 윤 대통령이 ‘긍정적인 숫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아 보인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다. 무선(90%)·유선(10%)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1.7%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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