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가게에 고객이 몰린다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 김정희 마케팅 컨설턴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3 11:00
  • 호수 17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짧고 굵게 치고 빠지는 팝업스토어, 오감 체험형 놀이터로 진화

지난 6월 이마트24는 서울 삼청동에 ‘24블랙’을 선보였다. 24블랙은 온라인게임 ‘검은 사막’,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과 협업한 프리미엄 팝업스토어로 ‘블랙’을 키워드로 인테리어와 제품을 고급스럽게 꾸몄다. 검은삼각, 검은커피, 검은버거 등 게임명을 활용한 프리미엄 협업 상품을 선보였고, 편의점 공간은 명품 매장과 게임 속 공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전시 및 체험 공간을 구성했다. 입소문을 탄 24블랙은 6월 한 달에만 2만3000여 명이 다녀가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MZ세대를 겨냥해 서울 성수동 카페 포제에 마련된 KBO 팝업스토어는 야구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연합뉴스

팝업스토어 마케팅에 기업들 골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면과 오감을 즐길 수 있는 체험 활동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과 염원은 더 커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대면과 체험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의 경험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 기업들 역시 오프라인 공간에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접점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팝업스토어 채널 전략이 눈에 띈다. 팝업 스토어는 고객을 직접 만나 실제적인 소통을 하고 즉각적인 반응 및 피드백을 수집할 수 있는 곳이다.

트렌디한 공간으로 고객의 동향과 변화를 민첩하게 파악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고객 맞춤형 관계 구축의 기반이 된다. 팝업스토어는 짧은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임시 매장으로, 인터넷상의 웹페이지에 떴다 사라지는 팝업창과 같다고 해서 팝업스토어라고 불린다. 이전에는 신제품이나 기획 상품을 홍보하고 고객의 반응을 살피는 형태로 주로 활용됐지만, 지금은 다양한 지역과 공간에서 고객이 오감으로 브랜드를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진화하고 있다. 

직접적인 상품 홍보나 판매 목적의 공간에서 더 나아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나 놀이터로 고객에게 다가서고 있다. 팝업스토어에서 즐기고 경험하는 모든 요소는 브랜드의 정체성, 비전 등과 연결돼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꼭 브랜드가 눈에 띄게 전시돼 있지 않더라도 고객은 팝업스토어의 공간적 특성 안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을 브랜드와 연결해 연상한다.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오늘날 브랜드는 설득하려고 밀어붙이거나 이해를 강요하지 않는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고객이 스스로 경험을 말하고 공유하며 팬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2월 서울 청담동에 오픈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침대 브랜드 시몬스의 팝업스토어다.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다양한 굿즈를 전시 및 판매하는 굿즈숍과 미국 빈티지 느낌의 버거숍, 힐링 메시지를 전하는 디지털 아트 전시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침대는 없다.

침대는 없지만 편안하고 조용한 분위기 조성으로 브랜드 이미지와 조화를 이룬 팝업스토어는 이국적인 인테리어, 색다른 경험 장소로 소셜 미디어에서 유명세를 탔다. 고객의 긍정적 경험은 브랜드의 성공 조건에서 늘 우선순위를 차지한다. 고객이 경험하는 양은 더 많아지고, 경험의 질은 더 투명해졌다. 고객 리뷰나 소셜 미디어의 좋아요 수가 어느 브랜드가 좋은지, 어디를 가볼 만한지, 어떤 가치가 있고 매력이 있는지를 알려준다.

팝업스토어는 고객에게 만지고, 느끼며,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희소성 있게 제공해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과 만족감을 높인다. 짧은 기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벤트적인 구성이 가능해 경험, 가치, 개성 등 독특함과 희소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선다. 실제로 일부 팝업스토어는 경험 중심의 소비와 그 경험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는 데 적극적인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핫플레이스로 등극하기도 한다.

 

침대회사 팝업스토어에 침대가 없다?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팝업스토어를 핫플레이스화한 대표적 기업이다. 유명인이나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을 한시적으로 선보이는 것은 기본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콘셉트의 팝업스토어로 고객에게 새로운 제품과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블랙핑크 제니와 협업한 ‘젠틀가든’ 팝업을 전 세계 5개 도시에서 운영했다. 디오라마 설치물로 상상한 판타지 세계를 환상적인 분위기로 구현했고, 제니와의 콜라보 컬렉션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요즘 마케팅의 중요 키워드 중 하나는 ‘인스타그래머블’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으로, 요즘 사람들의 주요 소비 기준으로 떠오르며 브랜드가 주목해야 할 마케팅 요소가 됐다. 브랜드가 팝업스토어의 기회를 제대로 잘 활용하면 고객에게 인스타그래머블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팔로워가 늘어나고 잠재적 고객층이 확보돼 무료로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또한 목적, 가치, 비전 등 브랜드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할 수 있다.

YWCA는 2016년 캐나다 토론토에 새로운 패션 브랜드 ‘블레메’의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안에는 금테 유리 텀블러와 잔, 짧고 타이트한 가죽 상의와 반바지, 빨간 립스틱통 등이 태그와 함께 전시됐다. 한 태그에는 ‘그녀는 16세다. 기억도 나지 않는 곳에서 왜 그렇게 술에 취해 있었나? 훨씬 더 나쁜 상황에 처했을 수도 있었는데. 그녀는 운이 좋았다’라고 적혀 있다. 다른 아이템들의 태그에도 트위터와 판사 평결에서 따온 잔인한 명칭과 인용구들이 표시돼 있었다.

사실 블레메는 YWCA가 11월25일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절대피해자를비난하지마세요(#NeverBlameTheVictim)’ 해시태그와 함께 실시한 캠페인이었다. 성폭력 생존자들이 지원과 지지를 받는 대신 어떻게 판단되는지에 대해 주목하고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패션 브랜드의 제품 라인처럼 위장한 각 아이템은 일부 사람들이 여성들이 남성에게 폭행당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와 인식을 표현한 실제적인 상징물이었다.

그 때문에 기업이나 조직의 팝업스토어 활용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은 자체적인 고객과의 직접 채널을 생성해 보다 강력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충성도 높은 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소매를 통한 유통, 디지털 마케팅 비용 증가로 조직의 경제적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팝업스토어는 한시적인 데다 가변적이고 이동성이 좋아 고객에게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고, 실험적인 시도도 가능해 고객 늘리기에 유리하다. 고정비용은 절감되고 소통에는 효과적인 가성비 좋은 채널이다. 감성과 오감을 자극하는 이색적인 경험과 즐거움을 주는 곳일수록 더 좋을 것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