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임영웅 공연, 국민가수 확인했다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0 11:00
  • 호수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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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회공연 21회 전석 매진, 관객만 17만여 명
OTT 무료 생중계 결단에도 찬사

임영웅의 순회공연이 일단락됐다. 고양, 창원, 광주, 대전, 인천, 대구 등을 거쳐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막을 내렸다. 총 21회 전석 매진, 17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관객 숫자만으로도 대단하지만 실질적인 열기는 그 이상이었다. 

국민의 열기를 담기엔 공연장이 작았다. K팝의 성지라 불리며 많은 가수가 꿈의 무대로 생각하는 올림픽 체조경기장조차 임영웅을 담을 수 있을 정도의 그룻이 되지 못했다. 이번 순회공연엔 역대급 원성이 쏟아졌다. 임영웅에게 ‘주제파악’하라는 여론이 비등한 것이다. 당대 최고의 스타인데 왜 자신의 위상을 스스로 모르고 초대형 공연장을 잡지 않았느냐는 유머 섞인 푸념이다. 올림픽 체조경기장이 임영웅에겐 간장종지라며, 최소한 올림픽 주경기장이나 호남평야 같은 곳에서 공연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물고기컴퍼니 제공
ⓒ물고기컴퍼니 제공

이렇게 들끓은 이유는 표를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도시별로 표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즉시 매진은 기본이고 대기자 수가 상상을 초월했다. 기본적으로 60만 명을 넘겼고, 그때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런 숫자는 처음 본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서울 콘서트 표 판매 때는 대기자 수가 81만 트래픽을 찍었다. 물론 정말로 81만 명이 대기한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표 판매 사이트에 이런 대기자 수가 찍힌 것 자체가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대기 시간은 153시간을 넘어섰다. 표 판매 시간에 딱 맞춰 접속해도 대기인원 몇십 만에 절망하기 일쑤였다. 임영웅 공연 표를 사기 위해선 전생에 나라를 구했거나 3대가 공덕을 쌓았어야 한다는 한탄이 나왔다. 임영웅 자신과 소속사 전 직원도 필살의 각오로 표 구매전에 참전했지만 모두 못 샀다고 한다. 임영웅이 접속했을 당시 대기자 수가 60만 명 이상이었다고 한다. 

서울 공연 표 판매 시간에 전국 PC방의 가동률이 올라갔다는 놀라운 데이터도 나왔다. 평소 대비 10%가량 상승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PC방의 초고속 통신이라면 혹시 표를 살 수 있을까 싶어 PC방으로 몰려갔다는 것이다. 이러니 국민 신드롬이다.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자 임영웅은 공연 생중계라는 보기 드문 결단을 내렸다. 글자 그대로 공연을 실시간으로 중계한 것이다. 코로나19 기간에 아이돌 그룹이 공연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 경우는 온라인 공연 관람권을 별도로 팔았고, 엄청난 매출을 올렸다. 대면 공연은 많아야 몇 만 규모인데, 온라인 공연은 그보다 훨씬 많은 관람객이 몰리니 표 판매 액수가 어마어마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임영웅은 이런 방식의 생중계가 아닌, OTT를 통한 무료 생중계를 선택했다. 누구든지 OTT에 가입하기만 하면 별도 관람료 없이 공연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임영웅이 유료 공개를 선택했다면 거액의 매출을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수익보다 자신의 공연을 보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렸다. 국내 가수 중 공연을 OTT로 생중계한 것은 임영웅이 최초다. 이런 데서도 국민가수의 면모가 드러난다. 

생중계 공연 당일에 무려 세 시간 이상 동안 초대손님 없이 혼자 공연을 이끌어가고도 방송 종료 이후 현장 관객들만을 위해 다섯 곡의 추가곡을 불렀다. 자신을 보러 와 준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기억을 남겨주려는 마음 씀씀이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번 순회공연에서 도시마다 달라지는 포토존 조형물, 방석 색깔, 2행시 등에서도 그의 세심한 배려가 나타났다. 

ⓒ물고기컴퍼니 제공
임영웅 정규 1집 ‘IM HERO’ 화보ⓒ물고기컴퍼니 제공

공연 내용도 수준급이었다. 웅장한 시작 영상과 함께 등장한 그는 ‘보금자리’ 등의 화려한 퍼포먼스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공연 중간중간 객석을 구석구석 다니며 관객들을 배려했고, ‘무지개’ 등에선 흥겨운 춤도 선보였다. ‘아비앙또(A bientot)’는 특별 영상에서 이어지는 전환과 의상, 안무 등으로 관객에게 충격을 안겼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는 공연 말미에 부르는데도 안정되고 폭발적인 가창을 유지해 역시 또 보는 이를 놀라게 했다. 앙코르 무대는 ‘웅나이트’라고 불릴 정도로 관객석을 들썩이게 했고, 마지막 곡 ‘인생찬가’는 감동을 안겼다. 현장에선 방송 중계로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열기가 폭발해 관객을 열광케 했다. 임영웅의 분신이 초대손님으로 등장해 이중창을 한다는 설정도 기발했다. 감동, 웃음, 흥분이 모두 갖춰진 공연이었다. 이러니 더욱 열기가 뜨거워진 것이다. 

생중계된 공연은 티빙에서 실시간 시청점유율 96.8%를 기록했다. 역대급의 이례적인 수치다. 역대 티빙 생중계 프로그램 중에서 유료 가입 기여도도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많은 이가 임영웅의 공연을 보기 위해 가입했다는 이야기다. 또 동시 접속자 수도 티빙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연 당일에 티빙은 1시간30분 전부터 사전 특별방송을 진행했는데, 그때 진행된 티빙톡 채팅 메시지도 14만 건으로 역대 최다 수준이었다. 

관객의 연령대가 다양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생중계 당시엔 현장에 8세부터 90대까지 있었고, 순회공연 중엔 102세 관객도 있었다. 언론에서 임영웅 공연에 효도 공연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니까, 젊은 팬들이 ‘효도 아니다. 내가 갈 거다’라며 공분하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연령대가 열광하는 공연은 드물다.

이번 공연에선 또 임영웅의 음악적 다양성도 드러났다. 언론이 반복적으로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라는 식으로 편견을 드러내는데, 이번 공연은 발라드·트로트·힙합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음악으로 채워졌다. 이런 음악적 다양성도 국민가수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연말 부산 벡스코와 서울 고척돔에서의 앙코르 공연 계획도 발표됐다. 한류 스타급만 선다는 고척돔 무대에 마침내 진출하는 것이다. 이대로 공연장 ‘도장깨기’를 하면서 내년엔 올림픽 주경기장이나 상암 월드컵경기장 공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 벡스코 주변엔 벌써부터 공연날 숙박업소의 예약이 대부분 끝났다고 한다. 

임영웅은 TV조선 트로트 오디션으로 스타가 됐고, 이후에도 TV조선에서만 활동했기 때문에 아직 국민 전체에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에 대해 여전히 종편 트로트 가수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조건에서도 국민적 신드롬을 일으키는 국민가수로 우뚝 선 것이 놀랍다. 이번 공연에 밴드로 참여한 작곡가 겸 연주가 박민우는 공연 후에 “어쩌면 저렇게 목소리 하나로 모두의 마음에 큰 위로와 감동을 전할 수 있을까, 감탄과 놀라움으로 가득했던 시간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목소리에 퍼포먼스, 잔망끼, 관객을 위하는 진정성까지 더해져서 국민가수 공연이 탄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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