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혼밥 창업의 디테일 코드
  • 김상훈 창업통TV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3 12:00
  • 호수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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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창업] 전체 가구의 64%가 1인과 2인 가구…인구 재편으로 1인 음식점이 유망 창업 아이템 급부상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는 2340만 세대다. 이 중 1인 가구는 937만 가구로 무려 40.1%에 달한다, 2인 가구 역시 23.8%다. 1인과 2인 가구를 합치면 전체 가구의 64%가 혼자 살거나 둘이 산다는 얘기다. 반면에 4인 가구 이상은 19%에 불과하다. 4인 가구는 갈수록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외식시장의 핵심 고객은 4인 이상 가족 단위 외식객이 첫째였다. 음식점마다 4인 테이블이 가장 많은 것도 이러한 영향이다. 하지만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4인 가족이 아닌 혼술·혼밥족을 포함한 1인이나 2인 가족을 핵심 고객으로 공략해야 하는 시대로 급변했다. 혼밥·혼술집 창업은 이러한 인구 구조의 재편과 맞닿아 있다.

최근 1인 가구와 2인 가구수가 급증하면서 1인 음식점 창업이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1인 가구를 위한 ‘싱글페어’ 모습ⓒ연합뉴스

‘나 홀로’ 고객을 위한 좌석 만들기

1인 고객 테마가 창업시장에서 처음으로 이슈가 된 것은 2012년 말이었다. 당시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에서 발표한 ‘트렌드코리아 2013’에서 처음 혼술·혼밥 고객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나 홀로 라운징(Alone with lounging)’ 트렌드였다. ‘트렌드코리아 2017’에서는 ‘1코노미’라는 재밌는 트렌드 키워드가 발표되기도 했다. 최근 3년간의 코로나 시대를 지나오면서 혼밥집, 혼술집 문화는 소비자들에게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소비 테마로 자리 잡았다. 현재 공정위에 등록된 혼술·혼밥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14개에 달한다, 혼술·혼밥은 위드 코로나19 시대 국내 창업시장에서 새로운 이슈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의 골목상권을 조사하다 보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아이템이 덮밥집이다. ‘요시노야’ ‘마쓰야’ ‘스끼야’ 같은 덮밥집 브랜드는 일본 전역에서 성업 중이다. 덮밥집뿐 아니라 일본의 라멘집, 우동집, 심지어 고깃집까지 1인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혼밥·혼술 문화는 일본 외식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 가면 도서관처럼 나 홀로 칸막이 좌석의 혼술·혼밥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골목상권에도 기존 4인 테이블이 전부인 식당에서 2인 테이블, 1인 테이블을 새롭게 배치하고 매장 시설을 바꾸는 음식점이 많아졌다. 카운터바, 즉 다치노미 형태의 좌석을 신규로 설치하는 음식점도 늘어났다. 1인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바카운터 공간을 신규로 제작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충분한 테이블 폭과 편안한 입식 의자를 배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칫 불편한 1인 의자는 고객들의 만족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어느 정도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면 바카운터 뒤쪽으로 낮은 높이의 파티션이라도 설치하는 것이 좋다. 아늑한 분위기 연출을 통해 이용 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상권에 나가 보면 ‘2인분 이상 가능’이라는 메뉴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1인분 주문 가능’이라고 고쳐 쓰는 음식점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프랜차이즈 외식 브랜드들도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부대찌개 브랜드에서는 ‘1인 부대찌개’ 메뉴를 매장 외부에 써붙이고 있다. 반대로 지방상권으로 갈수록 ‘2인분 이상 주문’ 메뉴는 많다고 볼 수 있다. 영광굴비밥상, 광양불고기 등 전통 한정식집에서는 아직도 1인분 메뉴 주문은 불가능한 곳이 많다. 1인분 메뉴를 주문해 맘 편하게 먹으려는 혼밥족, 혼술족, 혼행족을 공략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전면 수정해야 하는 대목이다.

2인분 이상 메뉴를 써붙인 음식점 사장 입장에서는 1인 메뉴만 팔아서는 별로 남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어쩔 수 없이 2인 이상 주문 메뉴를 내세운다는 얘기다. 찌개류, 불고기류, 샤브샤브 같은 메뉴들은 1인 메뉴만 주문하기엔 주인 입장에서 원가부담이 클 수 있다. 해법을 찾아야 한다. 1인 메뉴 가격과 2인 이상 주문 메뉴의 가격을 차별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1인 고객 입장에서 봤을 때 조금 비싸더라도 혼밥·혼술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면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다고 응답하는 ‘나 홀로’족(族)이 많은 편이다. 이제는 혼자서도 눈치보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삼겹살집, 갈비집, 슬림한 1인 한정식집도 생겨날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1인 음식점’ 간판이 필요할까

물론 1인 음식점으로 전환할 때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한때 ‘1인 음식점’이라는 간판을 내건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있었다. 하지만 붐을 이루진 못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혼술·혼밥 고객들의 식생활 라이프스타일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다. 1인 고객들이 혼자 영화를 보고(혼영족), 혼자 여행을 가는 것(혼행족)과 달리 혼자 음식점에 가서 ‘혼밥·혼술’을 즐기는 것은 약간 차이가 있다. 전면 간판에 ‘1인 음식점’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써붙인다고 해서 1인 고객들이 줄을 설 리는 없기 때문이다. 1인 고객 입장에서 본다면 혼자 1인 식당에서 밥먹고 술먹는 것을 대외적으로 자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나 홀로 바쁜 일상생활을 보내는 중에 어쩔 수 없이 혼자 밥 한 끼, 술 한잔 먹게 되는 경우라고 이해해야 한다. 굳이 ‘1인 음식점’이라고 크게 써붙인 음식점을 선호할 리는 없다는 얘기다. 혼밥·혼술집 창업에서 특히 신경써야 할 대목이라고 판단된다.

혼술·혼밥집 창업의 성과 창출 관점에서 중요한 대목도 있다. 매출 증대를 위해서는 혼밥 고객보다 혼술 고객이 더 중요하다. 1인당 올리는 매출액에서 2배는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혼밥족의 객단가는 1만5000원을 넘지 않는다, 반면에 혼술 고객의 객단가는 3만~5만원에 육박할 수 있다. 창업의 매출 성과 측면에서는 혼밥집보다 혼술집 창업이 더 유리하다는 얘기다.

‘혼밥·혼술’ 고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필요하다. 1인 고객들은 밥을 먹거나 술 한잔 할 때 유일한 친구는 스마트폰이다. 휴대폰 충전기를 테이블마다 설치하는 것은 기본이다. 일반인 고객들과 자유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 ‘1인 고객존’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나 홀로 고객이 4인 테이블에 앉아 눈치보면서 먹어야 하는 신경 쓰임을 커버해 주는 배려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혼밥·혼술’ 고객을 위한 홀서비스 관리의 디테일도 필요하다. 애프터(after) 서비스보다는 비포(before) 서비스가 중요하다. 혼밥·혼술 고객과의 미소 나누기, 말벗 서비스 등은 1인 고객들의 만족감을 배가시키는 첩경이다. 말로만 혼밥집, 혼술집이 아닌 그들을 위한 디테일 서비스에 집중했을 때 창업 성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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