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감염 증가는 ‘뚜렷’, 대응책 마련은 ‘흐릿’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0 14:00
  • 호수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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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100명 중 6명이 재감염… 정부는 백신 접종만 강조
“필요하면 진료받으라”는 정부… 전문가 “고위험군은 모두 진료해야”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이 또 감염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방역 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자율 방역과 4차 예방접종이다. 그러나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4차 백신 접종률은 10%대에서 정체된 상태다. 결국 코로나19 재감염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은 8월16일 재감염 추정 사례를 발표했다.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8월 1주 차까지 누적 확진자는 2016만8802명(8월7일 0시 기준)인데, 이 가운데 재감염 추정 사례는 18만3617명(0.91%)이다. 이들 중 2회 감염은 18만3306명, 3회 감염은 311명이다. 7월 1주 차 누적 재감염 사례가 7만7200명이었으므로 10만 명 이상의 재감염이 최근 한 달 사이에 발생한 셈이다. 

ⓒ시사저널 최준필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0만7894명으로 집계된 8월4일 서울역 임시 선별검사소에 시민이 줄지어 서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소아·청소년 주도의 재감염 비율 증가

국내 코로나19 재감염에는 다섯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재감염 비율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8월 1주 차의 확진자 중 재감염 비율은 6.11%로 집계됐다. 확진자 100명 가운데 6명 이상은 재감염이라는 의미다. 재감염 비율은 2.87%(7월 1주 차)→3.71%(7월 2주 차)→6.59%(7월 3주 차)→5.43%(7월 4주 차)→6.11%(8월 1주 차)로 꾸준히 상승했다. 한 달 만에 재감염이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두 번째는 재감염 소요 시간이 짧아졌다는 점이다. 재감염 소요 시간이란 첫 확진일부터 다음 감염까지 걸린 시간을 의미한다. 지난 6월까지 재감염 소요 시간은 평균 229일(약 7개월)이었으나 7월 들어 154~165일(약 5개월)로 단축됐다. 세 번째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의 재감염이 많다는 점이다. 재감염된 변이 바이러스를 살펴보면 최초 BA.1(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뒤 BA.2(일명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사례가 36.5%로 가장 많았고 델타-BA.2 감염 23.0%, 델타-BA.1 감염 11.2% 순이었다. 즉, 코로나19 초기 델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오미크론 하위 변이에 재감염되는 사례보다 오미크론에 걸렸다가 그 하위 변이에 또 감염되는 사례가 더 많았다. 

네 번째는 소아·청소년이 재감염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7월 재감염 추정 사례 중 17세 이하 소아·청소년의 비율은 49.2%로 집계됐다. 2020년 1월 이후 전체 확진자 중 17세 이하 비율(23.1%)과 비교할 때 최근 1개월 동안 17세 이하 재감염 비율은 2배 이상 높아진 셈이다. 다섯 번째는 백신 미접종군의 재감염이 많다는 점이다. 7월 재감염 추정 사례 중 백신 미접종군은 약 50%다. 백신 미접종군 비율은 전체 인구의 약 12%인데, 이들이 재감염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다. 

재감염이 최근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역 당국은 “최초 확진자가 증가한 점,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이 큰 BA.5 변이의 점유율이 높아진 점, 자연 감염과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 효과가 감소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미크론 대유행 시기인 올해 2~4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했고, 이들의 면역이 감소하는 시기와 BA.5 우세화가 맞물린 결과라는 설명이다. 

“개학 후 학교 집단감염” 경고 나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앞으로 두세 달간 재감염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파력이 강한 BA.5 변이의 국내 검출률은 90%를 넘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재감염 상황이 일찍 시작된 영국에서 전체 확진자 중 재감염 추정 사례 비율은 20%를 넘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올 2~4월에 많은 사람이 오미크론에 걸렸는데, 그로부터 4~6개월이 지나면서 당시 오미크론에 걸렸던 사람의 항체가가 현재 떨어졌다. 9월에 재감염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재감염률이 가장 높은 소아·청소년의 재감염은 개학을 맞아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률은 성인보다 낮다. 김우주 교수는 “소아·청소년은 성인보다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은 낮지만 유행 규모에 따라 중증 환자가 꾸준히 발생할 수 있다. 젊은층의 롱코비드(장기 후유증)가 심하다는 보고가 있고, 국내 10세 미만 사망자도 28명에 달한다. 3차 접종을 거의 하지 않은 소아·청소년은 개학을 맞아 학교를 중심으로 집단감염과 재감염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재감염이 확산할수록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재향군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고위험군이 재감염됐을 때 사망률은 2배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첫 감염으로 입은 손상이 회복되기도 전에 재감염되면 사망률이나 입원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8월15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563명으로, 4월26일(613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방대본은 “최근 분석 중인 국내 결과에 따르면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고위험군에서 재감염 발생 위험이 크다. 재감염 이후 중증으로 진행될 확률도 재감염된 일반인에 비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율 방역’이라지만 사실상 환자 방치

정부는 과학 방역에 이어 표적 방역을 내세우며 고위험군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연일 설명한다. 그러나 기존 정책과 엇박자를 내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확진자 대신 고위험군 관리에 집중한다던 정부는 60세 이상과 50세 이상 기저질환자 등 집중관리군을 모니터링하는 횟수를 하루 2회에서 6월부터 1회로 줄였다. 최근에는 집중관리군에 대한 모니터링 자체를 없애면서 오히려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적 관리가 어려워졌다. 일반 확진자와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 모두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자율 방역’ 쪽으로 대폭 옮겨갔다. 

대신 정부는 패스트 트랙을 내놨다. 고위험군이 가까운 병원에서 검사와 진료를 받고 먹는 치료제를 처방받거나 필요하면 입원까지 하는 절차를 하루 안에 끝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스스로 이상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고, 검사받지 못하며, 치료받지 못하는 고위험군에게 스스로 병원을 찾아 치료받으라는 정책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김우주 교수는 “고위험군은 치료가 필요하면 병·의원에서 치료받으라는 것이 정부의 지침이다. 고위험군을 돌볼 가족이나 돈이 있으면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독거노인, 농어촌 어르신, 취약 계층이 스스로 증상을 인지해 치료받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또 ‘치료가 필요하면’이라는 시점은 이미 폐렴으로 진행했거나 증상 발현 5일이 지나 팍스로비드(먹는 치료제)도 사용할 수 없는 때다. 확진된 고위험군은 100% 의무적으로 원스톱 진료센터나 호흡기 의료기관에서 진료받고 치료제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중증이나 사망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감염 확산이 심해지자 방역 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백신 접종이다. 예방접종 횟수가 증가할수록 재감염 위험이 낮아지며, 감염으로 인한 자연면역만으로는 재감염 위험을 예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방대본이 재감염 추정 사례를 분석한 결과, 백신 미접종군에 비해 2차 접종 완료군은 48%, 3차 접종 완료군은 74% 재감염 발생 위험이 낮았다. 또 감염 횟수와 관계없이 3차 접종 완료군에서 감염 후 사망 위험이 95% 이상 낮았다.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고위험군 재감염이 더욱 위험해 4차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방역 당국은 코로나19를 사실상 계절 독감 수준으로 보고 일반 의료체계로 감당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증가하는 확진자 수 자체를 줄이려는 대책은 없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8만 명을 넘은 8월16일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8월 말까지 유행 정점이 예상되고, 그 이후로 천천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급격하게 감소하기보다는 좀 느린 속도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정점의 하루 확진자 규모는) 가장 나쁜 상황에서 33만 명까지 예측한 기관이 있지만 대부분은 11만~19만 명 정도, 20만 명 이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우주 교수는 “일반 의료체계 내에서 치료 중인 일반 확진자에 대해서는 통계조차 없는 것 같다. 정부가 고위험군에 대해서만 언급하기 때문에 일반 확진자 상황은 안전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착각이다.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 고위험군을 물론이고 일반 확진자의 피해도 커진다. 그런데 정부는 일반 확진자와 고위험군 모두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100만 명당 확진자’ 세계 최고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 명당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세계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통계 사이트(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8월14일 기준 한국은 주간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가 2407명으로 집계됐다. 일본(1571명)·미국(337명) 등과 큰 차이를 보인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8월16일 이 통계 내용을 인정하면서도 “코로나19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지속해서 감소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치명률은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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