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지율 붕괴는 결국 사람 문제였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9 13:00
  • 호수 17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통령 지지자들 어디로 다 사라졌나… 부실 인사, 이준석 갈등, 김건희 논란 등 원인

8월17일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이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했다. 20여 분의 모두발언을 통해 윤석열 정부 정책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 성장 등을 폐기한 점 등을 성과로 제시했다. 탈원전과 기업의 규제 등을 바로잡고 시장의 자유를 강조하는 정부 철학을 일관되게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의 정책 과제와 국민의 뜻을 존중해 국정 운영을 해나가겠다는 각오와 의지가 넘쳤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의 궁금증은 낮은 지지율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극복 방안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었다. 이를 묻는 질문에 윤 대통령의 대답은 궁색했다. 임기 100여 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긍정 지지율은 20%대로 대폭락했고,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70%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낮은 지지율의 가장 큰 원인은 사람과 관련돼 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당을 승리로 이끈 이준석 전 대표는 당 윤리위에서 당원권 6개월 정지,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등이 이어지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반격 카드는 어느새 윤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당의 윤리위 징계 발표 시점만 하더라도 윤핵관을 겨냥했던 이 전 대표의 공격 지향점은 윤 대통령으로 바뀌었고, 이에 대해 정치적으로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 관련 내홍이 수습되지 않는다면 힘없이 주저앉은 대통령의 지지율을 회복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집권 100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 갈등뿐 아니라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대통령실 사적 채용, 대통령실과 관저 리모델링 사적 발주, 국민대와 숙명여대의 석·박사학위 논문 표절 논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의혹 등 대선 때부터 꼬리표가 붙었던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이 거의 대부분 현재진행형 상태가 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대선에서 얻었던 윤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약 20%포인트가량의 지지층이 사라져버렸다. 정권 교체 열망으로 윤 대통령을 탄생시킨 투표층과 지지층 중에서 과연 어떤 이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8월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영남 지역 기반 붕괴… MZ세대도 대거 이탈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시작부터 가장 최근까지 실시된 같은 조사 기관의 결과를 분석해 보면 누가 사라졌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첫 번째로 지역별 분석을 해보면 ‘영남 지역 기반의 붕괴’를 발견하게 된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5월10~12일까지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물어보았다. 전체 응답으로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52%로 나타났다. 취임 무렵의 지지율과 100여 일 가까이 지난 8월9~11일 결과(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기)와 비교해 보았다. 눈길을 끄는 지역은 보수정치 세력의 텃밭인 영남 지역이다.

대구·경북(TK)에서 윤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은 100일 임기 동안 30%포인트 사라졌고, 부산·울산·경남(PK)의 긍정 지지율은 33%포인트나 사라졌다(그림①). 이쯤 되면 윤 대통령의 지역 기반은 사실상 없는 셈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에게 다수가 투표할 만큼 지지층이 두터웠던 곳인데, 대통령의 취약한 경제정책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실 인사가 지지층을 떠나게 만든 원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받았지만 낙마한 정호영 후보자와 만 5세 취학 연령 학제 개편안 파문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각각 TK와 PK 출신이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하고 2008년 2월부터 임기를 시작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광우병 사태’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지만 지역 기반인 TK, 특히 포항 등 지역 텃밭이 와르르 무너지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의 임기 100일 지지율을 분석해 보면 두 번째로 ‘MZ세대 대이탈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2030 MZ세대는 특정 정치 세력을 지지하는데 고정돼 있지 않다. 지난 대선을 되돌아볼 때 후보 간 초박빙 접전에서 MZ세대의 마음을 얻는 후보가 당선된다는 진단이 나왔을 정도다. 임기 100여 일간 윤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를 분석해 보면 20대(만 18세 이상)와 30대 지지층의 뚜렷한 변화가 눈에 들어온다. 5월 조사에서 20대와 30대의 대통령 긍정 지지율은 각각 45%와 54%로 나타났다. 그러나 8월 조사에서 20대와 30대의 지지율은 무너지고 말았다. 20대에서 22%, 30대에서 18%로 나왔다.

MZ세대 특히 2030세대 남성 유권자들의 이탈을 본다면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갈등이 무관치 않아 보인다. 60대와 70대 이상은 거의 30%포인트나 사라졌다(그림②). 70대 이상은 보수 대통령에 대해 전통적으로 지지하는 성향이 강하지만 대거 이탈하는 강수까지 빼들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윤 대통령을 막무가내로 지지해 주자는 태도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자영업자와 주부층 반감도 두드러져

윤 대통령의 임기 100일을 분석해 보면 ‘자영업층과 주부층의 반감’을 추가적으로 발견하게 된다. 한국갤럽의 5월 조사에서 자영업층의 대통령 긍정 지지율은 58%나 되고, 가정주부층은 무려 61%나 된다. 다른 직업 계층보다 정권 교체에 적극적인 계층이 자영업층과 주부층이었다. 그러나 8월 조사에서 자영업층과 가정주부층의 긍정 지지율은 각각 28%와 37%로 곤두박질쳤다. 화이트칼라층은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이 15%밖에 되지 않는다(그림③).

자영업층과 가정주부층이 동시에 이탈한 원인은 ‘부실한 경제정책 수립’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정주부층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향이 급격히 줄어든 배경은 ‘김건희 여사 논란과 의혹’과 직결된다. 김 여사 논란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배우자와 기본적인 유대관계가 맺어지기도 어려울 정도로 부정적 인식이 강력하다. 배우자 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줄 제2부속실 설치나 활동 범위 설정, 그리고 정교한 소통을 위해 대응할 인력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아서다.

대통령의 지난 100일을 분석해 본 결과 지역과 세대 그리고 직업별 이탈층은 주로 사람과 관련이 있었다. 지역 기반이 되는 곳의 이탈은 정부와 대통령실의 부실 인사 관련으로 해석되고, 세대별로 보아 MZ세대의 대거 이탈은 이 전 대표와의 갈등 관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직업 계층별로 가정주부층의 급격한 이탈이 나타났는데, 경제적인 이유뿐 아니라 김 여사 논란과 의혹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사람 때문에 달아난 지지층이라면 사람과의 관계가 회복되거나 정리된다면 다시 회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모두 대통령 자신에게 달렸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