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 습격했던 트럼프 강성 지지층, 다시 ‘들썩들썩’
  • 김현 뉴스1 워싱턴 특파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1 14:00
  • 호수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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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수사’ 관련 인사들에 대한 협박과 테러 위협도… 공화당, "정치 수사” 바이든 비난하면서도 속앓이

미 연방수사국(FBI)이 8월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FBI 수사가 자신의 차기 대선 출마를 막으려는 정치적 수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그의 강성 지지층들은 FBI 등 이번 수사와 관련된 인사들에 대해 위협을 가하는 것은 물론, 무장봉기와 내전마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공화당 지도부와 차기 대권 잠룡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둔하고 있지만, 그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8월10일(현지시간) 뉴욕주 검찰에 출두하기 위해 트럼프타워를 떠나며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AP 연합

트럼프 “수사 안 멈추면 끔찍한 일 벌어질 것”

FBI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할 당시엔 사유 등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와 공화당이 ‘정치 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서자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이 11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 공개를 요구함에 따라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은 트럼프 측의 동의를 받아 이튿날 영장을 공개하면서 구체적인 사유가 확인됐다.

영장에 따르면 FBI는 트럼프가 ‘방첩법(Espionage Act)’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강제수사에 들어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방 기록의 은폐·제거, 연방 조사 기록의 파괴·변경, 국방정보 이전 등 세 가지 형사범죄 위반 가능성을 적시한 것으로 요약된다. 이를 토대로 FBI는 트럼프 자택에서 총 11개의 문건을 확보했다.

이들 비밀 문건은 본래 일정 요건을 갖춘 정부의 특정 시설에서만 접근이 가능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FBI는 압수수색에서 이들 비밀문서 외에 사진첩과 직접 수기한 메모, 트럼프의 측근인 로저 스톤에 대한 사면 관련 문서,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문서 등 33개 품목 약 20상자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 FBI는 수색 과정에서 핵무기 관련 정보가 포함된 문건을 찾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확보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트럼프는 FBI가 압수한 비밀 문건은 자신이 퇴임 전 비밀 분류를 해제한 만큼 압수수색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수사가 자신의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한 ‘표적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한 여론전을 펴고 있다. 트럼프는 FBI의 압수수색 이후 8월15일 폭스뉴스와의 첫 언론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매우 화나 있다. 이 나라에서 (갈등의) 온도를 내려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또 FBI가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음모론까지 펴면서 자신의 지지층을 자극하고 있다.

트럼프의 자극에 1·6 의사당 폭동 사태까지 일으켰던 그의 강성 지지자들 역시 강하게 화답하고 있다. 그의 지지자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무장 폭력을 선동하는 것은 물론, 갈런드 법무장관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브루스 라인하트 연방판사 등을 대상으로 살해 협박까지 하고 있다. 이는 실제 현실로도 나타나고 있다.

8월11일 한 40대 지지자는 미 북동부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FBI 지부 건물에 반자동 소총을 들고 침입하려다 실패하자 도주 끝에 사살됐다. 14일엔 한 남성이 워싱턴DC 미 의사당 인근 바리케이드로 돌진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와 관련해 FBI는 “국장부터 화장실을 청소하는 관리인에 이르기까지 FBI에서 일하는 모든 이는 죽어 마땅하다”며 요원들에 대한 보복을 주장한 40대 남성을 체포해 기소하는 한편, 트럼프 지지자들의 시위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FBI 본부 주변에 펜스를 설치한 상태다.

트럼프 지지층의 한 남성이 8월14일 워싱턴 DC에서 차로 돌진하며 의사당 바리케이드에 충돌한 사건을 경찰이 현장조사하고 있다. ⓒEPA 연합

“강성 지지층, 트럼프를 예수와 동일시”

공화당 지도부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잠재적 경쟁자인 공화당 내 대권 주자들도 이번 수사에 대한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 공화당을 이끌고 있는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는 8월9일 성명에서 “미국 국민들은 (압수수색의) 완전하고 즉각적인 해명을 들어야 한다”며 법무부를 비난했고, 캐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법무부의 무기화된 정치화가 용인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공화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이 되면 즉시 법무부에 대한 감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공화당 내 유력 잠룡 중 한 명인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마러라고 리조트 습격은 정권의 정적들을 겨냥한 연방기관 무기화의 또 다른 사례”라고 했고, 지난해 1·6 사태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FBI의 압수수색에 대해 “우리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들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칫 오는 11월 중간선거와 차기 대선이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구도로 짜이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및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공화당은 점점 더 ‘극우 정당’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큰 데다 이로 인해 중도층 및 무당층의 이탈 가능성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패색이 짙었던 민주당은 이 같은 구도가 형성돼 트럼프 및 지지층에 대한 거부감이 큰 중도층·무당층이 민주당 지지로 돌아서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공화당 내에선 트럼프 지지층에 대한 비판론도 제기된다. 애덤 킨징거 하원의원은 8월18일 MS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예수 그리스도와 동일시하고 있다”며 “만약 여러분이 이 놀라운 사람(트럼프)에게 대항한다면 그것은 예수님에게 맞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월11일 발표된 폴리티코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4년 차기 대선후보 경선에서 공화당 지지층 중 57%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한 달 전 조사(53%)보다 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유력한 ‘트럼프 대항마’로 평가받는 드샌티스 주지사는 같은 기간 6%포인트가 감소했다. 공화당 출신인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만약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트럼프의 경쟁자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공화당 컨설턴트인 존 토머스는 “만약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경선이라기보단 대관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 내에선 트럼프의 본선 경쟁력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사건 외에도 1·6 의사당 폭동 사태, 2020년 대선 조지아주 선거 개입 사건 등 여러 건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라도 기소가 이뤄져 유죄 판결을 받게 될 경우 트럼프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아울러 트럼프는 지지율이 바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기 대선 가상 대결에서도 격차를 더 벌리지 못하는 등 확장성에서도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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